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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서거차도 가을 5

 

  오전엔 이슬을 털며 윗말 상수도원인 저수지 위쪽 산을 오르려 했으나, 반 길을 넘는 잡초들이 뒤엉켜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옛날 같으면 주민들이 땔감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산에 오르며 길을 내었을 텐데, 기름이나 전기로 난방하는 현대생활에서는 가을산이 주는 혜택은 별로 없었다. 봄철이라면 고사리 같은 산나물채취를 위해서라도 산에 오르내릴 텐데...  아쉬운 마음으로 되돌아와, 며칠 전 올랐던 섬의 동복 쪽으로 가서, 서쪽 방향으로 오르기로 했다. 애석하게도 이곳엔 애시당초 산길조차 없었다. 다행히도 북쪽 해안선을 끼고도는 산벼랑만이 거센 해풍 때문에 나무들이 없었다. 나무들이 없는 길도 없는 벼랑가로 조심스레 산에 올랐다. 갈대들이나 작은 잡목 사이로 수많은 거미줄을 만났다. 생존의 치열함은 사람이 살 수 없는 벼랑가에서 생생했다. 이름 모를 거미들과 곤충들, 산벌, 거센 해풍을 맞으며 위로는 자라지 못해 해안 벼랑에 누워서 자라는 향나무...  쓰러진 나무는 고목이 되어 새 생명을 위한 밑거름이 되고 있었다.

 

  눈을 들어 북쪽을 바라보니 망망대해뿐이었고, 동북쪽으로는 내륙을 그리워하는 크고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이어져 있었다. 작은 산 꼭대기 바위에 앉아 땀을 식히며, 주변을 조망하다가 서쪽으로 더 나아가려니 탱자숲처럼 촘촘히 얽힌 잡목들이 가로막았다. 오른쪽 아래로는 까마득한 벼랑이었고, 왼쪽으로는 맨 손으로는 도저히 뚫을 수 없는 잡목 우거진 숲이었다. 두루미처럼 목을 빼고 왼쪽 산등성이를 바라보니, 윗말 상수도 저수지가 보였다. 조금만 더 가면 아랫말과 서거차항만도 볼 수 있으련만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어 그저 애석하기만 했다.

 

  이 섬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남쪽으로는 넓은 항만과 들판, 뒤로는 직삼각형처럼 솟아오른 산으로 직각에 가까운 해안 벼랑이었다. 대부분의 소나무들은 담쟁이들과 재선충 때문에 말라죽는 것이 대다수였다. 계획성 있게 정리하면 아름다운 섬이 될 텐데 그저 한반도 남서쪽 먼바다에 방치되어 있다. 주민들에 의하면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제약이 많다고 한다. 대부분의 개발행위는 금지되어 있으며, 허가받는 절차가 까다롭다고 한다. 재선충 걸린 소나무 하나 방제하지 못하고 수수방관만 하고 있으며 주민들에게 혜택도 주지 못하는 민폐적인 해상 국립공원인 셈이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고 아쉬웠다.   

 

  갈대숲 앞의 거차항 아랫말, 대부분의 농지는 묵밭이 되어 갈대만 무성했다.  

 

 

 

북쪽 해안의 벼랑, 태초로부터 북쪽으로 거센 풍랑에 침식되고 풍화되었을 것이다. 태풍은 남쪽에서 몰아치고 거센 풍랑은 북에서 들이치는 형국이다.

 

 

동쪽으로 뻗은 산벼랑과 다도해

 

북쪽 해안

 

서남쪽으로 이 섬의 상수원인 저수지가 보였다. 애석하게 앞으로 더 나갈 수 없었다.

 

서쪽 방향 해안

 

동쪽 방향 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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