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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서거차도 가을 4

 

  가을은 참으로 쓸쓸한 계절이다. 날마다 뚜렷이 줄어드는 낮 길이에 비례하여 날씨도 조금씩 쌀쌀해진다. 한반도 서남쪽 먼바다 섬인 이곳의 가을은 더욱 외롭고 쓸쓸해 보인다. 찬바람이 일면서 몸도 마음도 움츠려드는데, 섬 가장자리에 무성한 갈대들이 바람에 흐느적거리며 눈부시게 하얀 꽃잎들을 나부낀다. 떠오르는 햇살이나 섬 뒤로 떨어지는 낙조에, 때로는 물고기 비늘처럼, 또는 부서져 반짝이는 파도처럼 갈대꽃잎들이 물결져 출렁인다.

  섬 동쪽으로 낚시를 나갔다. 서거차도와 상죽도 사이의 좁은 해협으로 나갔는데, 물이 들어오고 빠져나갈 땐 물흐름이 장난이 아니었다. 홍수져서 범람하는 큰 강의 물결처럼 힘차게 동쪽으로 빠져나가기도 하고 서쪽으로 밀물져 탕탕히 몰려들기도 했다. 물때만큼 복잡한 것이 있을까? 내륙인으로 체험하지 않고는 쉽사리 익혀지지 않는 것이 아마도 물때인가 보았다. 내륙의 민물낚시보다 바다낚시는 복잡하고 까다롭다. 바다 물고기도 보통 까다로운 놈들이 아니어서 아무 때나 낚시를 덥석 물지 않는단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사리와 조금, 물때를 보고 바람을 느껴 바다로 나간다.  우리 같은 초보들은 그야말로 애송이 낚시쟁이로 어쩌다 낚는 물고기는 횡재하는 거로 생각하면 틀림없다. 육지에서 바다낚시 간다고 갖가지 낚시 장비로 중무장을 하고, 방파제에 나가 쭈그려 앉아 새끼손가락보다도 가늘고 작은 고등어 새끼 따위나 낚는 것은 이곳의 어린애들도 낚시로 여기지 않는다.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이 프로 낚시꾼들이다. 포인트에 나가 수심에 맞게 낚싯줄을 조정하곤 정확하게 원하는 물고기들을 낚아 올린다.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이며 출렁이는 파도 속에 작고 둥근 찌를 바라보는 것만 해도 피로하고 눈이 아릴 지경이었는데, 이곳 사람들은 쉴 새 없이 잘도 낚아 올렸다. 거하게 장구를 갖추고 멋진 포즈를 취하는 낚시채널의 프로낚시꾼의 모습은 아니지만, 거침없이 뿌린 낚시에 힘차게 저항하며 끌려 나오는 물고기들을 건져 올리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상죽도의 좁은 해협에서 원투 낚시로 골창 근처에서 몇 마리 낚았다. 물살이 세서 찌낚시가 어려운 탓도 있었지만, 초보 낚시꾼에게는 찌없는 원투 낚시가 편리했다. 그 덕에 자잘한 노래미나 우럭 새끼들이 많이 낚였지만, 간혹 중짜 정도되는 노래미와 망치들을 건질 수 있었다. 물결이 잔잔한 만으로 이동하여 불을 피우고 나와 친구가 잡은 물고기를 구웠지만 이곳 사람들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해가 빨리 넘어가면, 기온도 뚝뚝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자잘한 손맛에 바닷가에 더 붙어 있으려고 해도 바람이 차서 더 이상 버틸 수도 없었다. 일찍 켜진 포구마을의 부지런한 가로등과 나부끼는 갈대숲에서 깊어가는 가을이 성큼 한 발짝 더 다가왔다.

 

  서거차 아랫말  

 

상죽도와 서거차 해협, 뒤로 보이는 섬이 관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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