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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구름 위의 땅, 안반데기

  일찍이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살인적 무더위다. 평창 계곡에서 하룻밤을 보냈는데, 그곳의 밤 기온은 섭씨 19도 정도였다, 텐트 속에서 자다가 추워서 친구들과 경쟁하듯 서로 이불속을 파고들었다. 이곳을 제외한 한반도의 기온은 한밤에도 30도를 상회했다. 하룻밤 사이 환경이 인간의 행동을 이토록 간사하게 움직였다. 집에서는 에어컨을 켜고도 더워서 웃통을 벗고 몸부림치면서 겨우 잠이 드는데, 이곳은 추워서 이불을 끌어 덮으니...  밤사이 지열 때문에 텐트 안에 촉촉이 물방울이 맺혔다. 텐트가 마르길 기다렸다가 접고 나서 안반데기로 향했다. 평창 진부의 동막골이라는 골짜기 입구 야영장은 별다른 시설이 없음에도 텐트 치는 값으로 3만 원을 걷어갔다. 강원도 산간오지 시골동네 인심도 말이 아니다. 

 

  안반데기는 대관령 IC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으나, 화전민들이 살던 산꼭대기라 길이 좁고 위태로웠다.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횡계리의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은 흔적도 없어 아쉬움이 컸다. 안반데기 산능선에는 거대한 풍력 발전기들이 줄지어 돌고 있었다. 햇빛에 반사되는 하얀 풍력 발전기 날개 때문에 이마 끝이 시렸다. 일본 도쿄에서 서쪽 규슈를 훑고 지난 태풍 종다리는 다시 세력을 얻어 제주 남쪽 해안을 지나 중국 상하이에 상륙한단다. 그 동쪽 바람 덕에 모처럼 미세먼지 하나 없는 하늘을 만났으나 텁텁한 수증기를 한반도로 밀어붙여 폭염을 불러왔다고 한다.  좌우간 맑은 하늘과 선명한 가시거리를 확보할 수 있으니 나에겐 너무 반가운 일이었다. 

 

  안반데기 공터 위엔 이미 많은 차량들로 가득했다. 날이 너무 더운 탓에 카페 안이 시골장처럼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불행하게도 전망대 가는 길은 차량통행을 금지했다. 망설이다 일출 전망대까지만 걸어서 오르기로 했는데, 한낮 뜨거운 햇볕 때문에 움직이는 사람은 친구와 나뿐이었다. 아무튼 그 더위 속에 전망대에 올라 안반데기 다랭이 밭 운유길 반코스를 걸어서 돌았다. 일출이나 낙조시간에 맞췄으면 색다른 풍경을 얻을 수 있겠다. 남보다 반나절 늦거나 빠른 일상적이고 평범한 나로서는 그저 그런 풍경을 만날 수밖에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안반데기는 예전에 화전민들이 밭을 일구고 살던 곳으로 지형이, 떡을 칠 때 사용하는 떡판인 '안반'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유래했다고 한다.      

 

 

  주차장이 있는 카페 앞, 외벽에 붙은 안내 지도는 가로로 180도 뒤집어야 현지 지형과 방향이 맞다. 카페 맞은편에 붙여야 할 지도를 반대 방향으로 붙여놓아 한참 헷갈렸다.

 

  카페옆 그늘에서 바라본 북쪽 멍에 전망대 방향

 

남쪽 일출전망대로 오르면서 돌아본 뒤쪽 멍에 전망대 방향 

 

  일출전망대로 오르는 길

 

  풍력발전기 부근에서 바라본 멍에 전망대 방향

 

  일출전망대에서 바라본 동쪽 방향, 이른 아침에는 붉은 태양을 만날 수 있겠다.  

 

  일출전망대를 지나 안반데기 雲遊길(운유길-구름이 노는 길)을 따라가면서 바라본 북쪽 방향

 

  내려가는 도로 남쪽의 다랭이 배추밭

 

  북쪽으로 향하는 도로 주변

 

  하늘과 맞닿은 감자밭

 

  북쪽 멍에 전망대 방향

 

  뙤약볕 아래 농부들

 

  지나온 남쪽 방향

 

 능선 위의 멍에 전망대와 배추밭에서 일하는 농부들

 

 드디어 출발점이 보였다. 멍에 전망대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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