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

강릉 옥계해수욕장 야영장

  너무 더웠다. 감히 경험도 하지 못했던 40도 안팎의 살인적 폭염에 두문불출했더니 폐인이 된 느낌이었다.  바깥바람도 쐴 겸해서 강원도 영동지방이 더위가 덜하대서 강릉에 갔다. 대관령을 넘자, 하늘이 쾌청한 영서지방과는 달리 옅은 연무가 깔려 있었다. 그 덕 때문인지 기온은 제법 참을만했다. 바닷바람도 살랑살랑 불어 그늘에 들어서면 제법 시원했다.  경포대해수욕장은 이름에 걸맞게 차량들이 운집해서 비비고 들어갈 틈이 없어 엄두도 낼 수 없었다.  해변 모래사장이나 바닷물에서 노는 사람들이 없는데, 이 많은 차량들은 어디서 몰려들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송정해변에서 하룻밤 숙박을 하고, 야영을 해볼 심사에 옥계해수욕장야영장으로 갔다. 

 

  해수욕장 입구부터 울창한 송림이 보였다. 해변으로 나갔더니, sk반도체에서 단체로 캠프를 차리고 있었다.  똑 같은 텐트들이 조밀하게 송림 사이에 설치되었는데, 희한하게도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일반인 텐트들도 주변에 몇이 보였는데, 야영자리로 그리 탐탁하지 않아, 주차장 건너편 솔숲으로 갔다. 키 큰 장송들이 울창한 숲에 바람이 시원하고 드문드문 텐트야영을 하고 있었다. 햇볕이 들지 않는 그늘을 찾아 야영채비를 펼쳤다. 솔숲의 진한 솔향기가 시원한 바람과 함께 상쾌했다. 

 

  오후에 해변으로 나갔는데, 덥고 날씨도 흐려서 수영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아뿔싸 해변 남쪽엔 거대한 시멘트 공장이 있었다. 옥같은 물이 흐르는 골짜기라는 '옥계'해변에 거대한 공룡 같은 시멘트 공장이 우뚝 기립해 있는데, 그 풍경은 해수욕장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송림 야영장에 텐트 밀도가 낮은 이유가 그 때문인지 모를 일이었다. 물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나 소나무만 가득한 야영장으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저물 무렵 마른 하늘에 천둥소리가 요란했다. 비가 올까 노심초사 걱정하고만 있었는데, 다행스럽게 내륙의 먹구름들이 텐트 위로 몇 방울 떨어뜨리고 동해로 빠져나갔다. 일기예보를 보니 산맥 넘어 평창에는 호우가 내린단다. 비 맞지 않는 행운을 기뻐했지만, 바다냄새 가득 묻은 해풍에 온몸이 끈적거렸다. 또 하나, 다행한 것은 희한하게도 모기가 없다는 것이었다. 예로부터 동해해변 모기들은 억세기로 유명한데 그들로부터 자유롭다는 것 또한 행운이었다. 해 넘어 텐트 위 솔숲사이로 별들이 쏟아져 내리지 않을까 기대가 컸었는데, 흐린 날씨 덕분에 깜깜하고 어두운 하늘을 덮고 잘 수밖에 없었다.  초저녁 더위에 모기장 외 텐트문을 모두 개방하고, 텐트 안에서 오손도손 정담을 나누다가 밤늦게 잠이 들었다. 새벽에는 기온이 떨어져 텐트 안이 추웠다. 온밤을 더위에 뒤척이던 생각에 오랜만에 행복감이 들었다. 모기장 위의 덧문을 닫고 자다가 아침녘 새소리에 잠이 깨었다. 이슬을 털며 솔숲 오솔길을 한참 걸었다.  듬성듬성 텐트야영을 하는 여행객들은 텐트밖에 짐들을 수북이 쌓아놓고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예전엔 도둑들이 잠든 사이, 텐트 가장자리를 칼로 찢고 귀중품을 훔쳐가는 일이 많았다. 세월이 변하고 야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요즘엔 밤손님들의 종적이 사라진 모양이다. 아침이슬을 털며 소나무 숲을 거니는 그 운치가 제법 좋았다.  

  참고 : 1박 야영비-15000원

 

 회사 수련회 바닷가 텐트촌

 

  우리가 머물렀던 솔숲 야영장

 

  옥계해수욕장

 

  해수욕장 남쪽에 있는 한라시멘트 공장

 

솔숲 야영장의 아침

 

  화장실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성시 우리꽃식물원  (1) 2018.09.09
정동진 모래시계 공원  (2) 2018.08.18
구름 위의 땅, 안반데기  (8) 2018.08.01
용인 대장금 파크  (2) 2018.05.20
보길도 풍경  (2) 2018.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