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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향기

경복궁과 중국산 대여 한복의 한계

  가을날답지 않게 연일 비가 내리더니 모처럼 비가 그쳤다.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챙겨 경복궁에 들렀다. 월대 공사로 광화문 출입이 막혀있어서 경복궁 서편 고궁박물관 출입문으로 들어갔다. 평일임에도 관람객들이 붐볐다. 내국인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아 보였다. 대부분 한복을 입고 기념사진 찍기에 분주했다. 한복도 한류 탓인가 보다. 궁궐 안이 한복 입은 사람들로 넘쳐 났다. 한복 입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은 좋은 일이긴 하나, 변형된 여성 한복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치마폭을 넓히고 통치마 안에 둥근 테를 넣어 부풀린 것은 우리 고유의 한복 치마가 아니다. 한복치마는 통치마가 아니라 평면으로 된 차마를 허리에 감아 입는 것이다. 대여 한복의 대부분은 통치마로 보인다. 한복 치마에 서양식 맵시를 부린 안목은 대단하다 싶기도 하지만, 제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거북해 보인다. 이왕이면 제대로 전통에 맞게 만들어 입게 하면 좋겠다. 중국에서 값싸게 수입해서 대여하는 퓨전 통치마 한복은 우리 것이 아니다. 중국인들이 한복도 자기네 것이라 우기는 마당인데...   

 

  일제의 만행으로 근정전 앞을 가로막고 세운 총독부 건물을 헐어버리고 본래의 모습으로 복원한 것은 천만 번 생각해도 잘한 일이다. 친일파들은 기념물로 보존하자는 망발을 서슴지 않았으나 민족정기를 위해서 경복궁을 가로막던 총독부 건물을 헐어버린 김영삼 대통령의 결단은 대단한 것이었다. 또한, 군부세력을 정치판에서 제거하고 문민정부를 표방한 것은 김전대통령의 훌륭한 치적이라 생각한다. 다만, 대통령이 되기 위해 자신의 지지세력들을 친일보수진영으로 끌고 들어가 오늘의 동서 대결을 구축한 것과 IMF사태를 야기하여 경제위기를 초래한 것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이들의 야합으로 친일세력들이 횡행하는 오늘의 현실이 개탄스럽다. 광복 후 소탕하지 못한 친일파 세력들이 기득권을 가지고 오히려 득세하는 현실을 후대의 역사가들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과거를 잊으면 미래가 없다는 말이 허언이 아닐진대, 부디 민초들이 깨어나 사라져 가는 민족정기를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 



왼쪽 고궁 박물관과 주출입문인 흥례문

 

근정문으로 건너는 다리 옆에 엎드려 물을 내려다보는 석물.  

 

근정전으로 들어가는 근정문

 

근정전을 둘러싼 회랑의 모퉁이에서 북악산을 등지고 우청룡으로 인왕산을 거느린 근정전의 풍채가 당당해 보였다.  

 

근정전, 신하들의 조하(朝賀)를 받거나 정령(政令)을 반포하는 정전(正殿)으로, 때로는 사신을 맞아들이기도 하고 양로연(養老宴)이나 위로연을 베풀기도 하던 곳이다.

 

천정의 쌍룡 문양

 

근정전 우측문에서 들어다 본 내부

 

근정전 좌측문과 근정전 측면

 

근정전 뒤, 왕의 집무실인 사정전

 

사정전 뒤에 있는 왕의 침실인 강녕전

 

강녕전 왼쪽 전각 연생전 측면, 연생전은 강녕전을 가운데 두고 경성전과 대칭을 이루고 있다. 

 

강녕전 우측 침실

 

교태전 담장 오른쪽의 함원전

 

왕비의 침실 교태전

 

교태전 뒤뜰 아미산과 굴뚝

 

교태전에서 경회루를 보러 우측으로 나왔다. 경회루 출입문 

 

경회루 연못에서 발견된 용(龍) - 고궁박물관 소장

 

경회루 뒤 향원정 앞에 있는 진덕문,

 

진덕문 안 함화당, 고종의 침전으로 고종이 신하들과 정사를 논의하던 곳으로 건청궁과 동일 영역.

 

함화당 오른쪽의 집경당, 고종이 신하들과 경서를 읽던 곳으로 그림과 책들을 보관하기도 했다.

 

집경당 뒤뜰

 

임금님의 정자 향원정, 며칠 동안 비가 내렸음에도 녹조가 심해 보였다.

 

향원정 뒤 고종이 살았다는 건청궁 안 곤녕합과 옥호루, 민왕비의 처소, 민왕비가 1895년 을미사변 때 시해된 곳.

 

건청궁의 바깥채인 장안당, 고종황제가 생활했던 처소

 

건청궁 뒤편 공터 뒤 팔우정, 집옥재, 협길당. 오른쪽 뒤편에 경복궁 후문인 신무문이 있다.

 

다시 향원정과 취향교

 

향원정에서 민속박물관으로 가려다 대비 숙소인 자경전에 들렸다. 예전엔 경복궁과 민속박물관을 자유롭게 오갔으나 요즘엔 나가면 되돌아 들어올 수 없다.

 

사정전 옆, 세자의 처소인 자선당

 

흥례문을 나서자 때마침 수문장 교대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수문장 교대식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광화문 앞 월대 공사 현장, 월대가 완공되면 광화문의 모습이 좀 더 위엄 있어 보일 것 같다. 

 

옛 광화문 앞의 해태와 월대 사진

 

복원 예상도

 

둥근 테를 넣은 반짝이 통치마 퓨전 한복에 대한 담론 

- 경복궁을 집어삼킨 반짝이 대여 한복 -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기사, 다름 아닌 진짜 한복과 가짜 한복을 나누는 논조의 기사다. 경복궁 근처에서 많이 보이는 반짝이 가득한 커텐지 대여한복을 지적하며 진정한 ‘전통’이 사라지고 있음을 걱정하는 내용이 몇 년간 반복 등장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한복을 사랑하고 즐겨 입는 이들의 입맛이 쓰다.

 해당 기사에서는 경복궁 근처 대여한복이 전통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진짜’ 전통한복을 입지 않는 분위기를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반짝이 대여 한복(통칭)의 유행은 서울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1990년 초, 돌잔치 퓨전한복이라는 이름이 붙은 한복이 새롭게 등장했다. 서양 드레스와 한국의 한복을 섞어 화려함을 강조한 느낌으로 지금 우리가 보는 반짝이 한복이라 봐도 무방하며 프릴과 허리 뒤 리본, 금 은박, 링 속치마 형태다. 많은 한복 대여점 관계자들은 제작비와 원가가 매우 저렴하고 찾는 손님이 많기 때문에 당연히 이를 가져다 놓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낮은 제작 단가를 맞추기 위해 중국 시장에서 무분별하게 제작하는 과정에서 장식으로 사용하는 금박, 은박이 우리 전통이라 할 수 있는지 아닌지 제대로 확인하거나 검토할 여유란 없다. 전통에도 박(箔)이 있지만 이는 반짝이 한복에서의 박과는 다르다. 대여한복에서 흔히 보이는 박은 정체불명의 꽃무늬, 원형 무늬로 전통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다. 이에 반해 전통한복에서 사용하는 금박은 금은니(金銀迡), 소금(銷金), 인금(印金), 첩금(貼金), 부금등(付金) 등으로 부르며 전통문양으로는 봉황문, 문자문, 과실문, 새, 곤충문, 화문, 금원문, 테두리문, 불교의 팔보문 등이 있다. 물론 이 내용은 일반 대여 고객은 물론이고 대여 업체 관계자들도 잘 알지 못한다.

 반짝이 한복을 엄밀히 따지면 한복이라는 범주에 넣는 것이 맞다. 값싸고 저렴하며 일회성으로 입는 한복의 대명사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한복’이냐, 아니냐는 사실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매우 많은 대여점에서 한복상품으로 전시하고, 다수 사람들이 반짝이 대여한복을 입고 궁에 출입하다 보니 ‘한복’이 원래 값싸고 저렴한 옷인 것처럼 오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복궁은 일찍이 전통을 지키려는 의도에서 ‘한복 착용자’라는 기준을 만들어 공지했다. 이는 한복 착용자 무료관람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내용으로, 전통한복, 생활한복 모두 무료 관람이 가능하지만 저고리와 치마·바지를 기본으로 남성은 한복바지 형태를, 여성은 통치마·풀치마 형태로 제한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여성이 관복이나 유복을 입었다면 한복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복궁은 사이트에 QnA를 만들어 보다 정확히 기준을 안내하려 노력했지만 성별 제한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경복궁 촬영과 관련해 크고 작은 잡음이 생기고 있다. 한복 무료 입장자 중 대다수가 반짝이 대여한복을 입다 보니, 오히려 제대로 한복을 갖춰 입고 경복궁에 방문하는 입장자를 상업촬영을 하러 온 것으로 오해하는 것이다. 문화재청 경복궁에 올라와 있는 ‘촬영 허가 가이드라인(제23조 및 27조 등 관련)을 살펴보면 결혼사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가족사진, 돌사진, 졸업사진 등의 기념사진을 사진 기사 또는 사진업체가 촬영하는 경우로 한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반인 모델과 취미로 무료사진을 찍는 이들이 상당히 많아 상업성 촬영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다. 촬영 허가 신청을 할 때, 촬영 허가 신청서와 함께 사업자 등록증을 받지만 취미 사진 촬영자에게 그런 서류가 있을 리 없다. 요는 현재 경복궁에서 입은 한복이나 카메라만 보고 상업성 촬영인지 개인 무료 촬영인지 구분하는 기준이 매우 모호하다는 것이다. 요건을 세분화하는 과정에서 ’촬영‘ 목적으로 경복궁을 찾은 모든 이에게 문화재 보존 준수 서약서를 필수로 받을 필요도 있어 보인다. 제대로 된 전통한복이 반짝이 대여 한복에 비해 차별받는 것 같은 상황은 경복궁이 초기에 한복 무료 관람 정책을 만들었던 의도와는 한참 벗어남이 확실하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한복이라는 이름으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여러 형태로 지켜나가려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에는 국가기관 및 문화재 관련자, 수많은 한복인, 한복문화활동가뿐 아니라 일상에서 다양한 한복-경복궁 한복착용 무료 관람 가이드에 포함되지 않는 한복-을 입고 생활에서 전통과 문화를 이어나가고 느끼려는 이들을 모두 포함한다. 제한을 위한 기준이 아니라 발전적인 방향으로 확산적 한복 문화를 공유하기 위해 보다 현명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기자명 권미루 한복여행가 대표   입력 2018.07.06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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