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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차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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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차도 일기 5 넓지 않은 섬이라 동쪽 끝 산등성이로 걸어서 갔다. 우리가 통발을 놓던 동남쪽 해안에서 빤히 보이는 동쪽 산등성이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다만 이곳 대부분의 산길이 그렇지만 사람들의 통행이 거의 없어 도로의 흔적만 남아 있기 때문에 우거진 잡초 사이를 헤치고 걸어야 했다. 조심스러운 것은 곳곳에 살모사나 까치 독사들이 서식하고 있어 까딱하면 물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섬주민들처럼 장화 신고 산을 오를 수 없는 일이어서 각별히 조심해야 했다. 동쪽 끝 산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망망한 수평선 위에 크고 작은 무수한 섬들을 띄우고 있었다. 해무 때문에 시계는 그리 좋지 않았지만 올망졸망 떠있는 검푸른 섬들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지도를 보며 익힌 섬이 눈앞의 상죽도와 동거차도, 감투 두 개가 산 꼭..
서거차도 일기 2 섬 날씨는 참으로 변덕스러웠다. 햇볕이 쨍하다간 이내 구름으로 덮이고, 그러다간 또 햇빛이 나온다. 오늘은 주로 서거차도 항만 주변을 거닐며 소일했다. 항만으로 뻗은 야산 두 개를 반반씩 쪼개어 연안을 메우고 부두와 방파제를 쌓았다. 그 덕에 작은 섬마을에 걸맞지 않은 대규모의 항만을 갖추었다. 항만은 인근의 어선들이 모두 집결해도 넉넉하게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매일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연락선은 팽목항발 9시 50분 배인데, 짝수날은 같은 시간대에 두 척이 출발한단다. 아침부터 항만을 지켜보고 있자니, 수시로 연락선들이 들어왔다 나가곤 했다. 이른 아침 물고기 상자들을 싣고 가는 연락선부터 쾌속으로 다니는 행정지도선까지 호수같이 잔잔한 항만의 물살들을 드믄드믄 가르고 있었다. 오히려 어선의 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