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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서거차도 일기 2

  섬 날씨는 참으로 변덕스러웠다. 햇볕이 쨍하다간 이내 구름으로 덮이고, 그러다간 또 햇빛이 나온다. 오늘은 주로 서거차도 항만 주변을 거닐며 소일했다. 항만으로 뻗은 야산 두 개를 반반씩 쪼개어 연안을 메우고 부두와 방파제를 쌓았다. 그 덕에 작은 섬마을에 걸맞지 않은 대규모의 항만을 갖추었다. 항만은 인근의 어선들이 모두 집결해도 넉넉하게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매일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연락선은 팽목항발 9시 50분 배인데, 짝수날은 같은 시간대에 두 척이 출발한단다. 아침부터 항만을 지켜보고 있자니, 수시로 연락선들이 들어왔다 나가곤 했다. 이른 아침 물고기 상자들을 싣고 가는 연락선부터 쾌속으로 다니는 행정지도선까지 호수같이 잔잔한 항만의 물살들을 드믄드믄 가르고 있었다. 오히려 어선의 출입이 여유로운 편이었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거차도의 풍경은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만 하루종일 바빠 보였다.

 

  점심을 먹고 섬 동쪽으로 가서 낚시를 했다. 문득 잔잔한 수면 위로 소용돌이가 일었는데, 놀랍게도 물고기 떼들이 유영하고 있는 것이었다. 처음 보는 장관에 놀라기도 했지만 기대감도 컸다. 어제와 달리 바람도 없어 두어 마리 기대를 했건만 애석하게 미끼로 쓰는 새우 등살만 물살에 뜯겨나갈 뿐 한 마리도 낚지 못했다. 함께 한 친구만 작은 노래미 한 마리를 건져 올려 그나마 낚시 손맛을 봤다고 위로할 수 있었다.

 

 오는 길에 주민들에게 물으니, 낚시도 물때에 따라 다른데 다음 달 초순경에나 제법 손맛을 볼 수 있으리라 한다. 물고기 잡는 것도 때가 있어 그 기회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사람과 기계의 능력만을 믿고 살아온 도시인들이 자연에 순응하며 때를 기다리는 어민들의 지혜를 하루아침에 따라갈 수는 없는 일이겠다.

 

 

 저물 무렵, 섬의 서쪽 높은 언덕에서 병풍도와 맹골도를 조망했다. 거차도엔 소나무가 대부분인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이 말라죽고 있었다. 소나무를 감싸고 올라가는 담쟁이들이 상당히 많아 보였는데, 담쟁이 감기지 않은 것들도 죽어가는 것을 보면, 제선충이 창궐해서 그런 건 아닌지 모르겠다. 행정력과 인력이 미치지 못하는 낙도 오지라 소나무들도 대우받지 못하고 불쌍하게 말라죽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간단히 용무만 보고 떠나가는 연락선

 

시간이 멈춘 듯 한낮에도 정적만 떠도는 서거차항

 

어부가 갓 잡아 올린 씨알 굵은 우럭들, 고기상자에 담겨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거차항 마을

 

방파제에서 바라본 항만, 가두리 양식장은 아마도 폐기한 듯...

 

항만 서쪽의 모래미 마을

 

방파제에서 바라다보는 동거차도와 병풍도

 

세월호의 한이 서린 병풍도

 

선박들을 항만으로 유도하는 등대, 붉은색과 흰색, 두 개의 등대가 항로를 알리고 있었다. 빨간색 등대 쪽이 접안 시설이 있는 항만을 알리는 표식이란다.

 

항만의 동쪽 바다. 좌측 건너편은 또 다른 섬인 죽도이고, 가운데 섬이 병풍도

 

좌측이 서거차도, 가운데가 상죽도 오른편이 하죽도, 상죽도와 하죽도만 작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가운데 섬 그림자 부분에서 제법 커 보이는 물고기가 뛰고 있어 가슴 설레게 했다.

 

소용돌이처럼 떼를 지어 유영하는 물고기 떼...

 

노래미 한 마리 낚아 올렸다.

 

어지럽힌 현장을 청소하며 주변의 쓰레기들을 주워 모았다.

 

서거차도 서쪽 끝으로 가는 길, 담쟁이들이 소나무를 감고 있었다. 솔잎이 거의 없는 소나무들이 신음하는 듯 안타까워 보였다.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병풍도

 

해무 위에 떠있는 맹골도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소나무 군락

 

서거차도 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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