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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서거차도 일기 3

 새벽녘, 닭울음소리에 잠을 깼다. 검푸른 하늘엔 별이 총총한데, 북두칠성과 북극성 카시오페아가 선명하게 빛났다. 이름 모를 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새벽이슬이 비처럼 내렸다. 가랑비처럼 떨어지는 이슬의 촉촉한 감촉이 나쁘진 않았다. 이슬을 맞으며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새벽 공기로 심호흡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은 서거차에서 제일 높은 산에 오르기로 했다. 

 

  서거차항만을 타박타박 걸어서 이웃마을 모래미 동네길로 올라서며 산행을 시작했는데, 최고봉인 상마산에 레이더 기지가 있어서 길은 넓었지만, 통행이 없는 탓으로 숲이 우거져 원시림 속을 헤치고 가는 것 같았다. 지나는 길에 달래꽃, 찔레꽃, 산딸기, 싸리꽃들이 흐드러지고 있었다. 정상에 오르자 사방이 탁 트여 전망이 통쾌했다. 애석하게도 세월호 참사 때문에 아름다워야 할 맹골도리가 한스러운 모습으로 바다 위에 길게 떠 있었다. 한스러운 맹골수로로 한 두 척의 어선이 무심하게 교차하며 지나고 있을 뿐이었다. 레이다기지를 가운데 두고 한 바퀴 돌아 사방을 조망한 후,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뒤로 남기고 산에서 내려와 어제 낚시하던 바다로 나갔다. 어제 던진 통발을 건져보니 소라 몇 개와 노래미와 우럭이 들어 있었다. 차승원이 삼시세끼 통발엔 물고기들이 풍성하게 들더니, 여기 통발은 별로 신통치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동네 어부에게서 우럭 한 마리를 샀다. 3kg에 3만 6천 원, 내 생전 처음 보는 엄청난 우럭이었다. 그 덕에 저녁식사는 다른 반찬 없이 우럭회로만 대신했다. 내륙에선 이룰 수 없는 호사를 누리는 셈이다. 상추 한 잎에다 크게 썰은 우럭 한 점에 부추무침 한 젓가락, 마늘조각 하나를 올려 한 입에 넣고 씹는 맛이란... 통발로 잡은 고동은 또 다른 별식이었다. 저녁식사 후 밖에 나서니 벌써 어둠 속이었다. 한 발짝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 하늘에 박힌 별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가까운 숲에서는 반딧불이 이리저리 신나게 제 세상처럼 날아다니고...

 

 소나무를 타고 오르는 담쟁이... 아깝게도 소나무들이 말라죽고 있었다.

 

거차분교 옆에 있는 서거차 중앙교회

 

  모래미 마을과 우리가 오를 해발 150m의 상마산

 

등산길 곁에 있는 서거차교회

 

모래미 마을을 등지고 산으로 올라 갔다.

 

중턱에서 뒤돌아본 모래미 마을과 서거차항 해안

 

말라죽어가는 소나무들

 

터널처럼 우거진 숲길

 

서거차도 동쪽 풍경.  오른편이 병풍도, 왼편이 동거차도. 세월호의 참사가 안타깝고 한스럽다.

 

동거차도 너머는 관매도이다.

 

서거차도 서편의 맹골도

 

상마산 정상의 레이다 기지

 

내려오는 길가, 달래꽃

 

이름 모를 들꽃

 

 소나무를 감고 있는 담쟁이넝쿨, 담쟁이만으로도 버거울 텐데, 제선충이 습격해서 숱한 소나무들이 말라죽고 있었다.

 

동쪽 바닷가로 나가 통발에 밑밥을 바꾸었다.

 

어제 놓은 또 다른 통발을 끌어올렸다.

 

 오늘 수확은 노래미 두 마리였다.

 

3kg짜리 우럭, 머리통이 반이지만 크기가 보통이 아니어서 단단한 육질로 식감이 좋았다.

 

통발 속에 들었던 운 나쁜 녀석들

 

검소했지만 성찬이었던 저녁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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