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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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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가을은 쓸쓸한 계절이다. 팔랑팔랑 낙엽 지는 모습만 봐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계절에, 날씨마저 을씨년스러워서 쌀쌀한 바람마저 옷깃을 여미게 했다. 고운 단풍들이 사라지기 전에 느껴보자고 떠난 산행이 남한산성으로 바뀌었지만 그런대로 아쉬움은 달랠 수 있었다.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가을산성을 찾았다. 공사 중이었던 동문을 다시 보며 성벽을 따라 걸었는데, 양지바른 곳에선 이미 단풍들이 말라 오그라들었다. 산성 모퉁이 그늘진 곳에서나 아직 바래지 않은 단풍들로 위안을 삼으며 등반했는데, 산구비가 험하고 비탈길도 거칠어서 성벽을 끼고 오르는 산행이 그리 만만치 않았다. 동문에서 북문 구간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음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어서인지 성벽 구조물들은 부서지고 떨어진 채로 방치되고 있었다...
남한산성 작년에 유네스코 기념 세계문화재로 등록된 남한산성. 1636년 병자호란의 치욕이 깃든 산성이다. 1597년 왜란이 끝난 후 그 교훈을 새기지도 못한 채, 40년 후 만주족의 침략에 변변히 대응도 하지 못하고 이 남한산성에 숨어 항거하다가 결국 항복하고 말았다. 그 후 274년 후인 1910년에 왜적에게 나라를 송두리째 뺏기고 식민지로 36년을 보내게 되었다. 지금의 국내 정치판도 왜란 당시나 호란, 한일합병 당대보다 좋을 것은 하나도 없을 성싶다. 정치판에서 그들만의 이전투구에서 민심은 안중에 없고 눈앞의 부정한 재물에만 탐욕스러우니, 정부의 꼬라지가 볼성사납기 그지없다. 윗물부터 맑아야 한다는 옛말도 그저 옛말로만 전하나 싶다. 어디부터 잘못되었을까. 아마도 우리 한국인의 유전자에 정의는 없고 현실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