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풀렸다. 불어오는 바람에도 포근함이 배어있어 겨울바람처럼 쌀쌀하지 않았다. 다만 예년에 들어보지 못했던 미세먼지에 희뿌연 하늘 탓으로 썩 유쾌한 나들이는 아니었다. 연못가 나무들에도 새봄의 푸른 기운이 돌고 있었고, 병충해 예방을 위해 태워버린 잿빛 잔디밭에도 파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봄빛을 제일 먼저 알리는 산수유는 아직도 봉오리만 잔뜩 머금고 있을 뿐 꽃망울을 터트리진 않았다. 그래도 봄이다. 그저 아무런 목적도 방향도 없이 한나절을 봄볕 속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