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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서거차도 일기 9

  하루종일 안개가 몰려왔다. 가까운 남쪽바다로부터 끊임없이 밀려와서 그 앞뒤를 가늠해 보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안개는 비릿한 냄새를 풀어헤치고 바람소리를 내며 남쪽으로부터 상륙해서는 들판을 가로질러 산등성이를 타고 북쪽 바다로 떼 지어 몰려갔다. 온종일 그렇게 끊임없이 밀려왔다 떠나갔다. 그렇지 않아도 제한된 시계를 가진 이 작은 섬에서 눈앞에 보이는 것은 몇 미터의 바다와 몇 척의 어선들과 마을의 작은 집들이었다. 안개 때문에 통통거리며 조업에 나서던 배들도 하릴없이 부두에 정박해 있고, 하루 한 번 들리는 정기여객선도 발이 묶여버렸다. 바쁠 것 없이 시간만 멈춰버린, 이 작은 섬엔 안개와 해풍과 파도만 부지런하게 하루종일 밀려오고 떠나갔다.

 

안개 때문에 산에도 가지 못하고 소일 삼아 항만에 붙은 마을의 도로를 따라 걸었다. 오분도 걸리지 않을 그 길에 마을의 모든 역사가 담겨있는 듯, 퇴락한 건물부터 새로 지은 주택까지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한 때 풍어로 이 마을이 번성했을 때, 성황을 누렸다는 이 층집, 이젠 폐쇄되어 굳게 잠긴 자물쇠마저 녹슬어버린 파출소와 부서져 무너질 것만 같은 예비군 무기고, 예비군이 한 명도 없을 이 마을에 한 때 무기고까지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허물처럼 껍데기만 남은 빈 집 몇 채...  앞을 볼 수 없는 안개처럼 이 마을의 미래를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서거차항

 

여객선 부두, 여객선은 모두 차를 실을 수 있는 페리호만 다닌다. 여객선마다 부두의 경사면에 앞머리를 내리고 자동차, 화물, 사람들을 태운다.

 

철 지나 맞지 않는 운항시간표 한 장만이 뎅그러니 붙어있는 대합실. 파고 3미터가 넘거나 안개가 끼면 연락선은 운행하지 않는다.

 

부두 앞에 있는 마을 표지석

 

서거차항 준공 기념비

 

항만에 인접한 마을의 주요 기관, 해양경찰지소, 보건진료소, 어민회관...

 

한 때는 파시가 열릴 정도로 큰 마을이었단다. 그때의 영화를 보여주는 쇄락한 2층 건물

 

 예비군 무기 창고

 

부두 앞 마을

 

윗말로 들어가는 초입에 있는 정자

 

부두 뒤 마을의 묵밭 

 

마을 교회

 

부두 앞 마을, 면 출장소

 

바다에 나갔으나, 안개만 보일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낚시도 되지 않았고, 통발 소득도 없었다.

 

수확 없이 통발청소만 했다. 내일의 소득을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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