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안개가 밀려왔다. 서거차중앙교회 목사님이 이 섬의 동북쪽 산정의 전망을 안내해주기로 했는데 날씨가 좋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오후가 되자 하늘이 개기 시작했다. 그러나, 망망대해 위 조각배같은 대한민국 서남단, 이 끝섬의 날씨는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해무때문에 시계가 제한적이어서 안타깝긴했지만 나에게 허락된 시간도 여유가 없어서 훗날을 기약할 수 없었다.
북동쪽 해안에서 가파른 비탈을 조심스럽게 오르기 시작했다. 비탈의 왼쪽발 아래론 수십길 낭떠러지여서 오를수록 간담이 서늘해졌다. 산정에 오르자, 서거차도는 물론 동거차도까지 한 눈에 조망되었다. 안타깝게도 해무때문에 주변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은 볼 수 없었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만으로도 가파른 산비탈을 올라 잡목을 헤치며 등정한 보람이 있었다.
서거차도는 동북서쪽은 높고 남쪽은 낮아 두 개의 큰 골짜기가 북쪽으로부터 남쪽으로 뻗어내려 평지를 이루었는데, 그 두 곳에 마을이 있다.동쪽에서 서쪽에 이르는 해안선은 높은 바위산으로 파도에 깍여 수십길 벼랑이다. 남쪽으로 향한 두 개의 골짜기 평원에 마을이 형성되고 넓은 항만이 조성되어 살기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마을 윗쪽에 천연 샘으로 된 상수도 저수지가 있어 가뭄에도 급수에 문제가 없는 천혜의 섬이다.
땀흘리며 힘들게 올라오긴 했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을 누린다는 것을 홍복으로 여겼다. 향후, 이곳에 사람들이 오르기 쉽도록 등산로를 만들고 전망대를 설치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천혜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수 있을 것이다.
가파른 동북쪽 해안선을 끼며 산행을 시작했다. 가파른 비탈이긴 했지만 잡목이 없어 비교적 순탄한 산행이었다.
비탈의 중간쯤에서 1 차 휴식중...
골짜기 샛길로 우리가 지나왔다. 남쪽으로 밋밋하게 뻗어나가고 북쪽이 가파른 서거차의 지형이 한 눈에 보였다.
북동쪽 해안.
뒤돌아 본 벼랑길과 마을 북쪽 해안
능선을 타고 구비를 돌았다. 발길 아래는 수십길 벼랑
작은 산등을 하나 넘어 북동으로 전진했다. 뒷방향
뒤로는 수십길 벼랑. 해무때문에 섬들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경관이 장쾌하였다. 험한 길을 안내해주신 서거차중앙교회 목사님..
서거차도 북동 끝에서 바라본 서거차도 전경. 오른 쪽 멀리 희미한 섬이 동거차도
북쪽 능선의 끝
위에서 아래로 내려본 골짜기와 벼랑, 아찔해서 콧등이 찡하면서 어질어질 현기증이 일었다.
서거차도 동북해안과 하죽도, 그너머가 동거차도. 안타깝게도 해무때문에 가까운 대마도와 관매도는 보이지 않았다.
서거차도 서쪽 해안 능선
동북쪽 해안선과 동쪽 전망, 멀리 보이는 섬이 동거차도
다시 북쪽해안을 따라 잠시 되돌아 갔다.
교회 강아지 흰둥이까지 벼랑길을 따라, 짧은 다리로 잘도 따라 다녔다.
동쪽으로 하산하며 바라본 전경. 내려오는 길은 숲이 우거져 매우 힘들었다. 목사님이 앞장서 흔적만 있는 숲길을 헤치고 길을 뚫어주셨기에 간신히 하산할 수 있었다. 초행자는 탐색불가한 상황이었다. 독사가 걱정되었으나 다행히 만나지는 않았다.
친구가 찍어준 사진... 서거차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오랜 추억이 될 것이다.
날씨가 좋으면 다시 올라 다도해 풍경까지 섭렵하려 했지만 날씨가 흐리고 바람따라 짙은 해무가 밀려와 뜻을 이룰 수 없었다. 연이어 날씨가 흐리고 해무가 몰려들고, 파도까지 큰 소리를 내면서 끊임없이 해안을 하얗게 할퀴고 있었다. 애석하게도 내가 볼 수 있는 서거차도의 풍경은 여기까지였다.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었던 흰둥이, 그간 꽤나 정들었다. 서거차도와 함께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예쁜 녀석이다.
서거차도 대합실 옆에 있는 안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