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거센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렸다. 아침에 창문을 여니 빗방울이 들이쳤다. 먼 바다 파랑주의보가 발령되었단다. 오늘부터 배가 뜨지 못한다. 이제 이 섬은 들어오는 배도 나가는 배도 없는 고립무원의 섬이 되는 것이다. 진도항과 가까운 조도까지는 배가 운행한다는데, 이곳은 먼 바다라 보니 내륙과 교통이 단절된 섬이 되고 말았다.
떨어지는 빗방울이 성글어질 때, 바다구경에 나섰다. 두터운 파카를 뒤집어 쓰고 밖에 나가니 비는 그쳤으나, 서북풍이 세차게 불었다. 이따금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 때문에 방파제로 나가는 몸이 휘청거리기도 했다. 바람 소리가 하도 웅장해서 조금 공포스러운 분위기였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바다에 나갈 때는 혼자 가지 않는단다. 행여 바닷가에서 낙상하거나 파도에 휩쓸리게 되면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혼자 나가서 실종된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니, 수긍할만한 일이었다.
뒷바람이 몰아치면서 바람이 먹구름들을 몰고 남쪽으로 내려간다. 조금씩 섬 뒤쪽부터 하늘이 열려 푸른빛이 감돌더니 한 시간 사이에 발가벗듯 벌거숭이 푸른 하늘이 드러났다. 변화무쌍한 것이 바다날씨라더니 정말 그랬다. 항만을 지나 방파제에 서서 대자연의 변화를 지켜보다가 남녘 병풍도에 시선이 꽂혔다. 병풍도 머리 위엔 아직도 먹구름이 쌓여 있었다. 그곳의 구름들도 서서히 벗겨나가 검푸르고 우중충하던 병풍도의 모습이 밝아지고 있었다. 바지선을 띄워놓고 인양작업하는 사람들도 걱정이다. 이런 날씨라면 작업할 수 없지 않을까...
오후가 되자 바람이 다소 잠잠해졌다. 낚시를 들고 하죽도 해협으로 나갔더니 물이 빠지고 있었는데, 조류가 어찌나 빠르고 급하게 소용돌이치며 돌아가는지, 장마 때 바라보는 홍수난 강물 같았다. 낚시를 담갔으나 물살이 거세 낚시추가 격랑 속에서 중심을 잡지 못했다. 우럭 한 마리, 바다장어 서너 마리를 겨우 걷어 올린 후 결국 낚시는 암초에 걸려 끊어지고 말았다. 추위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도 없어 낚시를 포기하고 돌아왔다.
먹구름 덮인 만조의 거차항만
거차항만 증축공사를 위한 모래와 자갈 수송선, 작업을 하기 위해 밧줄로 단단해 동여매고 있었다.
서북쪽부터 하늘이 조금씩 벗겨졌다.
먹구름 덮힌 병풍도
조금씩 구름이 동남쪽으로 몰려갔다.
가운데 멀리 보이는 곳이 물살이 세다는 맹골군도
서거차도 모래미 마을
맑아진 서거차항만
서거차항만 풍경
해질 무렵 야외만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