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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영산홍이 활짝 핀 방화수류정

  한국인의 조급성은 우리나라 자연적 환경 때문이다. 철마다 풍광이 달라, 한 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 해를 기다려야 한다. 애들 놀이인 딱지치기, 구슬치기, 자치기, 연놀이들도 모두 그때가 있다. 어릴 적 정월 보름 지나 연을 날리면 상놈이라 놀리기도 했었다. 앞산에 진달래가 피기 시작하면 진달래를 봐야 하고 벚꽃이 흐드러지면 그 꽃이 지기 전에 구경을 해야 하고 철쭉꽃이 화사하면, 철쭉을 보러 가야 한다. 1년의 농사도 마찬가지다. 파종기를 놓치면 그 해 농사는 절단 난다. 계절마다 과일과 채소가 다르다. 요즘엔 소득을 높이기 위해 철 이른 과일과 채소들을 생산해서 성질 급한 고객들을 유혹한다. 

 

  철따라 유명한 명소들을 방문하지 못하면 극성스러운 대중들의 대화에서 소외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산악회마다 1년 치 등반 스케줄이 대동소이하다. 계절마다 특색 있는 산들과 계곡이 순서대로 등록되어 있다. 봄꽃 소식을 제일 먼저 알리는 매화 철엔 광양 매실농원, 벚꽃철엔 진해 군항제, 진달래 철이면 여수 영취산이나 강화 고려산, 철쭉꽃 필 때는 합천 황매산이나 운봉 지리산 바래봉 등등... 대부분의 산악회들의 방문지가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모처럼 산을 오르면 유명한 산들마다 인산인해를 이루어 풍광보다 앞사람 엉덩이만 쳐다보다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동네에 만개한 영산홍들을 보며, 그 꽃이 지기 전에 방화수류정을 보러 나갔다. 다행하게 푸른 하늘에 먼지도 없어 나들이 하기 참 좋은 날이었다. 그런데 방화수류정 그늘 아래 영산홍은 아직 활짝 피지 않았다. 양지쪽은 화사한데 그늘진 곳은 이제 꽃봉오리들이 막 벌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세상 이치가 양이 있으면 음이 있으니 그리 서운한 일은 아니겠다.  서늘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타박타박 방화수류정 주변을 걸으며 모처럼 봄꽃향기 그윽한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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