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

조선왕조의 고향, 전주

 

  삼사 년 만에 방문한 전주 경기전이었다.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자마자 폭우가 내렸다. 우산 속으로 밀려드는 빗방울들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갑자기 스콜처럼 쏟아지는 비에 낭패를 본 것은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보지 못했던 많은 한복대여점들이 성업 중이었다. 저마다 때깔 고운 한복들을 차려입고 나들이 중이었는데 억수로 비가 쏟아지니 어찌할 줄 모르고 허둥대고 있었다. 아마도 한복 입은 사람들이 서울의 고궁보다도 많았다. 한옥마을 골목마다 삽시간에 한복거리가 된 것도 상점들이 늘어선 것도 예전에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어서 세월의 격변을 느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수년만에 상전벽해가 된 듯, 너무 놀랐다. 신발마저 비에 흠뻑 젖어 질척거려 불편했지만, 비 내리는 풍경도 색달라서 그리 나쁘진 않았다. 다만 우산을 쓰고 비를 피해 사진 찍는 것이 쉽지 않았다. 비를 맞으며, 경기전과 전동 성당, 부근의 한옥마을을 두루 둘러보았다.     

 

 한옥마을 풍경

 

 

  경기전(慶基殿) 정문 앞, 경기전은 태조 이성계 어진을 모신 곳이다. 입장료 삼천 원.

 

  왕릉의 사당처럼 가운데 정자각을 두었고, 정자각 좌우에 회랑을 붙였다. 정자각 안에 태조의 어진이 봉안되어 있다.

 

 

  전주 사고, 임진왜란 때, 이곳의 실록들을 정읍 내장산으로 도피시켜 전란의 화를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어진 박물관 내부, 좌로부터 순종, 고종, 철종 어진...

 

  좌로부터 정조, 영조, 세종의 어진...  모두 여섯 분의 어진(복제품)이 모셔져 있다.

 

  태조의 밀랍인형, 어진을 바탕으로 유리관 안에 태조 밀랍인형을 만들어 모셨는데, 조선을 개국한 태조대왕을 좁은 유리 상자에 모셨다는 것이 오히려 불경스러워 보였다.

 

  비는 하염없이 내렸다. 경기전 밖 전동성당으로 갔다. 우뚝 솟은 세 개의 청동 돔이 고풍스럽다.

 

  성당 앞 순교자 동상

 

  오목대, 한옥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는 작은 동산 위의 누대,  이성계가 황산벌 전투에서 왜구들을 물리친 후, 이곳에서 연회를 베풀어 병사들을 위로했다고 한다.

 

  오목대에서 내려가며 둘러본 한옥마을 전경.

 

  한옥마을 공영주차장 맞은편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높고 깔끔한 현대식 건물 외벽에 붙은 차림표를 보니 비빔밥 값이 다른 곳보다 저렴했다. 9000원짜리 놋그릇 비빔밥을 주문했는데, 인심 좋다는 전라도 식단과는 사뭇 딴 판이었다. 놋그릇에 담긴 비빔밥 한 그릇과 작고 흰 사기그릇에 담긴 냉콩나물국 하나, 간장종지만 한 반찬 접시 세 개에 각각 잘게 썬 단무지, 김치, 무생채 반찬이 전부였다. 차라리 전주 유명 비빔밥 집이나 전주를 벗어나 식사를 하는 것이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비빔밥 값은 12000원, 육회 비빔밥은 13000원이다. 별식으로 먹어보는 것이지만 지나치다 싶다. 공영주차장 요금은 기본 30분에 1000원인데, 30분 초과 때마다 15분에 500원이니, 1시간에 2000원인 셈이다. 가족들과 모처럼 들렸던 전주였는데 점점 상업화로 치닫는 한옥마을의 풍경들이 아쉽고 서운해졌다. 

 

 

http://fallsfog.tistory.com/176

 

http://fallsfog.tistory.com/177

 

http://fallsfogs.tistory.com/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