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삐라를 뿌리듯 바람에 나뭇잎들이 햇빛에 반짝이며 공증에서 나풀거리다가 날려서 떨어진다. 어느덧 나목들이 앙상한 뼈대를 남기곤 찬바람에 떨고 있다. 환절기 알러지 때문에 마스크를 쓴 탓에 날숨을 내쉴 때마다 안경알에 김이 서린다. 안경 렌즈에 주방세제를 바르면 괜찮다고 해서 시도해 봤지만 자주 해야 효과적인 모양이다. 몇 번 하다가 게으른 탓으로 그만두었더니 증세가 심해져서 다시 도포해야 하겠다. 김서린 렌즈에도 불구하고 노랗게 빨갛게 또는 주홍색으로 물든 가을나무잎들이 몽환적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아침에 뿌옇던 하늘이 오후엔 맑고 푸른 하늘로 바뀌는 변화가 신통하다.
가을빛을 따라서 마을 뒷산에 오른다. 해발 192m의 야산임에도 언덕을 오를 때면 땀이 흐른다. 골짜기에선 깊은 산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맑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북으로부터 남쪽으로 뻗어가는 산맥인데, 동서남북이 큰 차도로 모두 끊겨 섬처럼 고립되었다. 그럼에도 동쪽 사람들은 들쥐떼인 양 산자락을 야금야금 파고들어 수직에 가까운 절개지를 만들고 그 아래 산 높이만한 고층 아파트와 빌딩들이 들어섰다. 산 중간 골짜기엔 주택들이 다랭이 밭처럼 정상을 향해 차곡차곡 포개져 오르고 있다. 고압선 철탑 아래까지 레고블록 같은 타운하우스들이 차올랐다. 그 가운데 고속도로까지 관통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이십여 년 사이에 복잡만잡한 세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어쩌다 너구리나 고라니 새끼들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러나 저러나 인간 두더지들의 끝없는 욕심이 안타깝다. 가까운 곳에 있는 백 년 넘은 초등학교 교가에 등장하는 지역의 대표적 명산임에도 우리 다음 세대에 이르면 산 전체를 개발의 미명으로 통째로 드러낼지 모르겠다.
산길을 걷다 보면 곳곳에 꺾어져 누운 나무들이 시름없이 썩어가고 있다. 나에게 봄을 제일 일찍 보여주던 산중턱 양지녘의 샛노랑 꽃 생강나무와 찬 바람도 멈추는 남향받이 작은 무덤 터에 무성하던 황매화 군락들도 고사하여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눕거나 혹은 똑바로 선 채로 썩어가는 고목에 작은 버섯들이 자란다. 예전 같았으면 화목으로 일찍이 사라졌을 쓰러진 나무들이 그 자리에서 조금씩 천천히 삭아서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다. 등산로에 가로 걸린 고목들만 사람들이 모터톱으로 잘라 길옆으로 치워두었을 뿐이다. 떨어지는 낙엽이 사람들의 인적보다 많아 등산로를 덮은 곳이 부지기수이다. 예전부터 다녔던 짐작으로 산길을 찾아 걷는다. 때론 눈처럼 미끄러워 중심을 잃기도 하지만 조심조심 벼랑길 걷듯 산행을 이어간다. 점점 빠르게 저무는 햇살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마을이 가까워지자 낙엽들을 몰아내는 송풍기 소리가 요란하다.
들머리




동편 산비탈을 깎아내고 송전탑 아래까지 들어선 정동향의 주택들




정상으로 오르는 길



정상 표지석과 쉼터


정상 능선 남쪽의 운동 쉼터, 누군가 하나 둘 가져다 둔 벤취 프레스와 덤벨, 아령들.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

삼거리에서 동편으로 내려가는 등산로




동편 중턱을 돌아 되돌아오는 길, 산비탈을 수직으로 들어내고 지은 고층 아파트



정상 우회로, 북쪽으로 돌아가는 등산로




능선 서편을 우회하는 등산로, 인적이 거의 없어 산길이 험하고 거칠다.



다시 정상 쉼터

정상에서 곧바로 서쪽 도심으로 바로 내려가는 길





생태공원의 작은 출렁다리




산 아래 마을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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