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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폭설 첫눈

 첫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으나, 날씨가 너무 맑아 해넘이쯤 친구들과 저녁을 함께 했다. 식당에서 한참 저녁을 먹고 있노라니 창밖으로 흰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첫눈을 보면 그저 아름답고 마음이 설렌다. 식사 후 눈을 맞으며 찻집에 들어가 담소하고 있을 때, 창밖에 내리던 눈은 폭설로 바뀌어 있었다. 펑펑 쏟아지는 눈을 보자 걱정이 앞섰다. 차를 가져온 친구가 걱정이 되어 찻집에서 나왔다. 쏟아지는 눈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지상 주차장의 자동차엔 이미 눈이 수북이 쌓였다. 급한 마음에 앞과 옆 유리창에 쌓인 눈을 손으로 쓸어내고 불안한 마음으로 친구를 전송했다. 떠나는 뒷모습을 보니, 미처 뒷 유리창의 눈을 쓸어주지 못했다. 가까이 가 눈을 치우려고, 멈추라는데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급히 떠났다. 뒤를 보지 못하고 운전할 모습이 불안해 보였다.   

 커튼을 열고 빼꼼히 창밖을 내다보니, 눈은 벌써 그쳤다. 큰길에는 쉴 새 없이 운행하는 자동차들에 도로 위에 쌓였던 눈들이 녹아 질척거렸다. 등산화를 꺼내 신고 밖으로 나왔다. 나무마다 눈꽃들이 예쁘게 내려앉았다. 눈이 내리면서 기온이 상승하여 나뭇가지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보도에 내린 첫눈을 밟을 때마다 뽀드득거리는 소리가 상쾌했다. 인적이 뜸한 보도의 눈을 밟으며 동네 한 바퀴를 돌아왔다. 공원에는 눈 내린 풍경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짓밟힌 눈은 미끄러워 얼음판이었다. 겨울의 문턱에서 바람처럼 지나가는 첫눈을 폭설로 맞았다.  마치 여름에 한두 시간 소나기를 뿌리고 햇빛을 보이는 여우비마냥 내렸던 폭설 뒤의 밤하늘은 푸르고 깊었다.      

 

찻집 밖에 내리는 눈

 

삽시간에 도로를 덮은 폭설

 

눈 그친 뒤, 앞뜰 나무 위에 내린 눈꽃

 

뒷 공원 단풍나무에 내린 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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