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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황학동 벼룩시장

  신당동 전철역을 나오자마자 길바닥 좌판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크고 작은 공구들부터, 시계, 인형, 장신구, 구제 의류 등등이 도로를 따라 길거리에 널려 있었다. 에전에 종로 거리에서 봐왔던 노점상들이 이리로 다 모였나 보다. 한두 점을 깔아놓고 추운 날씨에도 임자를 기다리다 지쳤는지 쭈그리고 앉아 졸고 있는 상인부터 높은데에 올라가 큰소리로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까지 참으로 각양각색이었다. 아마도 구하지 못할 물건이 없으리라 싶었다. 해병대, 공수부대, 육군 군복부터 그럴싸한 동양화, 서양화, CD, 캠코더 필름, 정력제, LED TV, 라디오, 카셑, 차량용 오디오, 썬그라스 등등등...  필카에서 디카까지, 수북히 쌓아놓은 핸드폰, 핸드폰 밧데리, 고장난 것부터 사용가능한 것들까지... 

 

  진열장 속에 눈에 띄는 카메라 렌즈가 있어서 꺼내 구경 좀 하자니, 보여주는데, 값을 물어보고 사질 않으니, 좋지 않은 낯으로 투덜거렸다. 투덜대는 소리를 뒤로 남기며 그래도 그만, 찬 바람에 쫓기듯이 자리를 떠났다... 외관은 번듯했는데, 성능이 어떤지 알 수가 없어 선듯 사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수요가 있으니 공급도 있으리라 싶다. 저 많은 물건들이 다 팔릴 것인지 궁금하기도 한데, 물건 파는 상인들의 장사수완이 보통 적극적인 게 아니었다.  길바닥에 진열된 잡동사니 방물 사진을 하나 찍었는데, 쥔 아줌마가 정색을 하며 허락받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며 대신 물건을 하나 사란다. 진열된 상품에 초상권 달린 것도 아닌데...  당당하게 주장하는 노점상 아줌마의 태도에 허허허 웃고 말았다. 

 

  사람도 많고 물건도 많았다. 허름한 거리에 낡은 중고 상품들이 넘치는 거리에 남루한 서민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빙 둘러서서 호기심있게 바라보는 사람들과 큰 소리로 호객하는 상인들... 으례 사람들이 많은 곳엔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생존을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살려고 버둥치는 사람들이 모인 세상,  치열한 생존의 모습이 너무나 생생했다. 쓰고버린 상품들이 다시 태어나 이곳에서 전시되듯, 삶의 전선에서 뒤쳐진 사람들이 몇 발짝 떨어진 자신들의 삶들을 재생산하는 곳이 아닐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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