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장곡사에 들렸었다. 눈 내린 길을 아랫녘 상가에서 일주문을 지나 장곡사까지 걸었었다. 청양에 들른 김에 겨울과 다른 여름 풍경을 보고 싶어 장곡사를 다시 찾았다. 법당 내부를 찍지 말라는 안내인의 당부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중생을 제도하는 부처님의 상호를 촬영하는 것이 그토록 보안을 요하는 것도 아닐 텐데, 주지 스님의 고집이 요란해 보인다. 장곡사엔 대웅전이 두 개이다. 상대웅전과 하대웅전이 있는데, 이런 독특한 구조는 우리나라에서 장곡사가 유일하다. 게다가 대웅전에 석가모니불을 모시지 않은 것도 장곡사의 또다른 특징이라 하겠다.
사찰의 큰법당은 모시는 부처님에 따라 그 종류와 명칭도 다양하다. 석가모니불을 모시는 대웅전, 좌우 협시불을 두고 삼존불을 모시면 대웅보전, 화엄종 사찰의 주불전으로 진리 자체인 법신불인 비로자니불을 모시는 대적광전 또는 비로전, 중생을 서방정토로 인도하는 아미타불을 모시는 극락전 또는 무량수전, 중생의 질병을 치료하고 고통을 없애주는 약사여래를 모시는 약사전, 미래불인 미륵불을 모시는 미륵전 또는 용화전, 중생의 번뇌와 고통을 구제하는 관음보살을 모신 원통전 또는 관음전,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 등이 있다.
상대웅전에 있는 ‘철조약사여래좌상 및 석조대좌’, 하대웅전에 있는 ‘금동약사여래좌상’ 그리고 ‘미륵불괘불탱’ 이렇게 셋이 국보이고, 보물은 상, 하대웅전 두 건물과 상대웅전에 있는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및 석조대좌’로 역시 셋이다. 대단한 국가 유물을 보유한 유서 깊은 사찰인 셈이다. 그럼에도 주변에 임시로 세워 둔 컨테이너 박스 같은 가건물들과 하대웅전 요사채까지 드나드는 자동차들이 이 절의 품격을 스스로 떨어트리는 것 같아 안스럽다. 절을 관리하는 사람도 아닌 관람객 입장에서 이러쿵 저러쿵하는 것도 우습지만 전통사찰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기 위해서 먼길을 달려온 사람의 입장이 그렇다는 것이다.
절 가운데 길이 칠갑산 등산로이기도 해서 오가는 손님들이 많았다. 간간이 떨어지는 빗방울 덕에 덥지 않아서 좋았으나 파란 하늘빛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좋은 날은 아니었다. 장곡사 바로 아래 주차장에 차를 두고 높은 곳의 삼성각까지 쉬엄쉬엄 올라갔다. 변한 것이 없어 특별한 인상은 없었으나 비탈에 심어 놓은 상사화와 절 주변에 가꾼 꽃밭들이 제철을 뽐내고 있었고, 짙푸른 녹음 속에 골짜기 비탈에 층층이 들어선 가람들이 그런대로 여름 운치를 느끼게 했다.
주차장 위 범종루와 운학루


운학루 아래 계단으로 오르면 장곡사 전경이 펼쳐진다.



장곡사 설선당 - 국가유산청이 금년 4월 30일 장곡사 설선당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설선당은 승려들이 경전을 강론하고 참선을 수행하던 공간이다. 2023년 해체·보수 과정에서 목재 연륜연대 분석을 실시한 결과 16세기 중엽에 지어진 것으로 공식 확인되었다. 500년이 지나는 동안 부분 보수를 거쳤지만 원형을 비교적 잘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건축 방식은 지붕 무게를 받치는 공포 양식에서 주심포와 다포식이 결합된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조선 전기 건축기법과 임진왜란 이후 변화된 양식이 한 건물에 함께 녹아있어 시대적 변천을 읽을 수 있는 소중한 사례이다. 설선당 현판 옆 장곡사 현판은 김종필의 친필이다.

하대웅전 금동약사여래좌상 약사불은 대좌 위에 결가부좌하고 앉아 왼손으로 약함을 받쳐 들고 오른손을 들어 엄지와 중지를 맞댄 수인을 하였다. 약사불 안에서 발견된 유물을 통해 고려 충목왕 2년(1346)에 제작된 것이 확인되었고, 특히 백운 경한(1298~1374)이 지은 성불 원문과 함께 시주자 인명에 바얀테무르, 금타이지, 도르지 등의 몽고식 이름이 등장하여 당시 고려 사회에 스며든 몽고 풍속의 실례를 확인할 수 있어, 불교사, 미술사뿐 아니라 사회사 등 고려 14세기 중반의 역사상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2022년 국보로 지정되었다.

지장전







응진전과 상대웅전

상대웅전의 신라시대 만든 철조 약사여래불(국보)외 철조 비로자나불(보물), 철조 아미타불을 동등하게 모시고 있다.

국보인 철조 약사여래 좌상과 석조대좌 - 통일신라 때 만들어진 철조약사여래좌상은 사각형 모양인 화강암 대좌(臺座)의 네 귀퉁이에는 기둥을 세웠던 둥근 자리가 있다. 3단 형태의 지대석(地臺石)의 상대에는 위로 핀 연꽃무늬를 새기고, 하대에는 엎어놓은 연꽃무늬를 새겨 넣고 네 모서리는 다시 귀꽃으로 장식했다. 그리고 중대에는 앞뒤에 2개씩. 좌우에 1개씩 큼직한 눈 모양(眼象)을 조각해 화려한 느낌이 든다. 불상은 대좌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단정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머리는 나발(螺髮) 형태이며 법의(法衣)는 왼쪽 어깨만 감싸고 오른쪽 가슴이 드러난 모양이다. 오른손은 무릎 위에 놓고, 왼손에는 질병뿐만 아니라 무지의 병까지 고려준다는 약사여래의 약단지를 들고 있다. 불상 전체에서 나오는 빛을 상징하는 광배(光背)는 나무로 만든 배 모양인데, 머리 광배는 연꽃과 모란으로 장식하고, 몸 광배의 주변은 불꽃 문양으로 꾸몄다.

보물인 철조 비로자나불상과 석조대좌 - 비로자나불좌상은 진리의 세계를 두루 통솔한다는 비로자나불을 형상화한 것이다. 불상은 상대웅전의 높은 석등대좌 위에 양쪽 발을 각각 무릎 위에 올려놓은 결가부좌한 모습이다. 머리는 나발 모양이며, 얼굴은 이마가 좁고 아래로 내려오면서 점차 좁아지는 삼각형 모양이다. 법의는 왼쪽 어깨에만 걸쳐 있고, 두 손은 가슴 앞에서 왼손 검지를 오른손으로 감싸고 있는 지권인 모양을 하고 있다. 불상 전체에서 나오는 빛을 상징하는 광배는 나무로 만든 배모양인데, 머리와 몸 광배는 연꽃무늬로 장식하고 그 둘레에는 불꽃무늬를 새겼다. 불상이 앉아 있는 대좌는 3단으로, 하단은 엎어진 연꽃, 중단은 8각의 돌기둥, 그리고 상단은 위로 핀 연꽃을 화강석에 새겨 만들었습니다. 이 불상은 신라 불상의 양식을 따른 고려 초기 철불의 계통을 잇고 있어 역사적으로 그 가치가 매우 높다.

철조아미타불좌상 - 비로자나불과 약사여래불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후대에 아미타불을 조성한 것으로, 아미타불이 대좌 위에 결가부좌로 앉아 하품중생의 수인을 하고 있다.

석간수 위 불상

염화실


상대웅전

상대웅전 건너편 삼성각

삼성각 아래 장곡사

상대웅전

지장전과 하대웅전 후측면

범종루

* 전각과 불상에 대한 설명들은 인터넷 검색으로 주로 <다음 카페 숲속의 하얀궁전>에서 발췌하여 인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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