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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

칠갑산 장곡사

 "콩바앝 매애는 아나악네야아~ 베적삼이 흠뻐억 저젖누나아~~ "  주병선이 부른 칠갑산 노래이다. 예전엔 청양군이 있다는 것도 몰랐었는데, 칠갑산 노래로 충남도 청양군을 알았다. 산이 많고 공기가 맑아 살기 좋대서 몇 번 그곳에 정착하러 답사도 가보았었다. 실제로 거처를 옮기진 못했지만, 왠지 백제의 옛 수도 부여와 그곳에 인접한 마을들에 정감이 간다.

  청양 고추를 두고 이곳 청양군 원조설에 대응하여 경북도 청송군과 영양군이 연합하여 지역 연고권을 주장한다. 어느 것이 맞는지 모르겠으나, 청양군의 상징물은 고추이다. 무료하던 차에 청양군의 볼거리를 찾아 나섰다. 첫번 째로 낙점한 곳이 장곡사였다. 입구에 장승마을도 있고 주차장 조성이 잘 되어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단다. 

 대부분의 큰 도로엔 눈이 녹았지만, 그늘진 굽이엔 잔설이 남아 있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장곡사로 가는 길엔 어린이 보호구역보다도 노인 보호구역이 더 많았다. 시골이 공동화되며 인구가 소멸되고 있다는 말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마을을 지날 때마다 곳곳에 설치된 과속방지턱을 지나며 세월의 흐름을 내 스스로 체감하고 있다. 

 시골의 청량함을 느끼기 위해, 장승마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장곡사까지 걸어 갔다. 기인 골짜기라 잔설이 깔린 도로를 걸으며 조금 차갑지만 그래도 상쾌한 공기를 호흡하며 굽이들을 돌고 돌아 장곡사에 도착했다. 골짜기 비탈에 세운 장곡사의 모습은 첫눈엔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전면의 운학루와 범종루 곁에 있는 컨테이너 집이 전통 가람들과 조화롭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대웅전 앞마당에 주차된 승용차를 보면서 우리가 사는 속세와 다름없는 사찰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았다. 게다가 카메라를 들고 가는 나를 보고 먼발치에 있던 관리인이 절안은 절대 찍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하셨다. 교회에 가면 실내에서 십자가나 성모상을 찍으면 안 되는지 반문하고 싶었다. 법당의 부처님의 거룩한 상호를 널리 알리고 오래 기억하는 것이 오히려 부처님의 뜻일 것 같다. 장곡사에는 국보급 유물이 여럿 있다는 말을 듣고 불원천리 멀다않고 찾아왔는데 섭섭했다. 

 

 

장승마을

 

유행이 무섭다. 절간 마다 '말하지 말고 듣지 말고 보지 마라'는 토쿠가와 이예야스의 처신술이 유행하더니 이곳엔 돌장승으로 형상화해서 세웠다. 모방도 가려가며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가요 '칠갑산'에 나오는 콩밭 매는 아낙네상. 노랫말에 어울려 보이지 않았으나 내가 좋아하는 노래 주인공이라 한 컷 담았다. 칠갑산에서 콩밭 매는 아낙엔 노랫말 밖에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까 내 멋대로 상상도 해 보았다.

 

칠갑산 일주문

 

길가 가게 옆에 세워 놓은 사람 크기의 목각 나그네상. 재미있는 조각이다. 

 

가게 연통에선 나무타는 냄새가 하얗게 머리를 풀고 오르고 있었다. 저 연통을 보면 어린 시절 연탄 가스 냄새가 떠오른다.

 

장곡사 앞 주차장과 범종루 운학루

 

범종루와 운학루가 기품 있어 보였다. 왼쪽에 컨테이너 집을 없애면 더 좋을 것을... 아쉽고 안타깝다.

 

운학루와 범종루 측면, 백구 한 마리가 범종루를 지키고 있었다.

 

언덕을 올라 운학루 뒤 절집들, 설선당, 맨 위의 염화실, 가운데 하대웅전, 오른쪽 봉향각

 

설선당

 

운학루 뒷면

 

하대웅전

 

고려시대 금동약사불좌상(보물 제337호) - 절안을 가까이 찍지 말라고 해서 관리인의 허락을 받고 멀리서 부처님을 당겨 뵈었다.

 

지장전과 봉향각

 

범종루 뒷면과 장독대

 

다시 언덕을 올라 마주한 절집

 

앙증맞은 출입문. 해학적이다. 문 위에 나무막대 하나로 출입을 막았다.

 

하대웅전 일대 절집들

 

하대웅전 언덕 위에 있는 응진전과 상대웅전

 

상대웅전- 바닥이 마루가 아닌 연화문 박힌 타일 모양의 바닥재였다. 겨울이라 그 위에 두툼한 깔판을 깔았다. 

 

통일신라시대 철조약사불좌상부석조대좌(국보 제58호)- 일반적인 대웅전에서 볼 수 없는 부처님 상, 뒤판 후광까지 철조였으나 조선시대 파괴되어 나무로 불꽃 모양의 후광판을 달았다. 국가 보물. 관리인에게 허락을 구하고 멀리서 부처님을 담았다.

 

철조비로자나불좌상부석조대좌(보물 제174호)

 

염화실, 염화시중의 미소를 떠올려 건물 안이 무척 궁금했다. 그러나, 출입문은 막혀있고 뎅그러니 멍멍이 집만이 건물을 지키고 있었다. 장곡사엔 특이하게 멍멍이 집이 많았다.

 

오른편 언덕 꼭대기에 있는 삼성각, 삼성각 앞으로 칠갑산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가 있었다.

 

삼성각에서 바라본 상대웅전과 염화실

 

삼성각 아래 장곡사 가람들

 

하대웅전 주변 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