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화엄사를 찾았을 때 각황전 뒤 언덕 위에 있는 사사자삼층석탑을 보수하는 중이라 보지 못해 마음에 걸렸었다. 화엄사를 대표하는 것은 뭐라 해도 각황전과 사사자삼층석탑이 아닌가 나름 생각한다. 몇 년 사이 약간의 변화가 있었나 보다. 젊었던 시절 화엄사 오른쪽 계곡을 따라 노고단에 몇 번 올랐었다. 그때의 화엄사를 떠올리면 현재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웅장하고 화려해졌다. 거대한 전각들이 들어서고 찬란한 단청색에 눈이 부시다.
화려한 외형보다 내면이 더 소중할 터인데, 절집들도 빌딩처럼 솟아나는 오늘의 교회처럼 거대한 건물들과 석조물, 화려한 단청빛이 오히려 세속의 어지러움을 부추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 불교신자가 아니면서도 절집의 목조건축물들이 찾곤 하지만 크고 화려하여 오히려 세속적인 모습은 기대하지 않았던 풍경들이다.
단청 없이 고색이 짙은 각황사를 둘러보고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 복구된 사사자삼층석탑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멀리 구름 아래 지리산의 장엄한 등성이들과 어울려 멋져 보였다. 석탑 바로 아래 적멸보궁을 새로 지었다. 마당의 구석 부분을 펜스로 가려 보기에 전체를 보지 못하는 아쉬운 점도 있었다. 적멸보궁 안을 들여다보니 역시 전각 왼편이 통유리창으로 석탑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석탑을 복구할 때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연유로 이곳에 적멸보궁을 지었나 보다.
보제루 마루에 앉아 더위도 식히며, 유서 깊은 화엄사 경내에서 구름의 변화가 무쌍했던 오후 한 때를 보냈다.
화엄사 일주문
요즘 절집마다 유행인 모양이다. '보지 말고 듣지 말고 말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부처님 형상의 석상으로 표현해 두었다. 일본 에도시대를 연 도꾸가와 이예야스의 생활철학으로만 여겼었는데, 찾아 보니 공자님 말씀이었다. 공자님 제자 안연은 스승의 가르침을 따라 '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 예가 아닌것은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행하지도 말라)'를 철저하게 지켰다고 한다. 이 말씀이 사찰마다 들불처럼 번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오른 편의 성보박물관
금강문
천왕문
보제루 좌우로 법고와 범종각과 운고각이 하늘을 날 듯 경쾌한 모습이었다.
보제루
각황전과 서오층석탑
각황전 안 부처님
각황전 모퉁이에서 바라보는 대웅전 방향, 아마도 대웅전은 내부수리 중인 듯 걸개그림을 전면에 둘렀다.
각황전 왼편 돌계단을 올라 사사자 삼층 석탑 아래 신축한 적멸보궁,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듯 한쪽에 펜스를 둘렀다.
적멸보궁과 사사자삼층석탑
보고 싶었던 사사자삼층석탑과 그 앞의 석등, 탑을 이고 있는 네 마리 사자의 입은 인간의 '희로애락'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탑과 석등 아래 공간에는 사람의 형상이 탑을 이고 있는데, 화엄사를 창건한 연기조사와 그 어머니라는 설이 있다. 석등 뒤로 지리산 능선이 아름답게 누워있다.
석탑에서 굽어보는 각황전과 대웅전 일대
내려가는 길의 각황전 후측면
원통전과 각황전 오른편의 사사자탑
대웅전 옆에서 보는 보제루
대웅전 뒤 광희문과 삼전
내려오는 길에 아쉬움으로 다시 바라보는 각황전
담장 아래 활짝 핀 꽃무릇, 비야흐로 꽃무릇의 계절이다.
노고단에서 내려오는 계곡물
계곡 옆의 공적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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