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2 승지 가운데 하나라는 태고사 절터, 진작부터 점찍은 명승지였다. 혼자 가는 것이 부담스러워 미뤘던 것을 숙제 풀듯 번개같이 다녀왔다. 대둔산은 산세가 워낙 수려해서 호남의 금강산이라 부른다. 전북도 완주 방면에서 정상인 마천대에 두 번 다녀왔다. 한 번은 걸어서, 한 번은 케이블 카, 이제 그곳은 관심밖이 되었다. 마천대 북쪽 능선 낙조대에 안긴 동향의 태고사는 충남도 금산 땅이다. 청림 저수지를 지나면서 대둔산 험한 산세가 나타나 급경사 오르막 외길을 가파르게 올랐다. 다행히 교차하는 차가 없어 고생 없이 올라 태고사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었다. 주차장은 모두 세 곳에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알았던 주차장 바로 위에 또 하나가 있었다. 차도로 걸어 잠깐 오르는 길도 기진맥진할 정도로 경사가 급했다.
신라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로 고려말 보우, 조선중기 진묵이 중창하여 전하다 625 동란 때 소실되었다. 조선 숙종 때 송시열이 이곳에서 학문에 힘썼다고. 그는 사찰로 들어가는 아래 녘에 큰 바위 사이에 '석문'이라 글을 써서 새겼다. 소실된 옛터에 주지 김도천이 삼십여 년간 불사를 일으켜 오늘에 전한다. 원효대사가 이곳을 발견하고는 천하의 절경이라며 춤을 추었을 만큼 뛰어난 곳으로 우리나라 12승지 중 하나란다.
아름다운 경관에 절집의 배치가 흥미롭다. 마치 법당에 오르는 계단을 불국사의 청운교 백운교 형상으로 만들었으나 관리가 부실한 탓인지 견고하지 못해 틈이 벌어지고 조악하여 금줄을 쳐 통행을 막고 있었다. 기왕지사 일을 벌였으면, 지방 관청의 도움이라도 받아 아름답게 보수한다면 천하절경의 아름다운 사찰로 거듭날 것으로 보였다. 병풍을 두른 듯, 아름다운 석벽아래 자리한 법당과 관음전, 범종루는 청색 기와가 썩 어울리는 가람이었다. 다만 일부 부속 건물이 세속적이어서 아쉬움이 컸다.
태고사 중간 주차장


석문으로 오르는 나무 계단, 파란 이끼가 세월의 흐름을 전해주는 듯 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거대한 바위, 석문이 있는 곳이다.

이른바 석문. 우암 송시열의 글씨가 돌 아래 박혀 있다.



석문을 지나 태고사에 오르는 돌계단 길

우람한 석벽을 뒤에 두고 축대가 보였다.

범종루와 화장실

법당으로 오르는 계단

축대에 만든 문을 들어서면 태고사 영역이다.

첫 번째 만나는 절집, 이름하여 보현당, 앞에 장독대가 있는 것으로 미루어 요사채가 아닌가 나름 짐작해 보았다.

뒤로 범종루를 바라보며 대웅전으로 오르는 돌계단이 마치 불국사 청운교 백운교를 닮은 것 같았다. 현재는 통행불가

보현당 위의 지장전, 돌아가신 분들을 위한 독경소리가 낭랑하게 들려왔다. 아래 감로수 토굴에서 얼음 아래 암반수를 한 잔 마셨다.


돌계단 아래 아치문을 통해서 범종루로 갔다.

범종루 - 아래 대둔산 능선이 장관이었다.







종루 아래로 보이는 전망


범종루에서 바라보는 법당



산세가 험하다 보니 도르래로 일용품을 끌어 오르는 듯...

극락보전


'ㄷ'자 모양의 삼불전

관음전

극락보전과 관음전

삼불전과 극락보전

삼불전

삼불전과 관음전


삼불전 뒤 삼성각

나뭇가지에 단 등이 이채롭다.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삼불전을 지나면 지장전이다.


지장전 문살

지장전 측면 축대 위에서 보는 범종루

내려가는 길의 보현당


내려가는 길 - 석문이 있는 암석

석문 옆 길을 지나며 뒤돌아 본 태고사, 가람은 보이지 않고 돌계단과 잡목 사이로 암봉이 솟아 있다.

주차장 옆에 있는 안내도- 이곳에서 정상인 마천대와 약 4Km 거리였다. 지도는 위가 남쪽이다.

* '제미나이'가 알려준 우리나라 12 승지
조선 시대 지리서나 민간 신앙(도참설)에서 꼽은 '천재지변이나 전쟁이 일어나도 안전하게 피할 수 있는 열 곳의 길지', 즉 '십승지(十勝地)'를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10 승지로 알려져 있으나, 시대나 문헌에 따라 몇 곳이 추가되어 12 승지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예언서인 『정감록』 등을 기준으로 한 주요 명당들은 아래와 같다.
대표적인 십승지 (기본 10곳) - 전통적으로 꼽히는 가장 안전하고 살기 좋은 명당 10곳이다.
순번 지역 (현재 지명) 특징 및 위치
1 경북 영주 풍기 금계촌(금계리) 일대. 소백산 아래 첫 번째 명당으로 꼽힘.
2 경북 봉화 춘양 내성천 뒤쪽 지역. '춘양목'으로 유명하며 외부와 격리된 분지.
3 충북 보은 속리산 증항항(시루미) 근처. 전란이 미치지 않는 깊은 산세.
4 전북 남원 운봉 지리산 자락. 동점촌 일대로 땅이 기름지고 안전함.
5 경북 예천 금당실. 전쟁과 기근이 들어오지 못한다는 전설이 있는 곳.
6 충남 공주 유구·마곡 유구천과 마곡사 사이.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아늑한 곳.
7 강원 영월 정동상류. 태백산과 소백산 사이의 깊은 골짜기.
8 전북 무주 무풍 덕유산 근처 북수동 일대. 외부인이 찾기 힘든 요새형 지형.
9 전북 부안 변산 호암 아래 지역. 산과 바다가 맞닿아 물자가 풍부하고 안전함.
10 경남 합천 가야산 만수동 일대. 해인사 근처로 영험한 기운이 서린 곳.
태고사와 12승지
태고사에서 '12 승지'를 언급한다면, 위 10곳에 더해 지역적으로 의미 있는 명당 두 곳이 추가된 개념일 확률이 높다.
강원도 인제의 방태산 자락 (삼둔 사가리)
충남 금산의 대둔산 인근 (태고사 입지)
승지는 단순히 경치가 좋은 곳을 넘어, '사람이 살기 좋고 재난으로부터 보호받는 땅'이라는 철학적 의미가 강하다. 태고사가 위치한 곳들은 대개 험준한 산세 속에 기묘하게 숨겨진 평탄한 지형을 갖추고 있어 이러한 승지의 요건을 충족한다.
* 태고사의 풍수적 특징: '연꽃의 중심'
태고사의 지형은 흔히 '연꽃이 활짝 핀 형상(연화부수형, 蓮花浮水形)'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비유된다.
배산임수의 정석 (병풍 같은 암벽):
절 뒤편으로는 대둔산의 거대한 암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이는 북쪽의 찬 기운을 막아주는 든든한 현무(玄武) 역할을 하며, 절을 아늑하게 감싸 안는 구조를 만든다.
낙조대(落照臺)의 기운:
태고사 바로 위쪽의 낙조대는 대둔산의 정기가 모이는 핵심 지점이다. 이곳에서 뻗어 내려온 맥이 태고사 터에 멈추어 기운을 응집시킨다.
좌청룡 우백호의 조화:
태고사를 중심으로 좌측과 우측의 산줄기가 마치 팔을 벌려 감싸듯 내려오고 있어, 외부의 흩어지는 기운을 안으로 모아주는 '장풍득수(藏風得水)'의 형세를 띠고 있다.
12승지로서의 면모: '피장처(避藏處)'
앞의 12승지(또는 10승지)의 공통점은 "전쟁과 재난이 비껴가는 곳"이다.
요새 같은 입지: 태고사는 대둔산의 험준한 암벽들 사이에 숨겨진 평탄한 대지에 자리 잡고 있다. 밖에서는 절이 전혀 보이지 않지만, 일단 안으로 들어서면 넓은 터가 나오는 구조이다.
생명력의 근원: 험한 바위산임에도 불구하고 절 마당 근처에서 마르지 않는 샘물이 솟아나는데, 풍수에서는 이를 '산의 혈(穴)자리'에서 나오는 생명수로 귀하게 여긴다.
한 줄 요약
"기암괴석의 강한 양기(陽氣)가 뒤를 받치고, 안온한 분지가 음기(陰氣)를 품어 음양의 조화가 완벽한 천하 명당"
태고사는 단순히 경치가 좋은 곳을 넘어, 지기(地氣)가 매우 강한 곳이라 기도를 올리면 성취가 빠르다는 속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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