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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고창 청보리밭

  예로부터 여름철 서민들의 주식이었던 보리가 이처럼 관상용으로 들판을 채우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함께 격세지감을 느꼈다. 내가 어렸을 때만해도 세상의 고개 중에 보리고개가 제일로 넘기 힘든 고개라고 했다.  60년대엔 부족한 쌀때문에 베트남 등지에서 수입해서 배급해주기도 했었다.  알랑미(안남미-안남 :베트남)라고 길쭉길쭉한 것이 찰기가 전혀없는 동남아시아 쌀을 동사무소에서 줄서서 타다 머기도 했었다. 푸른 보리밭을 바라보며 그 보리가 누렇게 익기만을 학수고대하며 주린 배를 달랬던 것이 엊그제 같다. 동남 아시아 여행길에서 어쩌다 먹게되는, 찰기없이 흩어지는 쌀밥들에 배고팠던 옛시절이 떠오르곤 했었다.

 

  한 때 유난히도 무채색으로 삭막한 겨울철의 도시미관을 위해 길거리 대형화분에 보리를 심어 싱그러운 보리의 푸르름으로 겨울철의 메마른 정서를 달래었던 적이 있었다. 주식이었던 보리를 관상용으로 심었다면, 옛사람들로부터 경칠 일이라고 야단맞을 법하다. 그런 보리를 넓은 대지 위에 가득 심어 축제로까지 승화시킨 고창의 학원 농장. 관계자들의 혜안이 놀라울 뿐이다. 축제기간이라 벌써 많은 차들이 몰려있었다. 겨우 빈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보리밭 사이길로 들어섰다. 곡식 수확을 위해서 함부로 밟지 말라는 팻말과 달리 보리이삭의 상태는 좋아보이지 않았다. 보리 사이로 잡초처럼 유채도 섞여 있었고 깜부기도 더러 보였다. 귀한 것이 농촌 일손이라 잡초제거도 어려운 일이겠다 싶었다. 보리밭 도로 건너편으로부터 들려오는 왁자지껄한 먹거리 장터의 뽕짝이는 노랫소리를 벗삼아, 보리밭에 취한 사람들에 섞여 한 바퀴를 돌아 모처럼의 녹색의 대지 위에서 5월의 푸르름을 보았다.    

 

 

 

 

 

 

 

 

 

  

 

 

 

 

  보리 수확 후에는 해바라기 동산을 만들고 가을엔 메밀밭으로 대지를 덮는다니, 사철 모두 아름다운 퐁경이겠다. 산 좋고 들 좋아 살기 좋다는 고창 땅. 바다도 가까워 모든 것이 풍요로워 이곳을 찾은 귀농인구가 10만이 넘었단다.  먹거리가 풍부해서 밥 굶는 거지도 없다고 한다.  군에서 정책적으로 청정지역을 위해 공단유치도 하지 않는다니, 여행자의 눈에는 살기 좋은 천혜의 땅으로 보인다.  다만 귀농인구가 늘다보니 땅값이 전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는 것이 살짝 아쉽기도 하다.   고창에서 영광방면으로 30여분 경과, 입장료 없음.

 

  학원농장 - 전라북도 고창군 공음면 선동리 산 119-2.   063-564-9897

   www.borinar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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