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斷想

병풍도 해역

하늘은 맑고 쾌청했다. 육지의 날씨는 무더웠으나, 바다 바람은 스산했다. 더울까 봐 간단하게 입어서 바깥바람이 차게 느껴졌다. 야간열차 타고 목포, 목포에서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팽목까지 가느라 고단했다. 드디어 서거차도 가는 9시 50분 금오페리 7호를 탔다. 1년 사이 배는 한림페리호에서 금오페리호로 배가 바뀌었다. 이전 배보다 더 크고 속도도 빠른 것 같았다. 서거차까지 다도해 많은 섬들을 거쳐 가기 때문에 3시간여 걸린다. 바람이 너무 차서 조도까지는 선실 안에서 다리를 뻗고 눈을 붙였다. 야간열차에서 못 잔 잠이 한꺼번에 몰려와 짧은 시간이었지만 편히 잠을 잤다. 관매도를 지나 동거차도로 가는 해역에 세월호 침몰현장이 있다. 크레인 바지선이 인양작업을 하고 있는 중인데, 선실에서 나와 멀리서 인양현장을 바라보니 가슴이 미어진다. 병풍도 해역을 벗어나는 동안 내내 사고해역을 바라보기만 했다. 원통하게 돌아가신 분들도 한스럽겠지만 사건 후 일어나는 해결방식이 더 답답하다. 무엇이 두려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지 모르겠다.

 

  속 시원히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소문과 의혹만 만들어 내면서 진상조사조차 지지부진한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사건의 진상이 명백하게 밝혀져, 돌아가신 분들도, 가슴 아파 잠 못 들고 괴로워하는 유족들도 편히 숨 쉴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2016년 5월 12일 오전 팽목항

 

관매도에서 거차군도 방향

 

병풍도

 

세월호 침몰 해역

'斷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웃픈 두 현실  (0) 2017.10.30
상흔(傷痕)  (0) 2017.10.11
謹弔  (2) 2014.05.08
봄봄  (5) 2014.03.20
가을 창경궁  (6) 2013.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