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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

부안 내소사

 격포에서 내소사로 가는 리아스식 해안은 너무 아름다워 볼 때마다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내소사는 여러 번 가 본 사찰이라 눈을 감고도 그 모습을 선연하게 떠올릴 수 있지만 아직 보지 못한 친구들을 위해 안내하기로 했다. 날은 흐렸지만 기울어가는 석양 속에 아름다운 변산 해변을 달려서 내소사에 도착했다, 겨울철에 흐린 날이라서인지 탐방객이 뜸하고 한산해서 입구의 상가들도 파장 후 장터처럼 대부분 문을 꼭꼭 닫고 있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전나무 숲길은 그동안 세월의 풍상을 견디지 못했는지 말라죽고 있었다. 부러지고 쓰러져 누운 나무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이대로라면 하늘을 가리던 그 울창한 전나무 숲은 다시 보지 못할 것 같았다. 

 

  천왕문 가까이 다가서자 처음 온다는 친구들은 명당답다고 탄성을 질렀다. 풍수쟁이는 아니지만 슬쩍 치켜보기만 해도 병풍을 두른 듯한 바위산들로 뒷울타리를 치고 남쪽을 향해 터를 잡아 좌우에 청룡과 백호를 둘렀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그저 아름답고 포근했다. 이런 맛에 번거롭고 한참을 걸어서 들어가야만 하는 유명 절집들을 탐방하나 보다. 문화재 관람료라는 입장료를 받는 것이 불만이긴 하지만... 사찰의 입장에선 찾아주는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할 일이건만, 명산에 있는 이름난 절마다 입장료를 받는다. 그것도 현찰로만...  온라인 전자결제나 카드, 심지어 휴대전화로 모든 걸 결재하는 세상인데, 절에서만 오직 현금만을 고집한다. 부처님이 현금만을 선호하시는 것은 아니실 텐데, 과욕이 넘치는 유명 사찰 승려들의 탐욕이 참으로 지나치다. 사찰에도 양극화 현상이 깊어져 명산대찰은 더 풍요로워지고 궁벽하고 가난한 절은 거리의 탁발로 생계를 유지해 간다. 이쯤 되면 종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숙고해야 할 사회문제 중 하나다. 

 

  불교신자도 아니면서 유명 사찰에 왜 가는가. 주관적 소견이긴 하지만 그곳엔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 그 자연에 어울리는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을 보면서, 자연과 어울려 동화되어 세속에 지친 삶을 위로받고 잠시나마 쉬려는 것일 게다. 오늘날 일부 사찰들이 현란한 금박을 두르고, 정체불명의 배불뚝이 화상을 세우며, 부처님 사리까지 사들여 커다란 석탑을 쌓기도 하는데, 그건 벌써 불심을 벗어나 세속의 탐욕을 부추기느 행위라 생각한다.

 

  내소사의 특징은 단청이 빠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한옥 건축물들은 궁궐과 사찰에만 단청을 칠했다는데, 이절은 대부분 그 아름다운 단청을 생략해버렸다. 그런 탓으로 어찌 보면 쇠락해가는 사찰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친구들과 전나무 숲길을 지나 천왕문에 도달했다.    

 

 

얼핏 추사의 세한도를 떠올리는 구도였다. 병풍같은 바위산과 고목, 그리고 하늘로만 치솟는 소나무...

 

 

 

 봉래루 측면에서 바라본 대웅보전

 

봉래루에도 대웅전에도 단청이 없다. 세 칸짜리 팔짝지붕의 대웅전이 옛스럽게 의연히 서있다.

 

 

법당 안의 삼존불과 후불 탱화, 용주사 탱화처럼 음영이 있어서 입체적이다.

 

 대웅전 문창살. 단청이 없는 탓인지 깨지고 조각나 훼손되고 있었다.  대웅전 건물이 못하나 쓰지 않고 지었다는 안내문을 인용해 아는 척을 했더니 친구 녀석이 대뜸 창살 중간중간에 박힌 쇠못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래서 너무나 무안한 나머지 어이상실, 친구야. 창살은 좀 빼주면 안 되겠니. 거대한 건물을 쇠못 하나 쓰지 않고 지었다는데, 얼마나 장하고 대단하냐.  

 

 

 

 

 

 

 

 

 

  새로 만든 범종루 옆으로 빠져나와 해후소 우회길로 내소사를 빠져나왔다.

 

 

 

 

http://fallsfog.tistory.com/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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