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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

해남 달마산 미황사

  해남 땅끝마을에서 올라오며 지나칠 수 없는 곳이 미황사였다. 마치 금강산 능선 하나를 떼어놓은 듯이 북쪽 두륜산을 경유에서 남서쪽으로 비스듬히 지나가는 한반도 백두대간의 마지막 줄기 달마산 능선은 산수화를 그린 병풍만큼이나 아름답다. 그 아래 미황사는 동편에 석벽 병풍을 두르고 점잖게 서해를 굽어보고 앉아 있었다. 이곳에선 구태여 인위적인 멋을 부릴 필요가 없다.  빼어난 산수 한 자락에 자리 하나 빌려 여러 채의 절집들이 법당을 중심으로 정답게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을 뿐이다. 

 

  불교가 주를 이루는 대부분의 동남아 사찰들은 하늘을 찌를 듯 추녀를 치켜세우고, 화려하게 황금색으로 과장하여, 세속의 중심에서 사람들에게 호사를 부린다. 얼마전 라오스를 방문했을 때, 그곳의 사원들은 멀리서 볼 땐 크고 아름다웠는데 가까이 접하면 왠지 어색하고 엉성해서 뭔가가 결핍된 모자람을 느꼈었다. 물론 부처님 상호도 이질적이어서 친숙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우리나라 절집들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황금칠로 치장한 동남아 사원들에서 느꼈던 답답한 마음들이 이곳 달마산 미황사에서 눈 녹듯 사라지고 불심까지는 아니었지만 진정한 절집을 만났다는 상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달마산 미황사는 우리나라 산수 속에 녹아든 그대로의 자연이었다.            

 

 

  미황사 일주문,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쓴 글씨가 일품이었다. 아직 현판 서각을 하지 않은 듯, 흰 천자락에 써 올린 글씨들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따뜻한 남녘이라 동백류의 사철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절집을 수호하는 천왕문 역시 사천왕 없이 건물만 앉아 있었다. 사천왕상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첫번 째 석축 위 찻집이 앉았다. 내려오며 차 한잔 마신다는 것이 바쁜 걸음 때문에 깜빡 잊고 말았다.  

 

  두번 째 석축 위의 자하루, 자하루 아래를 통과하기 전 측면에서 바라본 가람들과 달마산. 병풍처럼 두른 달마산 능선과 그 앞에 도열한 절집들이 아름다웠다.

 

  자하루, 그리고 달마상

 

  자하루를 통과하면 두 개의 축대 위에 비로소 법당인 대웅보전이 있다. 그리고 그 뒤엔 동백숲, 또 그 뒤엔 달마산 석벽이 있고...

 

  법당과 달마산...

 

  법당 뒤의 석축, 그 위에 응진당, 그 곁엔 스님들이 수행하는 민하당

 

  응진당 앞 전경

 

  출입금지 구역인 민하당

 

  담장 위에 놓인 소품 하나도 범상치 않아 보였다.

 

  법당에서 내려가는 계단 우측의 범종각

 

  아쉬움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자하루와 달마상, 그리고 범종각

 

  찻집 추녀 아래 가지런히 쌓아놓은 장작들에서도 이 절집 스님들의 마음을 알 수 있을 듯했다. 아, 해남의 아름다운 절집, 그리고 달마산, 종무소 보살님이 봄이 되면 더 아름다우니 다시 오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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