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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죽미령 유엔군초전기념 평화공원

  집콕이 답답해서 수원 화성에 나갔으나, 곳곳마다 많은 상춘객들이 북적거려 차마 차에서 내릴 수 없었다. 이젠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에 지쳤나 싶다. 젊은이들 가운데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간간이 보여서 코로나가 확산되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마스크는 나를 방어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는 최소 수단이다. 마스크 착용은 나를 넘어 타인에 대한 사회적 예의이다. 나뿐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서라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할 터인데......

 

  벚꽃은 흐드러져 사나운 봄바람에 눈처럼 흩어져 날리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차원에서 차창 밖 풍경으로 만족하며 스쳐 지나쳤다. 그야말로 드라이브 스루 꽃구경이었다. 벚꽃으로 유명한 경기도청 주변에도 인산인해였다. 봄꽃 축제를 취소한다는 입간판을 세우고 도청 출입문을 봉쇄했지만, 탐스럽게 핀 벚꽃 아래 상춘객들은 넘치고 붐볐다. 사람들의 꽃놀이 때문에 코로나가 더욱 기승부릴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자 사람들의 긴장감이 풀어진 것은 분명해 보였다. 꽃은 내년에도 어김없이 필 것이다. 애써 가꾼 유채밭을 갈아엎었다는 삼척 해변 마을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봄바람이 쌀쌀하고 사람들이 너무 많아, 벚꽃이 만발한 도청을 멀리 벗어나 인적이 드문 시 외곽 지대로 나갔다. 작년 여름 보수 공사 때문에 들어가지 못했던 유엔군 초전 기념관이 생각나서 그리로 찾아갔다. 그곳도 역시 코로나 방역을 위해 기념관을 폐쇄하여 관람객들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다행스럽게 공원 주변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차에서 내려 잠시 둘러보았다.   

 

  죽미령은 경기도 화성시 병점에서 오산으로 넘어가는 국도 1호선 고개이다. 북한의 기습 도발로 6 25 전쟁이 발발하자 일본에서 급파된 미군 24사단 소속의 스미스부대 전투원들이 이곳에서 북한군을 처음으로 막아 싸웠다. 1950 년 7 월 5 일 아침 8 시 16 분부터 오후 2 시 30 분까지 6 시간 15 분 가량 전차를 앞세운 북한군 2개 사단에 맞서 스미스 부대원들이 치열하게 맞섰으나, 정보 부족과 중과부적으로 패하고 말았다. 스미스 부대원들은 북한군 T 34 탱크 6대를 파괴하고 150여 명을 살상하는 전과를 올렸지만, 부대원 540명 가운데 181명이 전사하거나 실종되었다. 비록 스미스 부대는 이곳 전투에서 패했지만, 북한군의 남하 속도를 늦춰 향후 미군과 한국군이 낙동강 교두보를 구축하는데 크게 이바지하였다.

 

  이를 기념하여 이곳 죽미령에 1958년 스미스 부대원 540명을 뜻하는 돌 540개를 쌓은 기념비를 세웠다. 2013 년에 지상 3 층 규모의 유엔군 초전기념관을 개관했다. 그리고 작년 9월에 이곳을 기념관을 보수하고 주변을 정비하며 유엔군 초전기념 평화공원으로 재단장하여 스미스 부대원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고 있다. 최근 미국의 무리한 주한 미군 방위비 증액으로 한미간 갈등을 빚고 있던 차에, 방위비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우리 정부 발표에, 주한 미사령관이 '김칫국 마시다'라고 빈정거린 것은 스스로 용병 대장임을 자처하며 삥이나 뜯으려는 천박한 발언이었다. 미군은 누구를 위해 한국과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에 주둔해 있는가. 그들의 주둔이 순수한 자기희생이 아니라 서로의 이익을 창출하는 윈윈 전략일진대, 지나치게 방위비를 증액하며 뺏어가려는 것은 자신들을 깡패 용병으로 만드는 행위로, 이곳에서 산화한 스미스 부대원들의 고귀한 희생이 욕되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기념관 앞 전시된 미군 전차와 야포, 그리고 유신 시대 생산했던 통 바퀴 구동형 장갑차

 

 한국전쟁 당시 우리를 위해 참전한 나라 국기

 

  스미스 부대 초전 기념비

 

https://fallsfog.tistory.com/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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