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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언덕

  옥포에서 점심을 먹으려, 좁고 복잡해서 미로 같은, 시장 골목을 헤매다가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시내를 벗어나고 말았다. 옥포는 대우조선소 때문인지 국제도시처럼 서양인들이 많았다. 좁은 옥포만이 많은 사람 때문에 정말 혼잡했다. 배고픔을 참으며 어찌하는 수 없이 해안을 끼고 남진하다가 큰 길가에 식당을 발견하곤 때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점심으로 회덮밥을 주문했는데, 주인 내외가 매우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마침 음식점 벽에 "바람의 언덕" 사진이 크게 붙어있어 물었더니 경관이 매우 좋다고 한다.  회덮밥에 서비스로 끓여준 매운탕까지 배불리 먹고 구불구불 해안선을 돌고 돌아 도장포 선착장에 차를 세우고 "바람의 언덕"에 올라갔다. "바람의 언덕"은 겨울철이라서인지 예상보다 썰렁했다. 해안 언덕에 풍차를 세워놓고 전망데크와 나무계단을 설치해서 편의를 돕고 있었는데, 그리 큰 감동은 없었다. 요즘 들어 곳곳에 풍차를 세우니, 풍차의 희소적 가치도 없을 뿐 아니라, 우리네 정서와 맞지 않아 다소 생뚱맞은 풍경으로 생각된다. 다만 이곳은 풍차가 있는 언덕 뒤로 동백숲이 우거져 있고, 언덕 앞자락에서 바라보는 거제도와 외도의 바다풍경이 아름다워 보였다.

 

  짧은 겨울 해 때문에 이내 어두워져, 언덕을 내려와 숙소를 잡기 위해 거제시로 차를 돌렸다가, 문득 "바람의 언덕" 뒤쪽 해안의 신선대가 궁금해서 되돌아와 주변에 숙소를 정하기로 했다. 마침 언덕으로 내려가는 길목의 펜션이 운치 있어서 하룻밤 거처로 삼았는데, 예쁜 겉모양과 달리 바람이 어찌나 세차게 들이치는지, 바람소리와 외풍 때문에 진짜 바람의 언덕체험을 제대로 했다. 다행히 방바닥은 절절 끓어서 방바닥에 납작 누워 코 위를 스치고 지나가는 차가운 바람으로 숨 쉬며, 하룻밤 내내 열대와 한대지방을 오가며 보냈다. 그 덕에 코끝의 한기로 추운 겨울을 보내던 유년시절을 상기하면서 정담을 나누었던 객지의 하룻밤이 되었다.

 

 

풍차 앞에서 셀카놀이하는 사람들...

 

 

도장포

 

 

 

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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