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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거제 해금강(1)

  도장포 "바람의 언덕"에서 기상 후 부랴부랴 섬안의 삐죽한 반도를 따라 동쪽으로 길을 떠났다. 바다의 끝자락 해금강이 바라보이는 만(灣)에는 별장 같은 주택들이 남쪽을 향해 그림같이 앉아 있었다.  안내도를 보니 해금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우제봉까지 산책로가 있어서 동백 숲 사이를 걸어서 산으로 올라갔다. 1월 중순부터 3월까지 핀다는 동백꽃인데 철이른 녀석들이 벌써 꽃망울을 터트렸다. 철 이른 꽃이라 탐스럽진 않았지만, 엄동설한 속 야생에서 꽃을 피웠다는 것이 대견해 보였다.  이곳은 삼면이 산으로 막혀 있어서 바람도 없고 사시사철 햇볕이 드는 곳이여서 제주도보다 더 따스하다고 한다. 눈구덩이 속의 집을 떠나 왔지만 이곳에선 눈덩이 하나 발견할 수 없었다. 

  우제봉을 지척에 둔 전망대에 오르니 사방이 탁 트여서 가슴이 후련했다. 동으로는 아침햇살에 해금강 일대가 빛나고 있었고 서쪽으로는 대소병도, 매물도까지 거칠 것 없이 한눈에 들어왔다. 전망대 위에 무료망원경을 거치해서 관람을 도왔는데, 육안으로 보는 것만 못했다. 옛날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보냈던 서불이 이곳에 들려 우제봉에 글씨를 새겼다는 안내문이 있었다. 기원전부터 중국의 탐욕이 우리 한반도까지 미쳤다는 이야기여서 기분이 썩 좋지 않았으나, 한 편으로는 서불의 기록을 제주도 정방폭포 입구에서도 보았기에 그 옛날 배를 타고 왔을 그의 행적이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전망대에서 이곳의 최고봉인 우제봉으로 올랐는데, 안타깝게도 정상  꼭지점 바로 아래 철조망을 둘러놓았다. 이른바 군사시설이란다. 위를 보니 철조망 안 우제봉 정상 옆으로 컨테이너와 통신 안테나가 높이 서있었다. 역시 분단의 아픔이 한반도의 남단까지 미쳐, 아름다운 경관이 철조망에 휘둘리는 현실이 통한스러웠다. 아쉽게도 우제봉에 오르지 못하고 동백숲 사잇길로 하산했다. 내려오는 길에 철썩이는 파도를 턱 밑에 둔 서자암이라는 암자에 들렸는데, 때마침 할머니 보살님이 아궁이에 군불을 때고 있었다. 서자암에서 동백꽃을 구경하다가 사람 좋고 언변 좋은 서 부장이 스님에게 전지가위를 빌려, 동백나무 잔가지들을 잘라 주었다. 삽시간에 어수선했던 동백나무들이 덥석 머리 이발한 듯 단정해졌다. 보살님이 고맙다며, 유자차를 내오셨는데, 진한 향이 매우 좋았다. 해금강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경치에다 암자의 유자차 공양까지 받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 보였다. 뜨거운 유자차를 마시며 어젯밤 거제시로 떠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며 우리끼리 파안대소하며 즐거운 아침 한 때를 보냈다. 

 

 우제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거제 해금강

 

서쪽의 대소병도와 그 뒤의 매물도

 

 우제봉 아래 전망대

 

우제봉

 

우제봉에서 바라본 전망대 주변

 

서자암

 

해금강 유람선 선착장

 

 해금강 호텔에서 바라본 해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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