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날, 비온다는 예보와 달리, 기막히게 좋은 날씨였다. 바람이 조금 쌀쌀하긴 했지만, 산행 대신 찾은 창경궁에 가을이 풍성하게 머물고 있었다. 궁궐들도 아름답지만, 창경궁 뒤뜰은 바야흐로 흐드러진 단풍숲이었다. 창덕궁 뒤뜰과 다를 바 없이 풍성하고 그윽한 숲이었다. 단풍의 물결 속에 헤엄치듯 흐느적거리며 탄성짓는 인파에 휩쓸려 가을의 진수를 맛보았다. 통제되는 창덕궁 뒤뜰과 달리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구경하는 사람조차 빨갛게, 노랗게, 파랗게, 주홍색으로 나무 이파리 색깔처럼 물들어 버릴 것만 같다. 정비석님의 표현대로 옷을 벗어 쥐어짜면, 단풍물이 흐드러지게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모처럼 도심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성찬이었다.
춘당지의 가을
대온실 주변숲
관덕정 주변 숲
환경전과 영춘헌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