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들렸던 정동진역, 6-70년대 여름엔 이곳 정동진 바다에서 물장구치며 수경 하나 쓰고 작살로 노래미나 뱀장어 좀 쏘며 자랐다. 주민들은 뱀장어는 징그럽다고 잡지도 않았지만 날래게 도망다니는 노래미는 쏘기 힘들었고, 수초 속에서 웅크리고 가만히 앉아있는 뱀장어는 아주 잡기 쉬운 표적이었었다. 정동진 뒷마을 산성우리의 탄광들은 한 달에 두 번을 쉬었는데, 쉬는 날이면 광부들과 그 가족들이 정동진 해변으로 놀러 나와 모래사장에 솥을 걸고 섶이랑 미역이랑 함께 넣어 국수도 삶고, 가져온 초고추장 도시락을 펼쳐 놓고 작살로 찔러내온 노래미를 안주삼아 됫병들이 막소주로 피로를 풀던 곳이었다. 시골의 작은 해변 마을과 동해의 푸른 물이 간이역과 맞닿아 있던 조용하고 예뻤던 정동진이었다.
80년대 들어서 드라마 모래시계로 불어닥친 정동진 광풍은 조용한 시골마을과 아주 작은 시골 간이역을 송두리째 흔들어서 여기저기에 상점들과 숙박업소들이 난립하여 무질서한 오늘날의 밑그림들을 창조하였다. 더구나 해안을 지키던 군부대시설 때문에 고기 잡는 어부들도 접근하지도 못했던 정동진 바로 남쪽바다 벼랑 위 언덕에 듣도보도 못한 대형 크루즈 선박까지 지어져 명소로 둔갑하기까지 하고 말았다. '모래시계' 드라마는 보지도 않았지만, 열연을 펼쳤다는 주인공 검사의 모델이 현재의 홍준표 경남지사라니, 사실에 근거했다는 그 드라마의 진정성이 어떨지는 코흘리개 어린애도 잘 알 수 있는 일이겠다.
정동진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상품가치가 뛰어난 이 해변을 좀 더 미래를 내다보고 차분하게 개발했더라면 아름다운 해변가에, 쾌적한 관광명소를 만들었을 텐데, 이곳을 지나칠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스친다.
옛날의 자그마한 간이역사는 그저 기념물로 그 자리에 서있을 뿐이었다. 이제는 맞이방이라는 새 건물이 역무를 맡고 있었다.
정동진 남쪽 해안 언덕 위의 크루즈 여객선,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 위로 오른다던데, 이곳엔 정말로 배가 산 위에 올라앉았다.
너무 관념적으로 풀어쓴 것 같다. 내용을 정독해 봐도 별 감동이 없어 보이는데, 시인들도 많을 터인데 구태여 극작가 시를 여기에 세운 특별함이 있을까.
돌출된 방파제 위에 앉은 새끼 크루즈 쉽(?).
정동진 북쪽 방향, 강릉 가는 철길, 90년대 바로 윗동네 안인진에 북한 잠수함이 표류해서 승무원들이 상륙했었다. 대부분 사살되거나 자살했지만 일부는 북으로 도주했었다고...
북쪽 방향
남쪽 방향
벽에 붙은 방문 기념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