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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해저터널로 가는 꽃지 해변 차박 1박 2일

  보령과 원산도 사이 해저터널은 2012년 4월 착공하여 2019년 6월 관통한 후, 작년 12월 1일에 개통했다. 평소 궁금했던 곳이라 추석 연휴를 이용하여, 이 터널을 통과하여 안면도 꽃지 해변에서 가족과 함께 하룻밤 차박을 하고 돌아왔다.  보령 해저터널은 총길이 6,927m로 국내 최장 해저터널이며, 도로 해저터널로는 세계에서 5번째로 길다고 한다.  이 터널은 77번 국도의 연장선으로서 최저 수심 80m에 전액 국비로 시공되어 거가 해저터널과 달리 전구간 무료였다.  터널 안에 결로 현상이 생겨 도로가 젖은 상태라고 뉴스에서 들었는데, 보도와는 달리,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터널 안 도로 전체가 바짝 말라 차량 운행에 전혀 이상 없었다. 




원산도 가는 보령 해저 터널 입구

 

해저터널 안

 

원산도에서 안면도로 가는 원산안면대교

 

  목적지인 안면도 꽃지 해변에 도착했다. 연휴를 맞아 사람들이 많았다. 꽃지 해변의 명물인 할미 할아비 바위부터 리조트가 있는 아래 해변까지 캠핑객들의 차량으로 북적거렸다. 터널 개통 덕인지 안면도 곳곳에 사륜차 체험장이 많았다. 개중에는 라오스 방비앵에서 타봤던 버기카도 있었다. 우려스러운 것은 버기카 체험 고객들이 대부분 어린이들이란 것이었다. 버기카 행렬 앞뒤로 보호 버기카가 있지만 일반 차도에서 차량들과 함께 달리는 어린이들이 운전하는 버기카들이 위험해 보였다.

  꽃지 해변은 해변 전체가 야영장이었다. 야영 취사를 금지한다는 팻말이 더러 있었지만 해변을 끼고 만든 무료주차장들이 모두 캠핑카와 텐트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나가는 사람을 기다려 겨우 한자리 잡았으나 캠핑카를 가져온 옆자리 사람들이 텐트를 넓게 치고 노래를 크게 틀며 고성방가 하는 등 낮술로 지들만의 분위기로 유흥을 즐기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조용한 곳을 찾아 자리를 옮겼는데, 세 번이나 이동해야만 했다. 그러나 조용했던 그곳도 저녁에 찾아온 대가족 손님들 때문에 밤 12 넘어 까지 소음에 시달려야 했다.

 

꽃지 해변과 할미 할아비 바위, 

 

아랫녘 풍경

 

할미 바위 가까운 해변 풍경

 

저물 무렵, 서쪽 하늘이 물들기 시작했다.

 

 

   간조가 되자 할미 할아비 바위까지 까지 바닷길이 드러났다. 바닷길을 걸어 바위 가까이 걸었다. 사람들 대부분이 허리를 구부리고 쭈그려 앉아 열심히 해산물을 찾아 뒤적거리는 풍경이 아이러니하게도 21세기 현대에서 과거 원시 수렵시대를 연상케 했다.

 

  할아비 바위

 

할미 바위, 바다쪽에서 보는 할미 바위는 해변에서 보는 길쭉한 막대 모양이 아니라 봉긋하고 폭이 넓은 넓은 바위였다.

 

석양이 해수면 가까이 기울면서, 서쪽 하늘이 더 붉게 물들었다.

 

  걸어서 차박지까지 가는 동안 아름다운 낙조 풍경에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길가던 차량들도 모두 멈추고 사람들이 모두 차 밖으로 나와 해넘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해변에서 은박 돗자리를 펴고 세 식구가 누워, 한참 동안 시원한 해풍과 구름 사이로 보이는 성근 별들과 둥글게 떠오른 한가위 보름달과 함께, 담소하며 시간을 보냈다. 주변 곳곳에서 간헐적으로 쏘아대는 폭죽의 매캐한 화약냄새가 잠깐씩 후각을 자극하기도 했지만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어두운 바다엔 해루질에 나선 사람들 랜턴이 반딧불처럼 빛났다. 아직도 산과 바다에서 수렵과 채취에 열심인 사람들이 많다. 먹을 것이 부족하던 옛 시절도 아닌데...  어쩐지 여행자의 낭만치곤 궁핍하단 생각이 들었다.   

 

    할미·할아비 바위(나치도)는 아름다운 일몰 경관을 보여주는 우리나라 서해안 낙조 감상의 대표적 명소로 2009년, 문화재청에서 명승 제69호로 지정했단다. 이 바위는 만조 때는 섬이 되고, 간조엔 육지와 이어져 하루에도 몇 번씩 변화무쌍하여 경관이 다채롭다. 이곳은 변산 채석강, 강화 석모도와 함께 ‘서해의 3대 낙조’로 꼽힌다고 한다.  

 

  이 섬 나치도에는 사랑했던 부부의 애달픈 전설이 전해 온다. 신라 후기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하고 활동하던 당시, 이곳 출신의 승언이라는 기지 사령관이 있었는데, 어느 날 급히 출정한 승언은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의 아내는 해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남편을 기다리다 지쳐, 그 자리에 망부석이 되었다. 이후 폭풍우가 크게 치던 날 큰 바위섬이 새로 떠올랐다. 이후로 지역 사람들이 망부석을 할미 바위, 새로 떠오른 큰 섬을 할아비 바위라고 하여, 할미 할아비 바위가 되었고, 그 마을을 '승언리'로 불렀다고 전한다.

 

  밤이 깊어 SUV 2열 뒷좌석을 접어 평탄화 시킨 차 안에서 세 식구가 쪽잠을 잤다. 성인 세 명이 자기엔 비좁긴 했지만 생각보다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똑바로 누워도 그런대로 잘 수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할미 할아비 부근을 걸었다. 할미 할아비 바위 부근 해변에는 봄 여름 가을꽃 박람회를 연다. 지금은 가을꽃 전시회를 하는데 절정은 9월 중순 이후부터란다. 그래서 꽃 관람은 패스하기로 했다. 박람회 앞 대형 주차장은 유료여서 차박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이른 아침, 해변의 갈매기도 바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안면도 영목항 방면

 

안면도 영목항

 

영목항 주변의 작은 섬들

 

원산도 방향

 

  다리 위에서 빤히 보이는 내륙의 보령화력 발전소, 발전소로 다니는 석탄 화물선 때문에 다리를 놓을 수 없었단다. 그리고 해저에는 청자 등 옛날 유물들이 발견되는 해역이어서 해저 터널을 뚫었다고 한다.

 

 해저터널을 통과한 후 귀가하는 길에 보령을 지나 무창포 해변에 들렸다. 때마침 간조 시간이라 물이 빠져 해수욕장 앞에 있는 석대도로 드러난 바닷길을 많은 사람들이 건너고 있었다. 

 

무창포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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