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빛나는 햇살이었다. 가을철임에도 장마처럼 연일 비가 내린다. 산책길 주변 나무 아래 이름 모를 버섯들이 소복소복 죽순처럼 솟아나고 있다. 맑은 햇살이 좋아 성벽 보수작업 때문에 한동안 가지 않았던 독산성의 온전한 모습을 기대하며 집을 나섰다. 독산성 서쪽 주차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비닐 금줄로 어지럽게 봉쇄한 출입구를 보며 예감이 좋지 않았다. 폐쇄된 입구 때문에 주차장 그늘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서문으로 올라갔다. 서문이 있는 성벽아래부터 대대적인 축대 보수공사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동안 자주 내렸던 비 때문에 흙이 무너져 내려 축대를 쌓아 보수하는 모양이었다. 공사현장을 돌아 서문을 통해 성안으로 들어가 북쪽 성벽길에서 동남쪽 방향으로 이곳저곳 살펴보며 한 바퀴 돌아 성 아래로 내려왔다. 독산을 에워싸고 있는 산성이라 한 바퀴 돌아도 내 걸음으로 5000걸음 정도로 작은 규모의 산성이다.
성위에는 예전의 북벽 보수 공사보다 더 큰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심지어 산 꼭대기에 있는 세마대에도 기둥에 두른 금줄 비닐 테이프가 어지러이 감겨 있어서 몹시 흉물스러웠다. 공사와 관계없는 곳임에도 금줄을 마구 감아놓은 관계자들의 인식이 답답해 보였다. 세마대 바로 아래 동남쪽 언덕에도 포클레인으로 큰 토목공사를 하고 있어 사람들의 통행이 어려웠다. 작업 진행자에게 요청하여 잠시 중장비를 멈추고 남쪽으로 지나갈 수 있었다. 일하는 분에게 물으니 치성 보수작업을 한고 있단다. 모처럼 햇살이 좋아 카메라를 들고 산성의 온전한 모습을 기대했었는데 실망감이 매우 컸다. 독산성은 임진왜란 때 산성에 머물던 권율 장군이 산밑에서 성을 에워싸고 포위하며 지구전을 벌였던 왜군들을 기지로써 물리쳤다는 유서 깊은 산성이다.
독산성은 남쪽에서 옛 수원 고읍성으로 진입해서 한양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지키는 중요한 요새였다. 정조대왕이 수원 고읍성이 있던 화산 아래 아버지의 묘를 이장하여 현륭원을 조성하고 독산성에 올라 그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고 한다. 독산성을 관리하는 오산시도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에 독산성 관리에 각별히 힘쓰고 있을 것이다. 안내문에는 금년 12월까지 공사를 끝내겠다는 공고가 붙었으나 빗물에 무너져 내리는 성벽 아래 토사관리에 애로가 많을 듯하다. 예전에는 성 아래 흙비탈에 잡목이 우거져 흙이 쓸리는 산사태가 없었으나, 나무를 베어내고 성벽을 돋보이게 공사를 한 뒤부터 사달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서문 아래 수원에서 평택으로 흘러가는 황구지천 주변, 평택 화성 고속도로 주변으로 황금빛 벼들이 익어가고 있었다.

서문 입구 주변과 서문



서벽에서 북벽으로 오르는 산성길

산성 안 서문 위 풍경

북벽으로 오르는 성 안길

서문으로 오르는 계단과 그 아래 화성 평야

성의 북벽


몇 년 전에 보수한 성의 북문, 문 안에 보이는 관악산.


북벽에서 바라보는 수원 광교산과 왼쪽의 관악산

정조대왕 이전 수원읍성이 있던 화산, 융건릉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이장하고 오늘의 수원에 화성을 건설하고 새읍성을 옮겼다.

북벽 치성 전망대에서 내려 보는 산성의 북벽

수원시와 광교산, 멀리 관악산.

세마대 아래 아담한 보적사, 백제 시대부터 전해온 사찰이다.


보적사 앞에 있는 동문, 문으로 보이는 곳은 동탄 신도시.

보적사와 독산성의 동벽

독산의 정상인 세마대로 오르는 계단

권율 장군이 산 꼭대기에서 쌀로 말을 씻는 퍼포먼스로 성 아래 왜적들에게 성안의 식수가 풍부함을 보였다는 세마대. 기둥마다 엉겨붙은 비닐 금줄이 보기 싫어 보정할 때 지워 버렸다. 없으면 더 아름다울 텐데, 왜 그리 비닐 금줄을 휘감는지 모르겠다. 치성의 전망대에도 비닐 금줄을 지멋대로 둘러서 흉물스러웠다. 오산시 관계자들의 문화재 관리에 더 큰 관심이 아쉽다. 최소한 지역사회의 문화유산을 자랑스레 보존해야 하지않겠는가.


세마대의 남쪽 현판


세마대 안의 작은 평상 마루

세마대 북쪽 현판, 한자가 다르다. 남쪽엔 '坮' 북쪽에는 '臺' 뜻은 차이가 없지만 글짜가 다른 이유는 뭔지 모르겠다.

세마대 뒤 보적사 북쪽 서울을 향하는 평야

수원 공군비행장과 관악산, 수원시가, 팔달산, 광교산

동쪽으로 오산시 세교지구와 화성시 동탄 신도시.

동남쪽 치성의 공사 현장

독산성의 주출입구였던 남문 주변


남문에서 동남쪽으로 뻗은 성벽, 성벽 아래 산세가 매우 급하다.



남쪽 치성에서 남문과 세마대로 오르는 동남방향의 성벽

남쪽의 또 다른 치성

동남 방향의 성벽


남쪽 평택방향

남서쪽 성벽



서쪽의 치성과 공사현장, 무슨 공사인지 알 수 없었다.

치성 위의 전망대


처음 들어왔던 서문 주변

서문 아래 주차장, 전두환 깡패 시절. 전두환 장인인 이규동의 농장 방문을 위해 만든 헬기장, 지금 그 땅의 소유자는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씁쓸한 우리나라 현대사의 한 장면이다.

'韓國의 城'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남산을 오르며 회한에 잠기다. (4) | 2025.10.20 |
|---|---|
| 구름 아래 걷는 한양 도성, 인왕산 성벽길 (0) | 2025.09.07 |
| 부여 부소산성의 가을 (0) | 2023.11.11 |
| 치욕의 역사가 서려 있는 남한산성 (1) | 2023.09.07 |
| 논산 노성산성 (11) | 2023.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