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엔 벼락과 우레가 무섭도록 몰아치더니, 아침 하늘은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듬성듬성 보였다. 시간대별 기상예보에 다행스럽게 30도가 넘지 않았다. 맑은 날이 아니라서 잠깐 망설이다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고 집을 나섰다. 경복궁역 1번 출구로 나와 사직단을 거쳐 단군성전, 황학정 언덕길을 타박타박 걸어 올라갔다. 휴대폰 지도를 보며 찾아가는 길이지만, 그 길이 맞나 싶어 지나가는 행인에게 길을 물어 인왕산 성벽길로 접어들었다.
지난번에 올라갔던 길이어서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가파른 언덕길이라 이내 온몸이 땀에 젖었다. 게다가 성벽길 안쪽으로 모노레일 공사를 하고 있어서 올라가는 풍경이 곱지만은 않았다. 높지 않은 성벽길임에도 가파른 탓에 숨이 차올랐다. 간간이 그늘을 찾아 쉬어갔지만 흐린 날임에도 불구하고 몹시 더웠다. 땀이 흘러 눈에 들어가 눈이 따가웠다. 간간이 트인 곳에서는 성벽 너머 불어오는 북서풍이 시원해서 땀을 말리곤 했다. 마주치는 등산객 중엔 웃으며 인사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외국인들이었다. 어떤 이는 오히려 나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정상에 올라 잠시 쉬려다가 그늘이 없어 이내 숙정문 방향으로 하산하여 예전처럼 수성동 계곡으로 내려왔다. 인왕산 맑은 계곡물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나도 잠시 물가에 앉아 발을 담그며 지친 다리를 달래었다.
황학정, 요즘에도 활 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호기심에 내려가 둘러보았다.






황학정에서 큰길 따라 올라가다 인왕산 호랑이상이 있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접어들었다. 인왕산은 경복궁을 보호하는 우청룡이고, 좌백호는 동대문에서 북악산으로 이어지는 낙산 능선이다.


인왕산 도성길로 접어들어 성벽을 따라 올라 갔다. 잠시 후, 왼쪽에 인왕산 선바위가 보였다.

산 위에는 인왕산 남쪽 능선 따라 치성이 길게 뻗어 있다.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곳으로 출입제한구역이다.

성벽을 오르다 좌측 철계단을 통해 성밖으로 나가 해골바위를 보고 성안으로 되돌아왔다.

철계단에서 내려다보는 남산, 멀리 청계산과 관악산 사이로 수원 광교산이 보였다.

모노레일 공사현장, 인왕산 공원 보수를 위한 자재 운반용 모노레일이라니 정신이 나가도 보통이 아닌 듯 싶다. 아름다운 숲길이 흉물스러워졌다. 그 흔한 환경평가는 하지 않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돌산을 얼마나 보수한다고 흉한 모노레일을 성벽 안에 설치하다니, 끔찍하다.


숨이 찰 때마다 뒤를 돌아다본다. 애들처럼, "얼마만큼 왔니?"

쌍봉낙타 등 같은 치성의 범바위와 그 뒤 인왕산 정상

치성 능선에 올랐으나 고개 넘어 고지가 또 나타났다. 바위 고개 넘어 까마득한 인왕산 정상, 조금씩 한 발짝씩 기운을 내보는데 숨이 가쁘다.



가파른 철계단도 오르고,

계단을 올라 잠시 쉬며 뒤를 한 번 바라보고, 앞으로 또 오른다.

옛사람들이 돌을 쪼아 만든 계단

뒷방향 롯데 타워부터 수원 광교산, 관악산까지



드디어 정상, 그러나 쉴 곳이 없었다. 사진 몇 장 남기고 창의문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상석 위의 외국인 커플

정상 아래 경복궁과 광화문

기차바위 너머 멀리 북한산 보현봉


빗물에 바위사잇길 질척거려 미끄러웠다.

정상 아래 바위

성벽 너머 서북쪽 방향, 멀리 한강물이 보였다.

기차바위와 보현봉

밑으로는 가까워진 경복궁, 경복궁을 보호하는 우청룡의 산세가 실감 났다.

수성동 계곡 갈림길 바로 아래 숲 속의 쉼터 도서관, 너무 더워 도서관에 들어가 세수하고 에어컨 바람에 땀도 식히며 잠시 쉬었다.

수성동 계곡, 골짜기 물소리가 정겹다. 도심에서 만나는 청정 계곡물이었다.



계곡 정자와 물놀이하는 사람들




수성동계곡으로 내려와 편의점에서 생수 500ml 한 병을 사서 그 자리에서 다 마셨다. 흥인시장에 들러 점심을 먹으려 했으나, 일요일이어서인지 쉬는 곳이 많았다. 더위 먹은 탓인지 머리가 띵해서 배고픈 줄도 몰랐다.
북악산 성곽길 : https://fallsfog.tistory.com/835
낙산 성곽길 : https://fallsfog.tistory.com/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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