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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國의 城

성곽길 따라 걷는 인왕산 한양도성

 날씨가 제법 풀렸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튼을 열었더니, 햇빛은 비치는데, 스모그 현상이 심했다. 대체로 오후가 되면 날씨가 맑아지는 경향이 있기에 천천히 준비해서 11시쯤 집에서 나왔다. 그러나, 스모그 현상이 더 심해져서 가시거리가 시간이 갈수록 더 나빠졌다. 지난번 창의문에서 북악산을 오를 때, 뒤로 보이는 인왕산 성곽길이 아름다워서, d-day로 삼았다. 일기예보는 오후에 상온 10도 정도로 상당히 포근하리라 한다. 문제는 들머리를 찾는 것이었다. 창의문에서 오르는 코스는 햇살을 마주 보고 걷는 남향길이라 서대문길을 선택했는데, 들머리 코스가 다양해서 나는 나름 원칙대로 끊어진 도성이 시작되는 지점을 찾아 오르기로 했다. 

 

 한양도성은 조선왕조 도읍지인 한성부 도심의 경계를 표시하고 그 권위를 드러내며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축조된 성이다. 태조 5년(1396년) 백악(북악산) 타락(낙산) 목멱(남산) 인왕의 내사산(內四山) 능선을 따라 축조한 이후 여러 차례 개축 보수하였다. 평균 높이 약 5~8m, 전체 길이 약 18.6Km에 이르는 한양도성은 현존하는 전 세계의 도성 중 가장 오랫동안(1396~1910, 514년)  도성의 기능을 수행했다.(한양 도성 안내 책자 머리글)

 

 지도앱을 보면서 시작점인 종로구문화체육센터 위에 있는 인왕산 도성 쉼터를 어렵게 찾았다. 그곳에 비치된 안내 지도를 들고 일단 성안 성벽 안길로 오르기 시작했다. 성안길은 보이는 것이 단조로웠다. 도중에 암문을 통해 성밖으로 나가 외성 아랫길로 올라가다 해골바위를 보고 다시 성안길로 들어왔다.  

 

  한양도성 인왕산 쉼터

 

싐터 앞 안내도

 

 밋밋한 성안길로 잠시 오르다 안내도를 보고 바위들을 보기 위해 암문을 통해 성밖으로 나갔다. 

 

 성밖길 계단을 오르니 오른쪽에 터진 공간이 있었다. 그 길로 3-40 걸음 나가자 그 유명한 해골바위가 있었다.

 

 해골 바위 뒷면, 해골바위 위로 멀리 인왕산 곡성이 보였다.

 

 해골 바위 아래 선 바위, 거리가 멀어 형체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군부대가 주준하고 있는 인왕산 곡성

 

 다시 계단을 통해 성안으로 들어서서 성안길을 걸으며, 잠깐식 뒷전망을 보면서 올라갔다. 전깃줄이 눈에 거슬린다.

 

 위에 보이는 봉우리가 곡성 부분

 

 아래로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가 보였다.

 

 북악산과 청와대도 지척지간이었고...

 

 뒷길로 남산 서울타워가 솟아 있다. 저 타워가 없었으면 너무 심심할 뻔했다.

 

 곡성이 있는 범 바위 부근에서 뒷풍경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정상이 보였다. 땀이 차서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었다. 홀가분하다. 날씨도 봄날처럼 따뜻했다.

 

 곡성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성벽

 

 가파른 철계단도 있었다.

 

 아래로 보이는 인왕산 곡성 능선

 

 제법 가파른 막바지 돌계단

 

 곡성으로 이어지는 성곽길이 아름답다.

 

  돌을 쪼아 만든 계단

 

 한양성 옥개석, 평상시 성곽을 보호하는 지붕역할을 하지만 유사시 밀어서 적군의 머리를 박살내는 무기이기도 하단다. 그러고 보니 한양 도성의 옥개석은 모두 돌로 만들었다.

 

 드디어 정상이다.

 

 바위에 앉아 그림을 열심히 그리는 아가씨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웃으며 스케치 북을 보여 주었다. 놀랍게도 외국인이었다.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낯선 이국땅에서 햇볕을 즐기며 그림을 그린다는 건 그야말로 낭만적이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북한산 자락, 보현봉이 마치 인수봉처럼 뾰족하게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보현봉과 북악산

 

 정상의 바위 위에 잠시 올랐다.

 

 뒷 방향, 뿌연 연무 너머로 관악산이 희미하게 보였다.

 

 경복궁 경회루와 광화문 일원이 가까이 보인다. 인왕산은 경복궁의 우백호에 해당하는 보호 능선이다.

 

 경복궁과 광화문, 그리고 남산...

 

 이제 북쪽 능선을 따라 내려간다.

 

 정상을 내려온 뒷 풍경

 

 서북쪽의 바위, 일명 기차 바위라는데, 전설로 내려오는 고전적 이름은 없을까, 이름이 인왕산과 어울리지 않는다.

 

 뒷방향

 

 갈림길에서 잠시 갈등하다가 창의문길을 포기하고, 수성동길을 선택하여 하산하기로 했다.

 

 하산길 옆 조망대

 

 핸드폰으로 이른바 파노라마 사진을 찍어 보았다. 북악에서 인왕산 곡성 능선까지 찍었으나, 작아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 원본 확대를 없앤 티스토리 운영자들의 횡포 덕이다.

 

 북악산과 청와대 방향, 청와대 보호를 위해 인왕산에도 각종 군시설들이 많은데, 이제 군부대와 시설물들도 해체해야 하지 않을까. 주인 없이 비어있는 청와대를 지킬 일이 없어졌으니까... 

 

 전망대에서 내려와 차도를 끼고 수백 보를 돌아 수성동 내려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수성동 계곡의 사모정

 

 수성동(水聲洞) 계곡은 나름 운치 있고 고풍스러운 곳이었다.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바위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가 대단하겠다. 그러나, 인왕산 중간이 차로로 산세의 맥이 끊기고, 턱밑까지 주택들이 파고 들어서 겨우 옛 명맥을 유지할 뿐이었다. 도시개발에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혜안이 필요하겠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사계절로 이이남이 디지털화한 그림, 잘려나간 윗부분이 복원되어 있다. 인왕제색도는 겸제가 76세 때 비온 뒤 인왕산을 그린 그림으로 수성동 계곡 남쪽 언덕에서 그렸다고 한다. 당시 사경을 헤매던 친구 이병연의 쾌유를 위해 그렸는데, 이병연은 그림 완성 후 사흘만에 숨졌다. 두 사람은 수성동에서 나고 자랐다. 인왕제색도의 원본은 인왕산 정상 부분의 머리가 잘린 채 전한다. 상단에 심환지의 친필찬시가 적혀 있었는데, 후손들이 제사 때 사용하려고 잘라 내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