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대기가 좋지 않다. 아침이면 미세 먼지 때문에 깨끗한 하늘을 볼 수 없었다. 한동안 뜸했던 화성에 가려고 오전부터 준비했으나 하늘이 곱지 않았다. 게다가 긴급 속보로 행궁이 있는 팔달산에 불이 났다는 뉴스가 있었다. 40대 남자의 방화라는데, 다행히 일찍 발견해서 진화해 문화재에 큰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예전에 팔달산 정상에 있는 화성장대에 불을 질러 모두 탄 적이 있었다. 세계문화유산이 불타 없어졌다고 외국까지 알려져 오히려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웃기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끔찍한 사건이었다. 개인적 불만으로 서울 숭례문 누각이 불타며 무너져 내리는 현장을 티브이에서 망연자실 바라보던 일이 생각나 한동안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회가 복잡해져서인지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들이 많다. 문화재 하나 온전하게 지키고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새삼 느꼈다. 예전 북경 인근 만리장성에 갔다가 성 위 으슥한 구석에서 지린내가 진동하는 것을 보고 대륙인들의 만행에 놀란 적이 있었다. 관리하는 당국도 그 부근에 화장실 하나 지어 편의를 도모한다면 쉽게 해결될 것을 그저 방치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지금은 나아졌을지 모르겠지만...
각설하고 하늘이 맑아진 탓에 오후 다섯 시에 집을 나섰다. 그동안 낮시간이 길어져 일몰시간이 여섯 시 반이었다. 북문에 있는 수원전통문화관 한옥들의 야경을 담아볼 요량이었는데, 너무 일찍 집을 나섰다. 저녁 바람이 제법 쌀쌀하다. 남녘엔 봄꽃이 피었다는데, 이곳의 계절감은 아직 봄이 아니었다. 석양이 아직 남아있어 화홍문부터 찾았다. 쌀쌀한 탓에 행인들이 많지 않은 게 오히려 좋았다. 인근에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관광객들이었다. 석양빛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곱지 않았다. 화성의 꽃인 방화수류정을 둘러보고 북문으로 이동하여 어둠을 기다렸다. 전통문화관에서 삼각대를 붙이고 야경을 담았다. 결과물이 생각과 달라 행궁으로 이동했다. 행궁 뒤 팔달산 정상에 있는 화성장대가 밤조명에 빛나고 있었다. 오늘 낮에 있었던 만행을 모르는 듯, 당당하고 화려한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장대까지 올라가려니 기운이 없다. 결국 야경촬영의 아쉬운 종착지는 방화수류정이었다. 출발점으로 되돌아가 멋쩍게 몇 장을 담고, 쌀쌀한 밤기운을 받으며 일정을 마쳤다.
석양 무렵 화홍문과 방화수류정


용연의 배수구인 이무기 석상, 그 모습이 매우 정교하고 우아하다.

용연과 방화수류정, 그리고 동북포루

방화수류정, 멀리 팔달산 화성장대


망울 맺힌 산수유, 봄이 오긴 오나 보다.

늘어진 버들가지에도 푸른빛이 역력하다.



노을이 심심한 빛깔이다.



북문인 장안문

옹성 안 내성의 외문

성안 내성

점등식 하듯 거리의 가로등이 들어왔다. 장안문 안쪽 한옥 거리 수원전통문화관 바깥 건물, 달빛 행궁이란 간판이 예쁘다.

입구

전통문화관 안쪽 한옥 건물






어둠이 깊어졌다. 다시 달빛 행궁을 거쳐 북문으로, 지났던 길을 되돌아 행궁으로 걸었다.



행궁, 홍살문과 신풍루, 산 위의 화성장대.



새로 지은 듯, 처음 보는 건물이다. 정조테마 공연장, 공연장 안은 카페였다. 거리에 온통 카페, 카페 천국이다.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내가 갈 곳이 별로 없다.

공연장 안마당


공연장 입구를 지키는 수문장, 해학적인 모습이다. 살 좀 빼지... 정조대왕은 대단한 무술가였다는데... 정조가 거느렸던 장용군이 살쪘다는 건 게을렀단 것일 텐데... 아무튼 해학적이고 넉넉한 캐릭터 인형의 모습이 푸근해 보여서 좋다.

행궁 앞 종각

처음 들렸었던 화홍문과 방화수류정, 그 사이 밤이 깊었다.









동선이 너무 겹쳐 어수선한 저녁, 그리고 밤 풍경이었다. 삼각대의 무거움과 달리 쌀쌀한 밤바람에 만족스럽지 않은 화성 나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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