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청명한 날씨라 모처럼 외출을 감행했다. 발코니로 내려다보는 차도양편 가로수에 벚꽃이 활짝 피었다. 동에 뒷산에도 개나리 산수유가 아주 제철을 만났다. 앙상한 나뭇가지에도 푸른빛이 감돈다. 예전 기억이 떠올라 남산 아래 한옥마을에 갔다. 이젠 십 수년 지난 옛 기억이 가물거려 건물들이 생각나지 않았다. 심심풀이 산책할 요량으로 간 남산골에는 한옥도 한옥이지만, 동네에서도 보지 못한 진달래가 만발해 있었다. 제철 만난 진달래와 벚꽃에 관리소에서 심은 봄꽃까지 합하면 그야말로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우리 동네 살구꽃과 매화꽃은 이미 떨어진 지 오래 건 만 이곳엔 아직까지 한옥 뒤뜰마다 관상용으로 예쁘게 피어 있었다. 어릴 때 소원이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 살아보는 것이었는데, 이번 생에는 뜻을 이룰 수 없을 것 같다.
이곳에 있는 양반집들은 그야말로 호사의 극치를 누리고 살았나 보다. 가옥의 배치나 방들의 꾸밈새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 집주인들은 살아생전에 그야말로 떵떵거리며 고생 모르고 권력가로 한 세상 살았듯 싶다. 도편수 집도 한 채 있긴 하지만... 조선 시대 내가 살았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궁금도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비추면, 저런 집은 언감생심 생각도 못했을 것 같다. 집들을 차례대로 구경하는 도중에 중국 관광객들을 만났다. 찾아온 성의는 고맙지만 성조 높낮이가 유별나서 그런지 몹시 시끄러웠다. 어찌나 목소리들이 하나같이 우렁차던지 정신이 없어 그들을 피해 얼른 나와 버렸다.
남산골 한옥 마을은 1989년 군부대 자리 7,934㎡ 를 서울시에서 매입하여 시내에 산재해 있던 서울시 민속자료 한옥 다섯 채를 이전, 복원하였다. 그리고 훼손되었던 지형을 원형대로 복원하여 남산의 자연식생인 전통 수종을 심었으며, 계곡을 만들어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하였고, 또한 정자·연못 등을 복원해 전통정원을 만들었다.
정원의 서쪽에는 물이 예스럽게 흐르는 계곡을 조성하고, 주변에는 고풍스러운 정자를 지어 선조들이 유유자적하였던 남산 기슭의 옛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전통정원 남쪽에는 서울 정도(定都) 600년을 기념하는 타임캡슐을 1994년 11월 29일 지하 15m에 묻었다. 보신각종 모형의 타임캡슐 안에는 서울의 도시 모습, 시민 생활과 사회문화를 대표하는 각종 문물 600점을 수장하여 400년 이후인 2394년 11월 29일에 공개하도록 예정하였다.
입구의 대문


천우각




천우각 앞에서 한옥마을로 들어가는 문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


관훈동 민씨 가옥






제기동 해풍부원군 윤택영 재실


평상과 죽부인이 집주인의 위엄을 대변하는 듯하다. 여름 잠자리로 최상일 듯...


서쪽 계곡으로 오르는 길, 곳곳에 정자가 여럿 있었다.




정원 맨 위 망북루


타임캡슐 묻은 곳, 400년 후 개봉할 예정이란다.


내려가는 길


동네 뒷산에서도 보지 못한 진달래가 이곳엔 지천으로 널렸다.



한옥마을 광장에 있는 천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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