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되자 성묘인 양, 움직임이 둔해졌다. 새끼냥이땐 제법 이리저리 숨고 뛰며 사냥놀이도 잘 하더만, 한 살 먹었다고 이젠 장난도 누워서 앞발로만 깔짝대며 놀려고 한다. 만지면 깨물려고 하며 도망가서 웬만하면 손대지 않지만, 대부분 근처에 머물며 지켜보는 얄미운 녀석이다. 사람이 나가도 그만, 들어서도 그만, 제멋대로다. 어쩌다 중문 앞에 마중 나오거나 배웅 나오면 그 짓이 예쁘고 사랑스럽다. 하지만 마음 내켜야 하는 짓이니 강제할 수 없는 노릇이다. 강아지 같으면 허리가 빠지도록 엉덩이를 흔들며 아양 떨 텐데, 그 맛이 없으니 심드렁하다. 야행성인 만큼 낮엔 주로 지 좋은 곳에서 잠을 자고 밤이 되면 활달하다. 지가 아쉬울 때면 앓는 소리로 의사 표현을 한다. 녀석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발코니 창틀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밖을 내다보는 일이다. 병원에 갈 때 말고는 좁은 아파트 실내만이 제 영역이니 바깥 세계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게 있는 것이 아닐까 안쓰럽게 생각도 해봤지만, 제 구역을 지키는 경계행위란다. 문제는 발톱으로 방충망을 찍고 위로 올라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방충망 찢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잘못해 추락하면 그 길로 영원한 안녕이 될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문을 닫아 놓지만 애걸하듯 앓는 소리가 심해지면 창문을 잠시 열어준다. 제일 착해지는 순간은 새벽이다. 방문을 열고 나가면 어둠 속에서 찾아와 정강이에 머리를 부빈다. 예쁘다고 만지고 쓰다듬어도 이때만은 얌전하게 손길을 받아준다. 잠시 동안이긴 하지만.
렉돌은 그 이름답게 털이 많아 곳곳에 고양이 털 천지다. 청소기로 빨아내도 그때뿐이다. 면 셔츠와 트레이닝 바지에 가늘고 하얀 털이 엉켜 붙어 바닥에 앉을 수 없어 식탁 의자에 주로 앉아 지낸다. 며칠 아들집에 머무는 동안, 녀석 때문에 몹시 불편했다. 가려운 곳이 있으면 알러지 크림을 냉큼 바르며 대비를 했으나, 가려운 곳이 한두 곳이 아니어서 부담이 생겼다. 수시로 돌돌이를 굴려 옷에 붙은 털들을 떼내며 나름 대비를 했지만 이곳저곳 가려우니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럼에도 친해보려 가까이 다가가면 물러가고, 물러서면 다가와서 뚫어지듯 쳐다보니, 한 살 백이 냥이래도 그 속내를 알 수 없어 답답하다. 부스스한 털을 빗겨주려고 빗을 들면 벌써 저 멀리 도망가 버리니, 털도 못 빗겨 사방에 털을 뿌리고 다니게 할 수밖에... 이따금 샤워를 시킨다지만 그것도 극도로 싫어해서 제대로 씻기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이쁘다고 키우는 심사를 알지 못하겠다. 하는 짓이 귀엽다고 얼려가며 사진 찍는 나조차 이해되지 않고... 고양이 키우는 사람을 집사라 하는 게 이해된다. 이놈은 끊임없이 옆에서 시중을 들어줘야 하니까 돌보는 일이 끝이 없다.
그리고, 집주인 행세를 하는 짓이 더 가관이다. 온 방을 쏘다니며 냄새로 점검하고 새로 접하는 물건이라도 발견하면 코를 들이대고 탐색한다. 내가 있는 동안 내방 출입을 금지하자 몹시 억울하다는 듯 문밖에서 별소리를 다 내더니 내 뜻이 완고하다는 걸 알았는지 결국 눈치껏 포기한 것 같다. 들이고 싶어도 날리는 털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출입하지 못하는 곳이 음식물 쓰레기가 있는 주방 뒤 발코니와 화장실, 그리고 내가 지내는 방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캣타워 높은 곳 투명한 원형 집에서 거실을 내려다보며 지낸다. 낮잠 자다가도 식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참견한다. 그래서 거만해진 걸까. 가까이하고 싶어도 순순히 다가오지 않는 고고함으로 한두 발짝 떨어져서 큰 눈으로 쳐다보는 걸 보면, 녀석은 철저히 자기중심으로 살아가는 놈이 틀림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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