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낯선 시선에 고개를 돌려보면 멀찍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파란 눈의 고양이 렉돌. 키우기 쉬운 순둥이 고양이라는데 이 녀석은 여간 까탈스러운 게 아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도망가기 때문에 언제나 가까이할 수 없는 존재이다. 강아지처럼 밖에 나가지 못하니까 안쓰러워 위로차 쓰다듬어 주고 싶은데 그조차 할 수 없다. 고양이 알러지 때문에 품에 안아주거나 오랫동안 만질 수도 없지만, 밖을 바라보는 걸 좋아해서 창문을 열어주면 바람냄새에 머리를 들고 코를 세운다. 바람의 양이 기대에 못 미치는지 발톱으로 방충망을 뜯는 탓에 그것마저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언젠가 방충망을 기어오른 적이 있다. 행여 방충망이 떨어지면 그야말로 즉사다.
귀한 생명체를 집에 들여 온갖 치다꺼리 다하며 키우는 아들의 정성이 대단해 보이지만, 말 못 하는 짐승을 집에 가둬 자유를 구속하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기도 하다. 그러나 유튜브 고양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자면 자유를 누리며 사는 야생 고양이들은 3~4년밖에 살지 못한단다. 집 안의 고양이는 15년을 산다는데... 오래 사는 것이 행복은 아니지만 천수를 다한다는 것은 복 받은 일이다.
무엇이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깜짝깜짝 놀라는 여린 가슴을 새가슴이라 하는데, 고양이 가슴은 새가슴 보다도 더 작아 보인다. 조그만 소리에도 깜짝 놀라며 경계하는 걸 보면 천적없이 집에 갇혀 지내는 삶이 오히려 행복일 것 같다. 본성이 홀로 사는 동물이라 둘이 있으면 서로 싸우니 스트레스 없이 혼자 편히 살아가는 게 행복이라 싶다. 언제 생명을 잃을지 모르는 약육강식의 야생은 얼마나 놀랄 일이 많을까. 집고양이는 넉넉한 먹이에 수시로 갈아주는 깨끗한 물, 편안한 잠자리, 부족한 것은 없다.
어렸을 때 자유로이 하늘을 날며 먹이를 구하는 새와 조롱 속에서 주인의 사랑을 받으며 먹이 걱정 하나 하지 않는 새 중 누가 더 행복할까라는 토론을 한 적이 있었다. 자유가 없던 시절이라 당연히 마음대로 하늘을 날며 사는 새가 행복하다고 주장했었다. 사람 사는 세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유의 가치보다 구속과 속박이 있더라도, 든든한 콘크리트 장막 안에서 자산의 안락함만 누릴 수 있다면 기꺼이 '조롱 속의 새'가 되겠다는 이들이 넘쳐난다.
민주주의와 자유가 공기처럼 당연해진 지금, 오히려 역사의 퇴행을 자처하며 과거 거대한 국가 폭력과 독재 시대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제법 존재한다는 사실은 서글픈 역설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공동체의 온전한 자유나 역사적 정의가 아니다. 오직 '나의 사유지, 내 아파트의 절대적 안전과 집값 상승'이라는 사적 영역의 보호뿐이다. 그 시절 개인의 존엄과 안전이 무참히 짓밟혔던 폭력의 역사쯤은, 내 안락한 영토를 지켜줄 강력한 '독재자(주인)'의 힘 아래서 기꺼이 눈감아버린다.
그렇게 보면, 흙 한 번 밟아보지 못한 채 좁은 거실에 갇혀 주인의 절대적 보호만을 갈구하는 집고양이의 삶은, 집값이라는 좁은 영역에 갇혀 스스로 정신적 유폐를 선택한 일부 현대인들의 자화상과 너무도 닮아 있다. 똥오줌까지 치워주는 주인의 헌신에 만족하며 세상과 단절된 평화를 누리는 고양이처럼, 그들 역시 자신들만의 견고한 아집 속에서 천적 없이 배불리기를 갈구하며 행복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의심하고 경계하며 긴장 속에 사는 삶. 어쩌면 현대인의 삶이 바로 이 렉돌 고양이의 눈망울과 닮아 있는 것은 아닐까.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영혼을 구속당할지언정, 나만의 집값 상승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안도하는 삶이다. 그러나 고양이의 행복은 주인의 변치 않는 헌신이 담보될 때만 유지되는 위태로운 행복이다. 부동산 거품으로 30년을 잃어버린 일본과 중국 경제의 참담한 붕괴는 우리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국가 경제가 망국의 길로 접어드는데도 오직 부동산이라는 자신만의 좁은 영토에 집착하는 근시안적 행복은, 주인이 사라지면 한순간에 무너질 집고양이의 위태로운 안락함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캣타워 유리 바구니에서 보내는 렉돌의 망중한.









캣타워 꼭대기에서 잔뜩 경계하고 있는 렉돌







행복한 듯 여유있는 표정으로 앉아 혼자 노는 렉돌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는 렉돌.

'imag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비 개인 아침 풍경 (0) | 2026.07.13 |
|---|---|
| 여름 영흥 수목원 (1) | 2026.06.11 |
| 거만해진 냥이 렉돌(4) (9) | 2026.05.07 |
| 기다리던 벚꽃 계절 (7) | 2026.04.08 |
| 봄꽃 만발한 남산골 한옥마을 (1) | 2026.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