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빗속에 밤늦게 도착했던 대둔산. 대둔산 입구를 통과해서 관광호텔에 숙소를 물으니, 빈방이 없단다. 예상은 했지만 빗속이라 살짝 당황스러웠다. 호텔 직원에게 물어서 찾아간 곳이 식당가 바로 아래 산장촌이었다. 한 곳에 산장들이 여럿 모여 있어서 그곳에서 여장을 풀었다. 산장은 그런대로 깨끗해서 큰 불편은 없었다. 값도 3만 원으로 저렴했고... 산장 주인에게 근처 식당을 추천받아 식당가로 갔으나 이미 문 닫은 곳이 많았다. 인적 끊긴 식당가에서 불 켜진 곳을 찾아 들어가니, 지긋한 연세의 노부부가 반갑게 맞이했다. 산골 냄새나는 산채비빔밥을 시켜 먹었는데, 봄이라서인지 나물들이 연해서 씹기에 좋았다. 식사 후 권하는 개똥쑥 차 한 잔에 대추 향과 함께 정겨움이 물씬 묻어났다. 이튿날 아침까지 그곳에서 식사하고, 일정을 줄이기 위해서 케이블카를 탔다. 편도요금 5000원, 왕복요금이 8500원이어서, 왕복요금으로 끊었다. 원래 1시간에 세 번 운행하는데, 손님이 많으면 사람들에 맞추어 움직인단다. 운행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른 아침이라 케이블카로 출근하는 직원들이 많았다. 케이블카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먹고살 수 있고, 노약자들도 쉽게 산에 올라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으니 그리 나쁘지 않아 보였다. 환경파괴라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노약자들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그리 나쁘게 생각되진 않았다. 중국의 경우 관광지 도처에 케이블카 내지는 곤돌라를 깔아 놓았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상업용 케이블카를 남발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덕분에 많은 사람들을 이동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도 같다.
케이블카 덕분에 대둔산 중턱 금강구름다리에 도착한 시간이 9시쯤. 밤사이 내린 비 탓으로 뿌연 안개구름들이 많았지만 시야를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구름다리를 건너고 가파른 삼선계단을 올라 쉬엄쉬엄 돌계단을 지나 정상 아래 고갯마루에 도착했다. 고갯마루에 마련된 평상 마루에 앉아 숨을 고른 후, 한 굽이를 돌아 878m 고지인 정상에 올랐다. 케이블카 덕에 산에 올랐다는 느낌이 덜 들었다. 예전에 가파른 돌계단으로 올랐을 땐 몹시도 힘들었었는데... 벌써 많은 등산객들이 정상에 모여서 눈 아래 펼쳐진 시원한 풍광들을 즐기고 있었다. 한동안을 머물며 경치를 바라보다가 왔던 길을 되돌아 하산했다. 케이블카 승차장으로 오는 도중, 산 중턱에 모여있는 노천식당에서 오전임에도 거나하게 취한 풍류객들을 보았다. 등산하며 즐기는 음주문화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안전사고 염려도 있고, 취해서 자신도 모르게 과잉 감정에 추태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은 탓이다.
산 아래 케이블 카 승강장 주변에 영산홍이 새빨갛게 한창 무르익어 꽃송이들이 탐스러웠다. 해발 850여 산 꼭대기에는 아직도 나뭇잎이 나지 않았던데...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연록의 아름다움 속에 호남의 금강산이라는 대둔산에서 봄기운을 흠뻑 느꼈다. 느린 걸음으로 대둔산 정상까지 왕복해서 돌아온 시간은 대략 2시간 30분여 소요되었다.
산 아래 케이블카 승차장에서 바라본 정상
케이블 카로 이동하면서 바라본 정상 부근
케이블 카 승강장 바로 위의 금강구름다리
금강구름다리 건너에서
삼선계단 바로 밑에서 금강구름다리를 보며...
삼선계단
삼선계단을 오르며 아래 방향으로 돌아서서... 등 뒤 배낭 때문에 돌아서는 것이 조금은 위태로웠다.
삼선계단 위에서
정상에서 조망, 좌측이 칠성봉
정상의 개척탑, 오히려 흉물스럽게 느껴졌다. 작은 암석 표식의 정상석 정도가 알맞을 것 같다.
하산길, 금강구름다리 아래에서
케이블카에서 미련감에 뒷방향을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