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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강원도 산간지방과 영동지방에 눈이 많이 내린다는 기상예보 때문에 노심초사하다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하마터면 산행을 못할 뻔했다. 버스 창엔 김이 잔뜩 서려 빗물처럼 물이 흘러내렸다. 그 덕에 창밖이 보이지 않아 버스가 어디를 달리고 있는지도 몰랐다. 하릴없이 잠을 청했다가, 설경에 취한 사람들의 탄성에 놀라 눈을 떴다. 닦아낸 차창 밖으로 태백산 능선들에 맺힌 상고대가 구름 많은 아침 하늘에 빛나고 있었다. 날씨가 맑았으면 좋을 텐데, 햇빛은 구름 속에서 변덕스럽게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화방재에서 내려 스패츠와 아이젠을 착용하고 들머리로 들어섰다. 잿빛 하늘임에도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낙엽송에 앉은 상고대들이 썩 볼만 했다. 

 

  사길령 들머리 

 

  허름하게 지은 산령각을 지나 천제단으로 향했다. 산령각 내부를 찍었다가 관리인에게 한소리 들었다. 허락받지 않고 찍었다고...  별 것도 아닌데, 어떤 절은 부처님 사진도 못 찍게 하던데...

 

  문제의 산령각 내부 사진, 백마 탄 이가 단종임금이다.

 

  사길치를 돌아 내려서자 유일사 매표소에서 올라오는 사람들과 합류했다.

 

  서쪽부터 하늘이 맑아지기 시작해서 푸른 하늘과 흰 구름, 흰 상고대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동쪽으로 가는 진행방향은 아직도 흐려서 어두웠다.

 

  하늘이 점점 벗겨지기 시작했다. 잠시 잡목이 우거진 등산로에서 벗어나 아랫녘이 탁 트인 바위에 서서 서북 녘을 조망했다.

 

  대한민국 등산복 입은 사람들은 다 모였나 보다. 명동 거리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무질서의 극치였다. 스틱을 휘두르는 사람, 유행가를 크게 틀고 가는 사람, 좁은 등산로 한가운데 멈추고 서서 잡담하는 사람, 좁은 틈을 비집고 새치기해서 앞으로 달려가는 사람 등등등,  청량한 겨울 하늘과 달리 무질서한 사람들 때문에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다.

 

  주목 군락지에 이르러 사람들을 피해 주변을 살펴보았다.

 

태백산 정상 장군봉에 도착했다. 무수한 사람들이 장군봉 제단에 올라 꿇어 엎드려 절을 하고 있었다. 

 

  장군봉에서 태백산 천제단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겼다. 산행하는 사이에 하늘이 맑게 개었다. 날씨도 포근해서 높은 산 위에서도 전혀 춥지 않았다. 장군봉은 해발 1567m  천제단이 있는 곳은 1547m. 태백산의 정상은 장군봉이다.

 

  천제단에 아래 주목 군락지에 도착해서 장군봉을 돌아보았다.

 

  천제단 부근에서 돌아본 장군봉

 

드디어 천제단, 많은 사람들을 제치고 들어가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새로운 발견, 비닐을 뒤집어 쓴 무리... 천제단 마당에서 비닐을 뒤집어 쓰고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참 희한한 풍경이었다. 날씨도 그리 춥지 않았는데... 아마도 준비해온 비닐이 아까워서 그랬을 것만 같다.

 

  정상에서 오래 머무를 수는 없는 일... 하산길을 놓고 망설였다. 문수봉으로 내려가는 길, 멀리 문수봉이 보였다. 

 

  결국 문수봉 길보다 거리가 짧은 망경사 방향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오랜만의 산행이고, 아이젠 때문에 발목과 무릎에 피로가 몰려왔기 때문에 어찌하는 도리가 없었다.

 

  내려가는 길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내려가는 길에 마주친 단종비각

 

  비각 아래 망경사가 보였다.

 

  망경사-배낭을 진 등산객이 절을 하며 치성드리고 있었다.

 

망경사 아래에서 바라본 문수봉

 

내려가는 길은 넓고 비탈이 져서 썰매 타고 가면 딱 좋겠다. 어린애용 플라스틱 썰매를 가지고 타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동심에 젖어 유치해지고 있었는데,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곳이라 보기에 좋지 않았다. 썰매 타지 말라는 경고문까지 붙어있는 것을 보면 타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반재 갈림길, 당골 광장 하산 종점까지 반 남았다. 눈이 많이 쌓여서 아이젠 없이 등산은 불가능할 것 같다.

 

  하산길에 발견한 호랑이에 물려 죽은 사람의 무덤, 눈에 덮여 원형을 알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하산길

 

  공원 관리소 부근 하산 종점에 있는 단군상과 단군성전. 삼국유사에 나오는 태백산이 이곳이 아닐 테지만 태백산이란 이름 때문에 이곳에 성전을 세웠나 보았다. 단군왕검께서 나라를 세운 곳이 태백산 아래 신단수라는데, 어떤 이는 태백산이 백두산이라고 하고, 북한에서는 평양이 단군의 도읍지라 단군 능까지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강화도 마니산에도 단군이 제사했다는 참성단이 있어 전국체전 때마다, 올림픽을 모방에서 채화까지 하는데... 누가 시원하게 정리 좀 해줬으면 좋겠다. 아전인수격으로 단군의 이야기를 이곳저곳에 끌어다 붙이지 말고...  신화인지 전설인지 역사인지 국사를 배울 만큼 배웠지만 우리 국민 대부분이 아직도 모르고 있는 이야기이다.

 

 

  단군성전

 

단군성전 아래 광장에서는 태백산 눈꽃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매스컴에서 매년 요란을 떨던데, 막상 대하고 보니 별 거 아니었다. 규모도 작고...

 

등반 코스 : 화방재- 유일사 갈림길- 주목군락지-장군봉-천제단-망경사-반재-석탄박물관-당골 주차장 : 약 10km (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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