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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향기

남양주 광릉

  초파일 연휴, 모두들 연휴의 들뜬 기분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데, 꼭 짚어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먼 거리를 달리자니 체력적으로 부담도 되고 해서 가까운 곳으로 정한 곳이 크낙새가 살았다는 광릉 수목원이었다. 내 어릴 때, 학교에서 무수히 들었던 것이 천연기념물인 광릉 크낙새와 춘천장수하늘소였다. 아직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단골시험문제로 출제되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중학교 1학년 시절 봄인지 가을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버스를 대절해서 광릉으로 소풍을 갔었다.  그곳에는 두 명이 맞잡아도 닿지 않는 우람한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한국전쟁의 참화로 벗겨진 동네의 민둥산만 바라보다 울창한 숲에 들어서니 그곳이 별천지처럼 생각되었었다. 그 후 우리 애들이 어렸을 때 한 번 갔었는데,  그 모습이 그리웠었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섰으나, 구리 가는 외곽순환도로부터 꽉 막혀버린 고속도로는 주차장이었다. 엉금엉금 기어가다가 핸드폰으로 실시간 교통안내를 받아보니 고속도로를 우회해서 나가랬다. 가까스로 가까운 서하남 IC로 나가 시내길로 요리 저리 빠져나갔다가 교통안내로 다시 상일 IC로 고속도로에 들어섰으나 도로상황은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 모든 차들이 거리로 다 쏟아져 나왔나 보았다. 특히나 춘천 가는 고속도로 쪽으로는 차들이 붙어버려 개미만큼도 움직이지 못했다. 퇴계원 IC로 나갔는데, 그곳에도 춘천 가는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춘천 가는 차들이 일동, 광릉 가는 1-2차선 까지 딱 붙어 끼어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일찍이 춘천행인 3-4차선에 줄 선 사람들은 그야말로 환장할 일이겠다. 춘천 갈림길을 벗어나서야 비로소 제 속도로 움직일 수 있었다.  광릉 숲 가까이 봉선사 입구에서 경찰이 수신호로 우회전하래서 창문을 열고 광릉까지 걸어야 하냐고 물으니 짜증을 내며 그렇다고 끄떡거렸다. 모처럼의 휴일 쉬지도 못하고 교통정리하는 입장을 모를 바 아니나 내 기분은 좋지 않았다.  경찰들이 안내하는 대로 가서 차를 주차하고 봉선사 입구로 다시 걸어 나오니, 광릉 쪽으로 직진하는 차들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다른 경찰에게 물었더니 광릉까지는 한참을 더 가야 한단다.  남따라 지게지고 장에 간다고 엉뚱한 곳에 차를 댄 내가 바보였다.  짜증 내던 경찰에게 댁 때문에 엉뚱한 곳에 주차했다고 말했더니, 가타부타 말도 없이 멋쩍게 피식 웃고는 그만이었다.

 

  다시 차를 빼서 좁은 숲길로 2-3km를 더 들어가 수목원 입구에 갔더니, 사전에 예약이 되어 있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단다. "이런 젠장... 여기까지 오려고 그 막히는 길을 뚫고 두세 시간이나 걸려 힘들게 왔는데..."  입구 직원 들으라고 큰 소리로 투털거렸지만 직원은 눈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언젠가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에 갔더니, 차댈 곳도 없이 인산인해인데도 만원이 넘는 입장료를 받으며 모두 입장시키는 걸 보았다. 그야말로 돈을 마대자루에 쓸어 담는 형국이었다.  90년대 중반 캐나다에 갔을 때 들렸던, 밴쿠버 부근의 빅토리아 섬에 있는 부챠드 가든이 생각났다. 석회석 폐광산을 노부부가 정원으로 가꿔서 관광지로 개발하여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되었다. 이야말로 무공해 황금산업이라 생각했었는데,  그 뒤 거제도 외도에 갔더니 그야말로 입장료를 마대자루에 쓸어 넣고 있었다.  더욱이 외도는 좁은 섬이라 입장 후 세 시간만 머무를 수 있어서 관람객 회전도 최고였다.  광릉 수목원은 국립수목원이니 입장수입은 관심이 없겠다.  그러니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사람 많다고 좋을 일도 아니겠다... 모든 건 사전 정보에 어두웠던 내 부족함 때문이니 뭐라 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하는 수없이 차를 되돌려 광릉으로 갔다. 다행히도 주차장이 넉넉하게 여유가 있었다.  주차료 2000원과 입장료 1000원씩을 내고 광릉에 들어섰으나, 옛날의 감동은 없었다. 어렸을 때는 굉장히 넓었던 것 같았는데, 광릉수목원을 세운 뒤, 세조의 능만 따로 분리해서인지 좁고 답답해 보였다. 그러고 보면 수목원을 세운 것이 관람객 입장에서는 그리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닌 듯싶다. 예전에는 한 번 입장해서 그 넓은 광릉 숲을 즐길 수 있었는데, 이제는 두 번을 입장해야 하고, 또 사전 예약이라는 번거로움을 거쳐야 하니 말이다. 수목원에 들어가 보진 못했지만 오히려 인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지 않을까 살짝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그나저나, 수목원을 보지 못해 아쉬움만 안고서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입구에서 능으로 들어가는 길

 

 

정자각과 세조의 비 정희왕후 릉, 홀수날은 세조의 묘만 개방하고, 짝수 날에는 왕후의 묘만 공개한단다. 

 

정자각과 세조의 묘 

 

 

공개하지 않는다는 왕후의 능에 사람들이 올라가 구경을 하고 있었다. 문화재청에 빽이라도 있는 사람들일까, 아나면 몰래 들어간 사람들일까. 당당하게 관람하는 모양으로 봐서는 몰래 들어간 사람들 같지는 않아서, 차별받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정희왕후의 묘

 

비각

 

 

공개 중인 세조의 묘,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다. 왕권을 위해 어린 조카와 친동생, 충신들을 살해한 염치없이 포악한 인물이다.

 

묘 앞에서의 전망, 풍경이 참으로 좋았다.

 

 

무신석상

 

문신석상

 

 

 

입구의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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