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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

양양 낙산사

  중부지방은 32도를 오르내리는 불볕 더위라는데, 영동지방은 어딜 가나 잔뜩 흐린 날씨에, 한낮에도 22도가 제일 높아 저녁 무렵에는 오히려 춥기까지 했다. 몇 해전에도 6월에 강릉해변에 왔다가 푸른 하늘은 보지도 못하고 쌀쌀한 날씨에 연무 속에 되돌아간 적이 있었다. 선자령 오를 때의 쾌청한 하늘이 그리웠다. 그때 동쪽에서 구름 안개가 계속 밀려오더니만, 그 구름 안개 때문에 날이 흐리고 기온도 낮은가 보았다. 그 덕에 움직이는데 덥지 않아 좋았으나 바다에는 이미 사람들이 몰려들고, 성급한 아이들은 바다로 뛰어들었다. 낙산사 주차장이 만원이라 무료로 개방되어 있는 바닷가 도로 옆에 차를 세워두고 낙산비치호텔 방면으로 걸어서 낙산사를 찾아갔다. 비치호텔 앞 낙산사 입구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받고 있어서, 그 까닭을 물으니, 복원이 다 끝났기 때문에 작년부터 입장료를 받는다고 했다. 2005년 화재로 낙산사가 전소된 후 황량한 절터를 바라보며 아쉬워하기도 했었는데, 완전 복구했다니 다행이라 싶었다. 이곳 주지 스님은 크게 깨우치신 분으로 천주교 신부님과 교류하면서 상호 방문해서 미사와 불공을 드린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 호감을 갖고 있었다. 다른 절에서는 안된다는 입장료 결재를 카드로 해주는 걸 보니, 주지 스님이 앞서 가시는 분은 확실한 모양이었다. 

 

  아름다운 동해바다 벼랑 옆에 이 절을 세우신 분의 안목에 감탄하며 경내로 들어섰다. 동해 최남단 바닷가 바윗돌 가운데 지은, 부산 기장의  해동용궁사도 아름답긴 했는데, 지나치게 세속적인 분위기였다. 그곳에 비하면 낙산사는 탈속적이고 절제되어 있어서, 전통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런 탓으로 이곳을 지날 때면 당연스럽게도 복원과정 중에도 즐겨 찾았던 곳이었다.

 

 

 낙산 비치호텔 방면으로 올라,  낙산사 경내로 들어서자 길게 줄서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점심 때마다 관람객들에게 무료 국수를 공양하는데, 그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무료공양 국수는 구수한 국물에 삶은 국수 한 줌에다 몇 점 얹어주는 김치 조각이 전부였음에도, 모처럼 맛보는 절간 음식이라 즐겁게 먹었다, 조금 짜기는 했지만 간단한 물국수 한 그릇이지만 많은 관람객들을 생각하면 녹록지 않은 지출이 있을 것 같다.  

 

 

 

 

국수공양실 옆에 있는 의상기념관의 전시물, 산불로 녹아버린 동종의 잔해가 당시의 참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홍련암 가는 길에 바라본 의상대, 동해 일출 감상지 중 최고로 꼽히는 곳이다.

 

두 벼랑 위에 걸쳐 지은 홍련암

 

홍련암 마루바닥에 작은 구멍이 있는데, 그 구멍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면 벼랑 사이로 들락거리는 동해의 푸른 물을 볼 수 있다.  전에는 나무로 막아놓고 부처님께 절을 하면 구멍을 열고 보여주었는데, 이제는 아예 유리창으로 그 아래를 볼 수 있도록 했다.

 

홍련암 앞에서 바라본 의상대

 

홍련암에서 의상대로 되돌아 나와, 해수관음상 있는 곳으로 오르는 길에 있는 보타전. 오른쪽의 불타다 남아, 생명을 이어가는 소나무가 안쓰러워 보였다.

 

보타전에 모신 천수 관세음보살

 

관음전 처마 아래 풍경, 의상대가 그윽하게 보였다.

 

관음전에는 부처님을 모시지 않았다. 유리창 밖으로 해수관음상을 마주하고 불공을 드린다.

 

해수관음상

 

해수관음상 언덕의 북쪽 해변, 날씨가 흐려 설악산은 보이지 않았다.

 

대웅전 가는 길에 되돌아본 해수관음상

 

 

대웅전으로 들어가는 문인데 연꽃 봉오리를 형상화했다.

 

 대웅전인 원통보전

 

 

응향각 아래에서 올려다 본 원통보전

 

응향각 아래 빈일루

 

범종루

 

정문으로 나오는 길가에 있는 낙산배 시조 목

 

정문인 홍예문

 

 

다시 되돌아온 낙산 해변,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이 부럽다. 체면 불고 하고 저 푸른 물에 풍덩 뛰어들었으면...

 

  2005년 4월 4일, 식목일 바로 앞전, 바람에 도깨비불처럼 날아다니던 산불로 전소해버린 낙산사가, 10년도 되지 않은 세월에 원상 복구된 것이 참으로 신비롭다.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려는 사람들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자연의 복원력이야말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화재 후 바싹 말라 척박한 땅에서 바람이 불 때마다 까만 먼지가 날리곤 했는데, 얼마 되지 않은 세월 속에 낙산사는 푸른 녹음으로 되 덮였다.  끊임없이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자연을 훼손하려는 사람들은 화재 직후의 낙산사의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황폐한 자연 앞에서 과연 우리 인간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울창한 숲과 맑은 물은 개발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지키고 보존하며 공생해야 할 사람의 울타리임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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