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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寺

능가산 내소사

  오랜 지기들과의 여름 여행은 무더위 때문에 빛을 잃었다. 본디 목적지도 없이 길을 가다가 풍광 좋은 명승지를 탐승하는 것이었지만, 더위 때문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 해변으로 나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35도를 넘는 처음 겪는 이 무더위에 높은 산 계곡을 찾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로 쉽게 닿을 수 있는 곳, 몇 번이고 다녀온 곳을 또 찾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가는 곳이 그저 절집이었다. 

 

 수년 전 겨울 격포항에서 하루 묵으며 조반으로 백합죽을 먹었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었다. 그 맛 때문에 이번에 변산으로 또 갔다. 그런데, 휴가철이라서인지 격포항엔 수많은 사람들과 차량들로 가득했고, 그 주변이 리조트 단지로 개발되어 상전벽해되었다. 할 수 없이 그늘을 찾는다는 것이 내소사였다. 차 밖으로 나가니 삶는 듯한 한여름의 열기기 몰려들었다. 너무 더워서 빙과 음료를 입에 물고 내소사 전나무길을 걸어 들어갔다. 몇 년 사이에 불사를 많이 했나 보았다. 보이지 않던 절집들이 들어서 있어 또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다. 변하지 않은 것은 봉래루와 대웅전의 단청 빠진 전각들이었다.

 

  찬 음료를 빨아먹었더니 갈증이 더 일었다. 범종각 앞의 식수터에서 약수 한 바가지를 마셨으나 미지근한 수온 때문에 갈증은 가시지도 않았다. 손수건에 물을 축여 머리에 뒤집어쓰고 나서야 내소사의 나머지 볼거리들을 관람할 수 있었다.  너무 더워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었다. 더구나 올림픽 중계방송 보느라고 밤잠까지 설친 여름날 폭염은 가히 살인적이었다.

 

  결국 2박 3일의 일정을 견디지 못하고 1박으로 일정을 생략하고 돌아오고 말았다. 

 

 

단청 바랜 봉래루, 아름다운 저 건물에 단청은 왜 올리지 않는지. 볼 때마다 의문이다.

 

석탑과 대웅전, 대웅전 단청도 예쁘게 올렸으면 좋겠는데, 언제 보아도 그저 한결같이 저 모습이다. 대웅전 앞에 세운 철기둥은 못 보던 것이었는데...

 

종무소

 

종무소 처마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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