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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향기

정지용 문학관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뷔인 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짚벼게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든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같은/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아무러치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사철 발벗은 안해가/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마을을 감아 휘도는 고향의 실개천 이미지와 고향에서 겨울밤을 보내는 연로하신 아버지, 풀섶을 뛰놀던 유년시절의 추억, 물결같이 출렁이는 까만 머리칼을 지닌 어린 누이와 가난하지만 수수한 아내, 초라하지만 화롯불 정담이 넘치는 고향의 모습은 한국인들이 잊지못할 마음 속 유전자같은 풍경이다.  하지만, 이젠 점점 사라져 잊혀가는 안타까운 이미지이자 정서가 되었다.  

 

   한 때,  "향수" 속 얼룩백이 황소를 오해한 적이 있었다.  외래종 얼룩소가 왜 고향 이미지였을까 하는 거였는데,  얼룩배기 황소는 젖소인 얼룩소가 아니라 토종소인 칡소라는 것이었다.  무식이 병인 셈인데, 이처럼 시 향수는 잊혀져 가는 우리 토종 유전자에 대한 안타까움이 드러나기도 한다.

 

    70년대 학교 강의 시간에, 지용시인이야말로 우리나라 최고의 시인이란 찬사를 듣고나서, 청계천 옛책방에서 구해온 그의 시집 <백록담>을 복사해서 읽던 기억이 난다.  80년대 초까지 그는 월북작가였기에 이름까지 잃어 정ㅇ용으로 소개되었었다.  88올림픽 이후 월북작가 작품들이 해금되자 그도 이름을 되찾고 그의 시들도 비로소 어둠의 세계에서 햇볕으로 나와 아침이슬보다 더 반짝이게 되었다.  그는 한국문단에서 뛰어난 모더니스트로 평가되고 있으며,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공감각 이미지 구사가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작품들이 세상으로 나옴에 따라 우리나라 현대시문학은 아름다운 시어들로 보다 풍성한 감성을 갖게 되었다.  해금이후 교과서에도 그의 시들이 실리고, 가곡으로 불려져서 그는 일약 국민시인으로 사랑받게 되었다.  그의 고향 충북 옥천군에서는 그의 생가를 복원하고, 그 옆에 문학관을 설립하여 그를 기리고 있다.   

 

 

  그는 고향인 충북 옥천에서 초등 과정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와 휘문고보를 다녔다. 그리고 일본에 유학하여 경도(京都)에 있는 동지사대학(同志社大學)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귀국 후 곧바로 모교인 휘문고등보통학교 교사로 근무하다가  8·15광복과 함께 이화여자대학교 문학부 교수로 옮겨 문학 강의와 라틴어를 강의하는 한편, 천주교 재단에서 창간한 경향신문사의 주간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서 칩거 중에  6.25를 맞았고 그때 납북 되었었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던 까닭에 자진 월북은 아닐 것이라는 추정만 있었을 뿐, 6·25 이후 행적이 묘연했었다.  다만 1993년에 이르러 평양의 「통일신보」는 정지용 시인은 1950년 9월경 경기도 동두천 부근에서 미군 폭격에 의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고 한다.

 

 

  정지용 문학관

 

  현관에 마련된 그의 밀랍상

 

 

  연보

 

 

 

  지용문학상 수상작

 

  향수 사진전 입상작

 

 

  문학관 옆의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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