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술의 향기

정호승 북콘서트

  인근 도서관에서 개최한 정호승 북콘서트!

  감각적 이미지로 공감을 자아내게 하던 시인이었기에 귀찮음을 떨어내고 다녀왔다. 옛날엔 문학의 밤이라고 해서 잔잔한 음악을 깔고 시낭송회를 하곤 했던 것 같은데, 이젠 북콘서트란다. 북콘서트란 말이 너무 생소해서 거북하기도 했지만 시인을 만나 그의 육성을 들어볼 기회가 많지않은 터이라 기쁘게 경청할 수 있었다. 정호승 시인의 인생이야기 뒤에는 서율이라는 혼성 밴드가 시인의 노래, 또는 시인의 산문과 관련된 내용을 가사로 만들어 노래로 들려 주었다. 시를 바탕으로한 노래 가사는 물론 좋았고, 맑은 여가수의 목소리는 더더욱 쓸쓸한 가을밤을 청아하게 만들어 주었다. 값싼 눈물과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대중가요에 찌들은 세상을 잠시나마 맑게 정화시켜주는 듯 했다. 게다가 왕년의 비틀즈 노래 "Let it be"와 "Hey Jude"를 서율의 청년가수가 자신의 통키타 반주에 맞춰 불렀는데, 노래소리도 좋았지만, 자막으로 보여준 원문과 번역가사가 어찌 그리 좋던지...  옛날 학교 다닐 때 내용도 모르고 몇 소절씩 따라 불렀던 탓에 익숙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내용이 이리 좋은 줄은 이때껏 모르고 살았다.  이리 좋은 노래를 만든 비틀즈가 대단히 존경스러워졌다.  그런 가수가 없는 우리 현실이 가슴 저려왔고...  한류가 유행이라지만, 내 나이탓인지는 몰라도 의미를 알 수 없는 가사와 현란하고 관능적인 춤사위가 난무하는 현실은 마냥 거북하기만하기에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Hey Jude"는 존레넌이  아내 신시아와 이혼하고 일본여자 오노 요꼬와 결혼하려고 할 때, 같은 멤버였던 폴매카트니가 존레넌의 다섯살 배기 아들 줄리안을 위해 지어부른 노래란다. 부모의 이혼을 모르는, 천진난만한 줄리안을 위로하려는 폴의 애정어린 노래였다는 것을 이 북콘서트를 통해서야 알게 되었다. 예전에 이 노래를 들을 때, 가사내용도 모르고 의미없이 따라부르기만했던 후렴구절이 부끄러워져서 귓볼이 뜨거워졌다.

  "헤이, 쥬드. 나쁘게 생각하면 안 돼요. 슬픈 노래도 좋게 불러야지. 알겠어요? 그녀를 당신의 마음 속에 끌어들이는 거예요. 그러면 잘 되어 가기 시작하는 거죠. 헤이, 쥬드. 두려워하지 말아요. 나가서 그녀를 잡으면 잘 되도록 있어요. 그녀를 꼭 붙잡은 그때부터 좋아지기 시작하는 거예요. 고통을 느낄 때, 쥬드, 무리하지 말아요. 세계를 짊어져서는 안 돼요. 자기의 세계를 조금 차갑게 보고 잘난 척하는 녀석이 있지만 그건 바보예요. 헤이, 쥬드. 나를 실망시키지 말아요. 그녀를 발견했다면 당신의 것으로 만드는 거예요. 알았어요? 그녀를 당신의 마음 속에 끌어들이는 거예요. 그러면 잘 되기 시작하는 거예요. 꺼낼 것은 꺼내고, 넣을 것은 넣는 거예요. 헤이, 쥬드.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요. 슬픈 노래도 좋게 불러야지요. 알았죠? 그녀를 단단히 당신의 것으로 만드는 거예요. 그러면 잘 되기 시작하는 거지요. 잘 돼요. 잘 돼요. 나~ 난나 나나나나........."

  마지막 3분동안 "나~ 난나 나나나나~"를 반복하는 후렴구절은 들어보지 않은 이 별로 없을 듯...

 


   뜻도 모르고 흥얼거렸던 "Let it be"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근심의 시기에 처해 있을 때, 어머니께서 다가와(혹은 성모 마리아) 지혜의 말씀을 해주셨어요.  let it be (순리에 맡기거라. 또는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렴.) 내가 암흑의 시간 속에서 헤매이고 있을 때에도  어머니는 내 앞에 똑바로 서서 지혜의 말씀을 해주셨어요.  let it be.  지혜의 말씀을 속삭여 봐요. 세상을 살아가며 상심을 겪게 되는 사람들이 좌절을 할 때에도 현명한 대답이 있어요. 왜냐하면 비록 헤어짐을 겪게 될지라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죠. 현명한 대답이 있어요.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현명한 대답이 있어요. let it be. 지혜의 말씀을 주셨어요. 지혜의 말씀을 속삭여 주셨어요. let it be.........."

 

  아아, 한 시대를 풍미했던 비틀즈는 단순한 대중가수가 아니라 인생을 음미하고 노래한 위대한 철학가이자 음유시인이었던 것이었다.  깊어가는 가을밤, 집에 돌아와   "Let it be"와 "Hey Jude"를 검색하며 듣다가 자정 넘어서야 겨우 뒤척거리며 잠들 수 있었다.

 

 

 

 

 

 

 

 

  

 

 

 

  

 

 

 

 

 

 

 

 

 

 

'예술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년의 꿈  (4) 2014.03.11
정지용 문학관  (6) 2014.02.24
봉평 이효석 문학관  (4) 2013.01.27
원주 토지문화관  (4) 2013.01.25
거제 청마 기념관  (0) 2013.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