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술의 향기

봉평 이효석 문학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은 강원도 평창의 산간마을 봉평을 메밀의 대명사로 만들어 버렸다. 예로부터 가뭄이 들어 모내기를 못해 논농사를 망쳤을 때, 대체식물로 심었던 것이 메밀이었는데, 산간마을 봉평은 일찌기 논농사가 어려워 메밀을 많이 심었었다. 대한민국에서 메밀의 산지가 어찌 봉평뿐일까마는 이제 메밀은 봉평산이라야 가장 신뢰할 수 있게 되고 말았다. 춘천막국수가 유명한 것도 메밀이 춘천주변에 많이 생산되었던 작물이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토속적이며 서정적인 단편소설 "메밀꽃..."은 일제시대 장돌뱅이들 애환을 다룬 소설이다.  가난하고 못생긴 장돌뱅이 허생원의 하룻밤 사랑이야기에 환상적인 메밀꽃 핀 밤풍경을 결합시켰다. 그리고,  거기에 동이라는 어린 총각 장돌뱅이를 연계하여 부자의 연을 암시하고 있다. 짧은 이 소설의 압권은, 그 관계의 배경이 바로 달빛 속에 하얗게 피어 빛나는 메밀밭 풍경다. 달밤에 하얗게 빛나는 메밀꽃, 그리고 물레방아...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흔붓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팔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 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공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달밤에  빛나는 메밀밭 풍경을 묘사한 이 부분은 소설의 하일라이트로 서정적 분위기 묘사에서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허생원과 봉평의 제일색이었다는 성씨녀와 하룻밤 사랑이 이루어진다. 그 일을 잊지 못하고 평생을 장돌뱅이로 살아가는 허생원은 어린 장돌뱅이 동이 이야기를 듣고 동이엄마를 성씨녀로 짐작하며 그녀가 살고 있는 제천장으로 향한다는 것이 이 소설의 줄거리이다. 물론 허생원이 끌고 다니는 당나귀는 생원과 같은 처지이자 분신이다.

 

  평창군이 주관하여 봉평에서는 해마다 가을에 메밀꽃 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 기간에 이곳을 방문한 적은 없지만 70년대에만 두 번이나 방문했었다. 그 때는 봉평에 들어오는 버스도 변변치 않아 큰 길에서 봉평까지 4km가 넘는 길을 걸어서 들어 갔었다.  물론 영동고속도로 개통이전이라 비포장도로에 교통이 불편하여 낙후된 곳이었다. 봉평 사람들도 이효석이 누구인지 잘 알지도 못했고 그의 생가는 더더욱 찾기가 어려웠다. 사실 마을 사람들도 까마득한 일제시대 어려서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학교를 다닌 이효석이 뉘집 자식인지 알 수도 없었을 뿐더러, "메밀꽃 필 무렵"이란 그의 소설도 평생 듣보잡도 못했을 터였다. 그랬던 것이 우리나라가 산업화되면서 고속도로가 뚫리고, 산간마을이었던 봉평이 개발되면서, 지역사회에서 이효석을 발굴하여 작품과 연계시켜, 작은 산간 마을 봉평을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메밀 산지로 일으켜 세우게 되었다.

 

  70년대 2차선 비포장도로가 이젠 고속도로 장평 IC에서부터 4차선의 곧은 아스팔트 도로가 놓여 소설에서 하루밤을 걸었고, 70년대엔 한 시간 정도를 걸었던 봉평을 5분안에 갈 수 있게 되었다.  과거 조그만 마을이었던 봉평엔 이제 아파트들이 들어섰고, 이효석 생가가 복원되고 문학관이 건립되어, 그를 보러오는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으니 실로 문학이 기여하는 힘이 이렇게도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이효석 문학관 입구   

 

 

문학관에서 내려다 본, 앞 마을 풍경

 

이효석 문학관 마당

 

마당에 세운 이효석 좌상

 

  문학관 정면- 때마침 월요일이라 휴관 중이었다. 입장료도 있었는데... 대 개인적 사견으로는 연중무휴 무료개방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겠다. 먼 곳으로부터 산간 마을인 이곳까지 찾아온 손님들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보자면, 전시물도 별로 변변하지 않을 문학관에 입장료를 징수한다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다.

 

문학관 측면

 

 

 

문학관에서 1Km 정도 윗마을에 있는 이효석 생가

 

 

 

 

생가 옆에 멋드러지게 지은 식당

 

식당 안 풍경 -우람한 통나무들로 집을 지어서 운치가 있어 좋았다. 점심으로 메밀 막국수를 먹었는데, 맛은 그저 평범한 수준이었다.  

'예술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지용 문학관  (6) 2014.02.24
정호승 북콘서트  (4) 2013.10.26
원주 토지문화관  (4) 2013.01.25
거제 청마 기념관  (0) 2013.01.20
"레 미제라블"-바리케이드 너머엔  (2) 2013.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