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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수원 화성

  저물 무렵 방화수류정에 갔으나, 무더위는 여전했다. 나무 그늘에 앉아 쉬고 있는 노인들과 사진 찍는 사람들 몇 뿐, 매우 조용하고 한가했다. 오랜만에 보는 푸른 하늘의 구름도 여유 있어 보였다. 방화수류정을 예쁘게 찍을 수 있는 포인트를 골똘히 생각해 보았으나 딱히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우측의 수문인 화홍문과 오른쪽의 포루까지 한 컷에 넣었다. 그나마 광각이니까 이 정도의 화각이 나오지 않겠나 싶다. 좌우 끝부분은 왜곡이 심하긴 하지만... 방화수류정을 찍고는 동북공심돈으로 걸어가서 나무 그늘에 앉아 쉬며 풍경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나 북적이던 동북 공심돈 아래 서울 가는 1번 국도엔 지하차도가 올봄에 개통되어 차들의 소통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공사판으로 지저분하던 거리도 말끔하게 단장되어서 주변 공간이 쾌적해졌다. 공사하면서 공심돈 아래 갈대숲이 많이 사라진 것이 아쉽긴 했지만...   

 

  동북공심돈 아래에서 머무르며, 성벽에 걸린 반달도 보고, 멀리 팔달산의 서장대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 동쪽으로 날아가는 여객기의 비행운을 발견하고, 그것을 추적하며 몇 컷을 촬영했다. 그리고는 자리를 옮겨 장안문까지 타박타박 걸었다. 그때까지도 장안문 상공에 비행운의 궤적이 남아 있었다. 장안문에 도착했을 땐 석양빛이 완연해졌다. 성문 위는 이미 빗장을 잠가 통행할 수 없어서, 다시 차를 세워둔 방화수류정 앞까지 걸어서 돌아왔다. 방화수류정 앞 용연가에 앉아 쉬던 40대가량의 남자가 "뭐 찍을 만한 것이 있나요?"하고 말을 걸어왔다. "아름답지 않나요?" 내가 되묻자 "뭐 매일 보고 사노라니 그게 그것 같은 걸요."하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내가 말하길 "우리나라 성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곳이 바로 방화수류정일 걸요."라고 하자, 그 남자는 그저 입맛만 쩝 하고 다시고 말았다. 지금 방화수류정에서 동북공심돈으로 가는 성 아래 주택들은 헐리고 있다. 성 아래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헐리고 녹지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완공되면 지금보다 더 멋진 경관을 보여줄 것이다. 그 남자를 뒤로하고 몇 컷을  더 촬영하고 돌아왔지만, 내가 봐도 화성의 방화수류정은 정말 아름답다. 자연과 인간이 신묘하게 조화를 부린 곳이란 생각이 든다. 예로부터 물 가 높은 언덕에 정자를 짓고, 언덕아래 너른 세상을 바라보며 풍류를 즐기던 것이 우리의 선비들의 풍류가 아니던가. 방화수류정은 도시를 지키는 성곽 높은 언덕에 아름다운 정자를 짓고 도시를 방어하면서 풍류를 함께 즐기던 조선 사람들의 낭만이 깃든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햇살기울 무렵, 방화수류정과 용연(龍淵)

 

 국도 1번 도로 위의 동북 공심돈

 

 

 연무대 지붕 그리고, 반달.

 

 일본 가는 여객기, 아나면 USA 행? 

 

 

 

 

 장안문 옹성 안의 내성. 장안문이라는 문이름이 언짢다. 우리식의 이름을 지었으면 좋았을 텐데...

 

 

 

 장안문에서 화서문으로 가는 성벽. 그 아래는 장안 공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와 바라본 방화수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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