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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화성장대

  야경을 찍기 위해 저물 무렵 팔달산 정상에 올랐다. 산 꼭대기에는 화성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작전을 지휘할 수 있는 화성장대가 수원시가를 굽어보며 서있다. 이 장대는 화성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서장대라고도 한다. 수원 화성의 동편구릉지대엔 활터가 있고 활터 앞에 군인들을 훈련시키는 연무대가 있는데, 이 연무대는 동장대라고 한다. 야경을 촬영하기 위해 iso감도를 높이면 삼각대가 필요 없겠으나 사진이 거칠어지기에 좋은 사진을 위해 무거운 삼각대를 둘러메고 올랐는데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무선 셧터가 없어 iso감도를 평소처럼 200에 두고 셀프타이머로 촬영했다. 그런데, 야경을 즐기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 촬영이 쉽지 않았다. 찰나를 이용하는 순간 촬영이 아닌 장노출이다 보니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잔영을 어찌 처리할 수 없었다. 최대한 사람들을 피해 찍을 수밖에... 사람들은 간혹 렌즈 방향을 피해주기도 했지만 대부분 무신경하게 렌즈 앞을 지나다녔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사람들의 행보를 탓하는 내가 우스워졌다. 사진 찍는답시고 자유롭게 산책하는 사람들을 마음속으로나마 탓하는 내가 오히려 미안해할 일이었다. 사진 찍는답시고 사람들의 자유로운 산책을 신경 쓰이게 한 것은 나인데 내가 그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주간 촬영이야 사람들이 뜸한 틈을 찾아 신속히 셧터를 누르고 이동하면 되겠지만 야간 촬영은 그러지 못하니 이래저래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다. 고심 끝에 한 자리에서 동일 조건으로 여러 장을 촬영했다.  

 

1. 화성장대의 전면

 

 

 

 

 

 

 

 

2. 장대의 후면

 

 

 

 

 

 

3. 화성장대 앞에서의 조망

 

 행궁에서 팔달문(보수 중) 

 

행궁에서 창룡문(동문) 

 

장안문(북문)에서 동문(창룡문) 

 

장안문(북문) 부근 

 

 

  수년 전, 어느 미치광이가 이 화성장대에 불을 질렀었다. 숭례문 화재사건 이전의 일이었다. 화성장대 화재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았다면 숭례문 화재는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장대가 불에 탔다는 외신들의 보도에 수원 화성이 더 유명해지기도 했었다는 웃을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만큼 세계문화유산은 대내외적으로 주목을 많이 받는 곳이다. 그 후 수년동안 화성장대는 복원작업을 위해 흉측하게 커다란 복원공사 천막을 뒤집어쓰고 화성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전 상태로 복원된 장대는 지금, 장대 안 마루까지 개방되어 관광객들의 쉼터가 되기도 한다. 장대 안에 있는 cctv카메라가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한 오늘이기에 매우 불안해 보인다.

 

  그 어려운 일이 있었음에도 모든 관광객들에게 소중한 문화재를 내부까지 공개한 용기에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 불행한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관리에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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