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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제부도의 가을

 바다가 보고 싶어 집을 나왔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문득 스마트 폰으로 제부도 물때를 검색해 보니, 때마침 바닷길이 열려 있었다. 제부도에서는 푸른 바다를 보기 어렵지만, 탁 막힌 가슴을 열고 비린내 나는 해풍에 큰 호흡, 한 번 제대로 해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제부도 가는 길거리마다 쌓아놓고 파는 송산 포도를 보며, 어김없이 가을 냄새를 느꼈다. 바다가 가까워지자 대하 구이집들이 현란한 간판을 달고 나그네들을 유혹했다. 추석도 멀지 않았나 싶어 문득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제부도 입구엔 활어시장 건물을 크게 짓고 오픈행사를 하고 있었다. 대하구이, 1인당 만원으로 무한 리필이란다. 대형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호객소리가 요란하다. 각설이 타령, 나레이션 모델들을 춤사위가 퍽이나 요란스럽다. 섬에서 나오면서 들려보리라 마음먹고 먼저 제부도로 들어갔다. 2차선의 바닷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물에 잠기는 시간을 물어보니 밤 열 시쯤이란다. 그만하면 시간은 충분했다. 섬에 들어간 후에 바닷길이 잠겨버리면 그야말로 낭패니까  나올 시간을 확인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물빠진 갯가는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호미와 작은 손 갈퀴를 들고 뻘을 긁어 바지락을 줍고 있었다. 인간의 체취본능들이 발동하는가 보았다. 작은 비닐봉지에 다슬기와 바지락, 그리고 작은 게들을 담으며 행복해했다. 매바위 근처까지 나갔을 때, 밀물들이 흙탕물을 일구며 큰 소리로 머리를 들고 밀려들고 있었다. 광활한 갯벌에 움푹 파인 갯도랑들을 채우며 밀려오는 바닷물들에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되돌리며 제부도 서쪽의 해안도로를 걸어 등대가 있는 제부항까지 갔다. 제부항의 바닷물은 물빛깔이 곱지 않았다. 등대옆 낚시터엔 많은 사람들이 망둥어 낚시를 하고 있었고, 어쩌다 작은 망둥어들이 낚시에 걸려 올라오고 있었다. 작은 망둥어를 비닐봉지 안에 넣는 모습에서 측은한 생각까지 들었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작은 망둥어 새끼의 일진이 엄청 나쁜 날로 치부할 수밖에...

 

 모처럼 실컷 쐬는 해풍에 막힌 가슴이 조금은 뚫였나 싶다. 새우깡을 다투는 갈매기들의 야성 잃은 재롱을 잠시 보다가 저물 무렵에 귀갓길에 올랐다. 들어갈 때 요란스럽게 호객행위를 하던 활어판매장에 들렸는데, 사람들로 초만원이었다. 다시 나와서 입구에 앉아 있는 여직원에게 대하축제에 대해 물었더니, 오늘 행사는 끝이 났다고 한다. 내일 다시 행사를 하니까 내일 이용하시란다. 새우 먹자고 내일 다시 올 처지는 못되니 발걸음을 돌리고 말았다. 나오면서 주변을 보니까. 행사장 주변 다른 식당에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 식당 주인들은 자기네 가게 앞에 서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대형 활어 판매장을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었다. 아아아. 우리는 매사가 이런 식이었다. 소비자들이야 값싸다니까 대형 할인매장으로 몰려가지만, 그것은 어린 망둥어새끼가 밀물에 떠밀려 들어오다가 작은 지렁이 하나 탐내며, 낚싯바늘을 덥석 무는 행위와 다를 바 없는 행위이다. 싼값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다가 주변의 경쟁자들이 망해버리면 대형 마트 횡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니까... 돌아오는 길에 어쩐지 입맛이 씁쓸했으나, 그것은 무한리필 대하를 먹지 못한 아쉬움은 분명 아니었다.     

 

 

1. 썰물 뒤의 매바위

 

 

 

 2. 매바위 앞, 갯바위에서 제부도 전망  

 

 

 

3. 제부도 서쪽 해안도로   

 

 

 

4. 제부도 해수욕장에서 매바위 전망 

 

 

 

5. 제부항 등대 주변 

 

 

 

6. 누에섬과 전곡항 원경 

 

 

 

7. 바람 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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